출발하며 차창 밖으로 바라본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어제 부산과 순천 등 남쪽지방엔 물벼락 사태가 있어 비가 더 올까 걱정된다.
휴게소에서 나누는 아침 식사는 새벽 바쁜시간에도 많은 양을 준비하여 갖고와 나누어 주시는 분들이 있어 더욱 즐겁다.
위 산행지에는 산행 소요시간이 5시간이라고 쓰여 있으나 후미그룹은 7시간 소요.
산우님들 다 태운 후 출발하면 모두 부족한 잠 메꾸느라 잠이 들고, 아침식사 후 휴게소 출발하여 산행 준비하며 무주군 도착.
높은 산봉우리들을 감싸고 있는 먹구름이 예사롭지 않다.
유명 관광지 무주 구천동 통과.
구천동 지나 비가 내리니 산우님들 웅성 웅성. 가기 싫으니 다른 곳을 가자느니...
입으로는 그러면서도 일단 차에서 내리면 모두들 꽁지 빠지게 산으로 스며든다.
국도 37호선에 있는 빼재 터널(1765m)은 경남 거창과 전북 무주를 잇는 터널이다.
해발 900m에 가까운 빼재(수령, 신풍령)는 내 개인에겐 역사적인 획을 그은 곳,
9년 전(2005.01.18) 처음으로 백두대간 종주가 시작된 곳이다. 그것도 자율이 아닌 타율에 의헤서.
산행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백두대간이 뭔지도 모르고 따라 나섰다. 그 당시엔 터널이 없었다.
터널(2013.10.31.개통)을 나오자마자 바로 경상남도와의 경계임을 나타내는 표지판이 서있다.
빼재터널 나와 구불 구불 내려가니 무룡산(1491m)이 보인다. 오늘 아침 버스 안에서 혼자 2진으로 다녀올까 생각도 해 보았다.
참고로 덕유산 북쪽 향적봉(1614m)과 남쪽 끝 장수 덕유산(서봉, 1492m)) 사이에는 중봉(1594m), 백암봉(1503m), 무룡산
삿갓봉(1418m), 남덕유(1507m) 등 1400m가 넘는 봉우리들이 즐비하게 서있다.
길가 과수원의 유난히 빨간 사과를 보니 모두들 환호성, 나무에 달린 빨간 사과를 보면 더도 말고 딱 한 입만 깨물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구불 구불 산길을 달려 송계사 입구 도착. 출발한여 4시간이 넘게 걸렸다.
산행 시작 전 단체사진부터 남긴다. 산행이 시작되면 모두 뿔뿔히 흩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안찍히고 먼저 달아나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 카페지기님이 개인사정으로 불참하여 2주 전(백우산)과 지난주(비수구미), 본인 카메라에 찍힌것을 카페 대문사진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단체 사진 남기고 10시 20 여분, 송계공원 탐방로를 들어서서 산행 시작하니 계곡물 소리가 꽤나 요란하다.
비 온 뒤라 수량도 많고 물살도 거칠어 들어서지도 못하겠다.
길게 그려진 안내판 지도에 급경사 구간이 보인다.
2년 전(2012.01.17) 무주 리조트에서 올라 설천봉, 향적봉, 중봉, 백암봉을 거쳐 이곳으로 내려올 때 횡경재를 지나
엄청 가파르게 내려왔던 기억이 아직도 머리 속에 남아 있다. 내려올 때도 힘들었는데 이곳에서 오르다니... '이제 난 죽었다'는 생각 뿐,
송계사로 오르는 우측 포장도로와 작별하고 계곡물 따라 들어서니 바윗길로 이어진다.
물이 흐르기도 하는 등산로를 오르며 고도를 높인다,
셔터 누르느라 잠깐 잠깐 정지 상태도 되지만, 올라가다 힘들땐 잠시 쉬며 사진도 남긴다.
