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문화,여행)

연극) 키 큰 세 여자

opal* 2015. 10. 10. 23:59

 

하루 시간 내어 같이 연극 보자는 제안에 흔쾌히 대답하고 약속한 날, 

 

 

잔뜩 흐린 날씨에 가을비 한 두 방울 흩뿌리며 바람이 요동치는 명동 거리는 변덕스런 날씨만큼이나 시끌벅적 소란스럽다.

어제 한글날(金)에 이은 연휴(土)라 관광객들이 들어찬 차없는 거리는 먹자판 가판대로 차가 다닐 때 보다 오히려 더 정신이 없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조용한 음식점 찾아 점심식사부터 나누었다.

 

 

예술극장 건물은 외부 수리 중으로 이것 저것 잔뜩 걸쳐놓아 길거리 분위기 만큼이나 정신없고, 그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참 다양하다.

 

 

 

 

 

작품- 에드워드 올비.

번역 - 이경후

연출 - 이병훈

출연 - 박정자(노인),  손숙(간병인), 김수연(변호사 사무실 직원), 허민형(노인의 아들)

 

 

줄거리

방 안에 있는 세 여자,

 91세의 부유한 노인은 병으로 누워있고, 간병인은 52세, 변호사 사무실에서 온 26세의 여인이 있다.

치매증세가 있는 노인은 자신의 육체적 쇠약함과 다른사람들에 대한 불평을 끊임없이 늘어놓고,

중년 여인은 까다로운 노인을 보살피며 위로와 조롣을 일삼는다.

젊은 여인은 노인의 무례한 말과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난감해 한다.

 

노인은 왜곡된 기억들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어머니와 남편, 떠나버린 아들을 원망한다.

가족과 자기를 둘러싼 모든이들에게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는 갑자기 심장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진다.

세 여자는 갑자기 노인의 분신이 되어 불행했던 한 여자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한다.

 

 

고집세고 까다로워 누구도 좋아하기 힘들 한 여자의 인생을

서로의 과거이자 미래인 세 여인이 만나 재치있게 보여주는 독특한 구성의 작품이다.

 

박정자는 죽음을 앞두고 알츠하이머 증세로 기억을 잃어가지만 아직도 손톱엔 메니쿠어가 칠해져 있는 노인,  

손숙은 노인의 변덕에 능숙하게 대처하는 간병인,

김수연은 자신이 늙는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하는 당돌한 20대.

 

, ‘죽음’을 향해 가는 인생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특히 한 인물의 20대, 50대, 90대 인격이 나누는 대화는

 ‘인생은 절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명제를 보편적이고 구체적인 상황과 감정의 사례로 증명한다.

 “넌 어른이 돼 가는데, 사람들은 거짓말을 한다고. 나이 드는 게 어떤 건지, 어떻게 될 건지 절대로 말 안 해.

‘설레는 미래’, ‘원대한 꿈’ 말고 다른 건 말도 안 해줘” 같은 대사는 나이듦의 모호함, 무지의 공포와 설렘을 설명한다.

 다양하게 뻗어진 이야기는 관객이 지금 어느 시기를 통과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다.

따라서 '키 큰 세 여자'는 ‘인간은 어떻게 죽어가는가’에 대한 인문학적 보고서라 봐도 무방하다. (옮김)

 

 

 

아들로 나오는 인물은 2막에 잠깐 나와 대사 한 마디 없이, 노인이 누워있는 침대에 기대어  무릎 꿇고 앉아 있기만 하는 역이다.    

 

 

 

무대가 바로 코 앞이라 올려다 볼 수 밖에...

 

 

 

해외여행으로 여독이 안풀린 상태에서도 오늘 하루 함께 해주신 분께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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