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5월
청량감 느껴지는 신록 사이로 적당히 비춰주는 따사로운 햇살, 싱그럽고 맑은 공기, 시원한 산들 바람,
어느것 한 가지도 공짜 아닌게 없으니 그래서 더 좋아하는 걸까?
어제는 계양산에서, 오늘은 개화산에서 보약 한 사발 마시며 힐링 중.
피천득님의 수필 '오월'은 전에도 올린적(2008.5.1)이 있다. (우측 카데고리 詩와글')
오월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립다.
스물한 살이 나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득료애정통고, 얻었노라, 사랑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실료애정통고, 잃었노라, 사랑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 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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