물기있는 미끄런 돌을 밟으며 오르다 보니 일행들은 모두 앞으로 달려가고 어느새 또 꼴찌~~ ㅎㅎ
산행 시작 30분 지났는데 어느새 물가에서 편한 자세로 간식 타임? 자세히 보니 오늘 처음 참석하신 분들이 여유를 보인다
맨 뒤에 혼자 힘들게 걷고 있으려니 버스 메이트 짝꿍이자 후미대장,
"누님 그 배낭 내가 지고 갈테니 벗어서 나줘요."
"그런게 어디있어요? 자기 가방은 자기가 메고 다녀야지."
"그게 아니고 빨리 가서 앞에 가는 사람들과 점심 같이 먹어야 해요,"
"그럼 먼저 올라가요, 나는 빨리는 못가고 내 페이스대로 걸어 갈테니."
"그러지 말고 얼른 내려요, 그게 날 도와주는 거니까" 옥신각신 끝에 할 수 없이 배낭을 건네주었다.
젊은이들 못지않게 앞장서서 걷던 고문님, 오늘 꽤나 힘들어 하시니 고문님 배낭까지 메고 가겠다며
또 배낭을 달라지만 고문님은 끝내 거절,
잠시 비가 내려 배낭커버만 씌우고, 우비는 손에 들고 땀에 젖는 것 보다 시원하여 비를 맞는다.
산행 시작 한 시간을 같이한 계곡물은 이곳에서 하직하고, 다시 한 번 급경사 구간을 치고 올라가야 한다.
비는 내리다 말다 하여 길은 더 미끄럽고, 앞에 보니 후미대장이 메고가는 내 배낭 위로 배날 한 개가 더 얹혀있다.
"웬일이야 무겁게?"
"ㅊㅎㄱ이 아프데요"
"그래? 어디가 어떻게 아픈거야?"
"속이 아프대요."
맨몸으로 부지런히 딛어 보지만 워낙 가파르다 보니 속도가 별 차이 없다.
앞에 가던 일행을 만나 "ㅊㅎㄱ은 어디가 어떻게 아픈거야?"
"아침 먹은게 탈이 났나봐요."
"아침에 김밥 먹더니 얹힌것 아니야? 잠깐 기다려봐 내게 매실액이 있으니 마시면 좀 나을거야"
그러나 매실액은 내 배낭에 있고, 배낭은 후미대장에게, 후미대장은 오늘 처음 나온 사람 둘이 안온다며 도로 내려가 못오고,
그렇게 비를 맞으며 기다리는 동안 고문님네 식구는 수지침이나 소화약 찾는다며 배낭을 뒤지다 무언지를 건네 주시며 먹어보란다.
한 참을 기다려 후미대장이 올라 왔는데 보니 배낭이 또 하나 늘어 본인 것까지 네 개, 뒤에 오는 사람 것 마져 메고 온 것이다.
일단 배낭을 내려 매실액 부터 꺼내 따라 주고, 배낭을 메려하니 누님 배낭은 횡경재까지 조금 남았으니 더 메고 가겠단다.
빨리가서 앞에 가는 일행들과 밥 같이 먹어야 한다며 막무가내다.
횡경재 도착하니 앞서 걷던 일행들이 있어 ㅊㅎㄱ님은 수치침 맞고 검은피를 뽑아내며 또 한 번 법석을 떨고,
후미대장한테 내 배낭 달라하니 조금 더 가서 점심 먹을 곳까지만 메고 가겠다며 또 앞장서서 도망간다.
출발 후 두 시간 조금 더 걸려 백두대간 마루금 횡경재 도착하니 감회가 새롭다. 도대체 이곳은 몇 번을 왔다갔다 지나쳤던가.
신풍령(빼재, 수령)에서 북쪽으로 시작된 백두대간 종주는 우여곡절을 겪느라 다시 신풍령까지 와야되는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할 뻔도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더 걸린 후 결국은 해냈고 북쪽 향로봉까지도 완주하며 백두대간 종주 대미를 장식했다. 종주 시작 2년 7개월이 걸렸다.
