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레잡기하기 위해 일찌감치 먼저 나왔던 잎이 꽁꽁얼어 상처를 입고
나뭇잎 속에 숨어 무서운 한파를 이겨내고 있다.
아침에 살짝 내린 눈
양지엔 다 녹고
음지에만 남아 있다.
겨울나무
장석주
잠시 들렀다 가는 길입니다
외롭고 지친 발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빈 벌판
빨리 지는 겨울 저녁 해거름 속에
말없이 서 있는
흠 없는 혼 하나
그림자 하나
길게 끄을고
깡마른 체구로 서 있습니다
장석주 시선집 '꿈에 씻긴 눈썹' 중에서
잔설(殘雪)
신석정
남풍에 묻어오는
엊그제 입김에도
동백꽃 내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군자란도 뾰조롬히
꽃대를 올려놓고
호랑가시 빨간 열맬
쪼아먹던 산새
문득 열어보는
창문소리에 놀래 날고
잔설(殘雪) 부신 설악을
쪽빛 하늘이 넘어가고 있었다
신석정辛夕汀 유고시집 '내 노래하고 싶은 것은' 中 (19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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