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
신달자
삼천 번을 심고 추수하고
다시 삼천 번을 심고 추수한 후의
가을 들을 보라
극도로 예민해진 저 종이 한 장의 고요
바람도 다소곳하게 앞섶 여미며 난다
실상은 천년 안내의 깊이로
너그러운 품 넓은 가슴
나는(飛) 것의 오만이
어쩌다 새 똥을 지리고 가면
먹물인가 종이는 습자지처럼
쏘옥 빨아 들인다
이런 넉넉한 종이가 있나
다 받아 주는데도 단 한 발자국이 어려워
입 닫고 조용히 지나가려다
멈칫 서 떨고 있는 초승달
꽃
신달자
네 그림자를 밟는
거리쯤에서
오래 너를 바라고보 싶다.
팔을 들어
네 속닢께 손이 닿는
그 거리쯤에
오래오래 서 있으면
거리도 없이
너는 내 마음에 와닿아
아직 터지지 않는 꽃망울 하나
무량하게 피어올라
나는 네앞에서
발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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