일반 산행도 여러번 했지만, 삿갓골재 대피소에서 1박까지 하며 육십령에서 신풍령(빼재)까지 종주 했던, 암튼 내게는 추억이 많은 산 이다.
가파른 오르막 구간은 끝나고 완만하게 이어지며 오랜 시간을 수 많은 사람들이 지나 다녔어도 파헤치지 않아
자연 그대로 노후 되어가는 오솔길이라 정겹다. 검은 제비나비 한 마리가 이 꽃 저 꽃 다니며 희롱하고 있다.
선두 그룹은 이미 정상 근처에서 식사하고, 바로 앞에서 걷던 일행들이 식사 중이라 합석을 했다.
호박잎 쌈밥도 먹어보고, 처음 참석하여 맨 뒤에 오르던 일행들도 도착하여 여유로운 식사 시간을 갖는다.
산철쭉 우거진 그늘로 오르다 능선 전망 좋은 곳에 서니 조망이 장쾌하여 가슴까지 다 시원하다.
산꼭대기에 구름이 걸쳐 있고, 비가 내리던 날씨였는데 비가 멈추니 깨끗하기 그지없다.
저 위로 구름만 없으면 지리산 천왕봉에서 반야봉까지 일망무체로 보이는 곳이건만... 한편으론 감사하고 한 편으론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숲 속 오르막, 습한 지열이 올라오니 시원한 바람은 커녕 열기가 느껴진다.
당귀꽃. 산행하다보면 등산로 주변에 있는 이렇게 예쁜 꽃들을 캐는 사람들을 가끔 보게 된다.
그냥 놔두면 번식되어 오래도록 더 많은 꽃을 볼수 있는 걸 씨를 말리는 듯하여 안타까울 때가 많다.
백두산에 갔을 때 천지 주변으로 많은 꽃들이 천상화원을 이루며 자연 그대로 보전되어 여러 종류의 꽃을 보며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맹위를 떨치던 더위도 처서가 지나니 기온이 서늘해지고, 하늘빛이 다르다.
고개를 살짝 돌려 중봉쪽을 바라보니 시커먼 먹구름 속으로 천둥이 우르릉 거리며 위협하고 있다.
횡경재만 오르면 금방 도착할 것만 같았던 백암봉, 그러나 송계리에서 횡경재까지의 거리보다 횡경재에서 백암봉까지의 거리가 더 길다.
잠깐 얼굴 내밀고 다시 숨는 백암봉,
나무잎이 무성하여 그늘로 이루어진 등산로는 습하여 이끼와 버섯들도 눈에 띈다.
고도가 높아지며 그늘이 벗겨지니 구름 머금은 습한 열기가 불쾌지수를 느끼게 한다.
잠시 보이는 하늘, 전망 좋은 곳에 서서 우리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본다. 백암봉에서 신풍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길이다.
위 사진 우측 위는 횡경재에서 바로 올라온 1385봉 이고, 좌측 위 겹쳐진 앞이 못봉(지봉, 1343m), 뒤 높은 봉이 대봉(1263m) 이다.
가뜩이나 습도와 기온이 높아 짜증스러운데 수풀이 우거지고 키보다 큰 미역줄기가 등산로를 덮고 있어 앞이 보이질 않아 걷기가 불편하다.
남덕유 방향으로 바라본 모습이나 먹구름이 능선을 넘나들고 있어 가까운 무룡산 마저 안보인다.
후미그룹 백암봉(1503m)도착. 한 사람은 아파서, 다른이는 힘들다고 지체하는 바람에 4시간 반이나 걸렸으니 선두와의 차이가 많이 난다.
덕유산 정상 향적봉으로 갈 수 있는 송계 삼거리가 백암봉(1503m)인데 백암봉이란 표시는 안내 지도에만 있다.
백암봉(송계 삼거리) 인증샷~
이곳 저곳 방향으로 기념 남기고 남덕유 방향을 향하여 하산 시작, 시커먼 구름이 능선을 덮었다 벗겼다 한다.
