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둘이서만 미팅

opal* 2021. 3. 17. 23:39

코비드19로 처음엔 외출 자제하느라 습관적으로 만나지 않았고, 

5인이상 사적모임 금지로 변경 되어 모임 마다 약속이 캔슬되어

기간이 연장되다 보니 달이 지나고, 해가 바뀐지도 삼 개월.  

 

견딜만큼 참다 오늘은 두 사람이 만났다. 멀리까지 갈 형편은 안되어 가까운 곳에서 만나

점심 맛있게 나누고 영화 한 편(미나리) 감상하고 쇼핑까지 끝내고 각자 귀가하며 하루를 마감.

 

 

*   *   *   *   * 

 

 

이렇게 오랫동안 얼굴들 못보다 보니

나이 먹은 사람들은 과연 만날 수는 있으려나? 하는 생각에 십 여일 전 일이 떠오른다.

 

지난달 정월 대보름날(2/26) 초저녁.

시골 친구로 부터 전화가 와 다른 친구의 영원한 작별 소식을 전해 들었다.

코로나도 그렇고, 거리도 멀어 내겐 일부러 알리지 않았기에 전화로 얘기해 주는 거란다.  

 

얘기는 세상 떠난 친구로 시작되어 같이 동행했던 다른 친구에게 스트레스 받은 얘기,

본인이 한동안 우울증으로 힘들기도 했다는 얘기를 계속 이어가기에 

 

"그럼 오늘이  정월 대보름 저녁이니 예전에 보름달 쳐다보며 놀던 시절 생각해 

내가 의사가 되어 치료해주는 셈치고, 모든 얘기 다 들어줄테니

나한테 다 풀고 앞으로는 스트레스 받지 말고 아프지 말고 지내라"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저녁 일곱시 경에 시작된 통화는 한 시간, 두 시간... 휴대폰 쥔 팔이 아파 팔을 교대로 바꾸고,  

휴대폰은 방전될 것 같아 충전기를 연결하고, 계속 앉아 있기도 힘들어 자세를 고쳐 눕고,  

자정이 지나니 눈도 피곤해 아예 조명도 끄고, 식구들도 이미 모두 잠든 시간이라

스피커폰으로 바꾸어 귀 가까이 놓고 두 손은 자유롭게 편안한 자세로 ...

 

아무에게나 털어 놓을 수 없는 동생들과의 불화는 근래의 일이니 얘기 할 수 있겠으나

이미 지나간 40여년 전 시집 식구들과의 얽히고 설킨 시집살이 얘기를 아직도 풀어내다니...

 본인도 이미 자손들이 있고, 저 세상으로 떠난 친구 뒤를 바로 이을 처지인데...   

 

창 밖엔 새벽 하늘이 밝아와도 그칠 줄 모르는 입담 실력, 그동안 어떻게 참았을까?  

댓구해 줄 할 말 조차 없어 눈을 감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니 아침 8시, 통화시간 확인하니 11시간 20분,

"모든 얘기 다 들어줄테니 우울증으로 고생하지 말고

하고 싶은 얘기 다 하라" 해놓고 먼저 지쳐 잠이 들다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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