북덕유 쪽으로 뒤돌아 본 모습.
앞 방향 남덕유쪽으로 바라본 모습.
조망 좋은 곳을 내려 딛고 잠시 숲 속으로.
고산에서만 보이는 산오이풀이 많이 보인다.
다시 능선이 보이는 언덕. 구름이 없으면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 서봉, 깃대봉 뒤로 지리산 능선 까지 다 보일텐데 아쉽다
7월이면 피는 원추리 인데 고도가 높고 기온이 낮아 아직도 피어있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 배경이 멋있어 아우님들과 포즈 잡아 보았다.
안부를 내려딛고 다시 오르막. 같이 사진 찍히던 젊은이들은 선두와 차이 난다며 금방 올라서서 달려가듯 속도를 내고 있다.
위로 올라 다시 한 번 뒤돌아 보니 백암봉이 제법 높다. 우측으로 뻗은 대간 줄기도 다시 한 컷 담는다.
오르내리기 연속. 동엽령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린다.
능선인데도 좁은 길에 물이 고였다. 조금 전 비가 내려 그런가보다 했더니 이 높은 곳에 물봉선이 군락으로 넓게 자리잡은걸 보면 습기가 항상 많은가 보다.
고개만 들면 능선이 보이는 정겨운 백두대간 오솔길.
숲길을 빠져나와 동엽령 도착. 앞으로 직진하면 무룡산이 되고, 우측으로 내려가면 안성 탐방소, 우린 좌측 병곡리로 하산하게 된다.
그러나 병곡리 방향은 비 탐방로라 이정표에 표시가 없다. 힘이 들어 걸음도 제대로 못걸으며 마음은 이왕 나선 김에 남덕유까지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다.ㅎㅎ
덕유산 눈 산행 때는 능선에 쌓인 많은 눈으로 무릎까지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동엽령도 지도에만 표시되어 있다.
'동엽령' 이란 표시는 큰 지도의 현위치와 응급 구급함 아래 아주 작게 쓰인 것 한 곳 밖에 없다.
아래 사진은 나무 널판지의 동엽령 이정표, 2006년 2월에 찍은 모습으로 격세 지감을 느낀다.
▲위 사진(2006년)과 ▼아래 사진(2014년)은 같은 장소(동엽령)에서 찍힌 모습이다.
오랫만에 오른 동엽령에서.
동엽령에서 숨돌리고 병곡리 방향으로 하산 시작. 데크 옆으로 난 오솔길로 내려딛으니 우리 키만한 조릿대가 군락을 이루어 길이 안 보인다.
조릿대 숲을 한참동안 헤치며 가파르게 내려 딛고 물로 목 축이며 잠시 휴식, 다시 내오려니 경사도는 완만한데 물에 젖어 미끄럽다.
숲 속은 어두워지고, 계곡물 소리가 작게 들리기 시작하더니 내려 갈수록 길 위로 흐르기도 한다.
폭이 넓고 물살도 센 계곡을 만나 걱정했더니 한참 앞서 가던 후미대장이 기다리며 도와줘 수월하게 건널 수 있었다.
뒤에 오던 일행도 도와주는 후미대장 "고마워요~~"
숲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상태인데도 날이 흐려 그런가 어둡다.
등산로 입구 횟집 도착.
우측으로 가는 길이 넓어 우측으로 가야 맞을 것 같은 포장도로. 길을 몰라 물으니 좌측으로 오란다.
우리를 기다리는 버스가 보이고.
선두그룹은 하산주까지 마친 상태, 요즘들어 가장 늦은 귀가행 버스 출발시간은 18:20
덕유산에서 가까운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회장님께서 저녁식사 대접.
산행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출출하던 차에 잔치국수 한 그릇을 얼마나 맛있게들 드시는지... "잘 먹었습닌다.'
고속국도 달리는 중 비가 내려 서울 입성하니 정체 현상. 밤 10시가 지나도 아직 탑승 중, 집이 먼 회원들이 걱정 된다. 집 도착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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