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문화,여행)

영화) 룸 넥스트 도어(The Room Next Door)

opal* 2024. 11. 20. 00:27


'241119(화) 룸 넥스트 도어

 


시네큐브에서 감상,  스페인 드라마

감독 :  페드로 알모도바르

페드로 알모도바르 Pedro ALMODÓVAR
1949년 스페인 출생의 영화감독으로 80, 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영화의 대표적인 감독으로 추앙받고 있다. 
영화에 빠져 마드리드에 상경했지만 영화 학교가 문을 닫아 영화 연출을 독학으로 시작했다. 
<산 정상의 페피, 루시, 봄 그리고 다른 사람들>(1980)로 데뷔했으며 
이어 <마타도르>(1986),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1988), <내 어머니의 모든 것>(1999), <나쁜 교육>(2004), 
<내가 사는 피부>(2011) 등 끊임없이 연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연:  틸다 스윈튼, 줄리안 무어

출연

잉그리드 - 줄리앤 무어
마사 - 틸다 스윈튼
데미언 - 존 터투로
플래너리 - 알레산드로 니볼라

 



줄거리
유명 작가인 ‘잉그리드’(줄리안 무어)는 오래전 잡지사에서 함께 일했던 절친한 친구 
‘마사’(틸다 스윈튼)가 암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찾아간다. 
연락이 닿지 않았던 시간 동안의 안부를 묻고 서로가 처한 현재의 문제에 대해 진실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마사’는 ‘잉그리드’에게 중요한 순간 자신의 곁에 있어달라고 부탁을 한다. 

1980년대 뉴욕에서 함께 일했던 잉그리드(줄리안 무어)와 마사(틸다 스윈튼)
오랜 시간 연락이 닿지 않았던 두 사람이 그때와 달라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
사랑과 우정, 삶과 죽음에 대한 진실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나눈다.
주연을 맡은 줄리앤 무어와 틸다 스윈튼은 실제로도 동갑내기인 배우라고 한다.  

 

 


원제는 The Room Next Door, (옆방). 
잉그리드가 마사의 암 투병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다른 친구에게 지나가듯 들어서 알게 된 것,  
잉그리드는 마사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 간다. 둘은 오랜만에 만났지만 바로 마음을 털어놓는다. 
마사에게 딸이 있긴 있는데 남이나 다름 없다고 한다. 
 주인공이 “내가 죽을 때 옆방에 있어 달라”고 옛 친구에게 부탁을 한다.  
부탁하는 사람은 틸다 스윈튼(마사 역), 말기암 환자, 종군기자,  
부탁받는 사람은 줄리앤 무어(잉그리드 역) 작가 이다. 
두 사람은 과거엔 친했지만 연락 안 한 지 꽤 되는 사이 이다.  
“우린 안 보고 지낸 시절이 길었다”며 부탁을 거절했던 잉그리드가 결국 마사의 부탁을 받아들인 것은 
핏줄이나 수십년 정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나 친구로서의 신뢰 때문이다. 
혈육의 숙명이나 의무감이 아닌, 본인 의지로 곁을 지켜 낸다.  
감내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감정에 휩쓸리기보다 이성과 의지로 마사의 곁을 지킬 수 있었다. 
마사는 암 세포가 간과 뼈로 전이되면서 치료를 포기하게 되고 “난 잘 죽을 권리가 있어, 존엄을 지키며 퇴장할래.”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병실 커다란 창 너머로 핑크색 눈이 내린다. 


마사는 고통이 심해지자 “굴욕스러운 고통 속에 죽지 않겠다, 이것도 전쟁이고 두렵지 않다, 
내 싸움의 방식을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다크웹에서 안락사 약을 구하고 마지막을 맞이할 집도 빌린다.  
숲과 정원에 둘러싸인 멋진 풍경이 있는 집. 함께 간 잉그리드는 실제론 옆방에 아니고 아랫방에 있게 된다. 
잉그리드는 최근 쓴 소설 주제가 죽음에 대한 공포였을 정도로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꿋꿋이 마사와 함께 한다.
암 환자 역의 틸다 스윈튼도 감탄스럽지만, 줄리앤 무어가 전체적인 균형을 매우 잘 잡았다. 
갑작스럽게 죽음의 한가운데에 서게 된 당황스럽고 막막한 심정을 이지적인 판단력으로 받아들이고 이겨나가는,  그러나 인간이기에 순간순간 흔들리는, 강인함과 연약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줄리앤 무어의 잉그리드는 영화의 주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  
두 사람의 과거 연인이었던 남자는 "기후 재앙으로 지구는 희망이 없다"며 죽음을 역설할 때 그녀는 또렷하게 반박 한다.  “희망이 없는 게 아냐. 비극 속에서도 살아갈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알모도바르 감독은 뉴욕에 내리는 눈을 분홍색으로 보여 준다.  
암에 걸려 죽어가는 틸다 스윈튼에게 형광연두 터틀넥과 노랑 정장을 입히고,  
줄리앤 무어는 빨간 브이넥 스웨터에 와인색 코트, 파란 가방을 들고 나온다.  
이 영화에서 색은 중요하다. 선명하고 화사하면서도 때론 비현실적인 색감은 
역설적으로 세상에 남아있는 아름다움에 더 시선을 두게 한다.  
마사가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며 안락사 약봉지를 잃어버려 온집을 이잡듯이 뒤지고 난리가 나는데 
그 소동 중에 보여주는 책상 서랍까지도 구도와 색이 한 폭의 정물화 소품처럼 배치돼 있다. 

‘룸 넥스트 도어’는 안락사를 지지하는 영화지만 그와 동시에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숭고하고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가능성으로 가득한지도 보여준다. 
분홍색 눈이 내리는가 하면 새소리도 들린다. 빌린 집에 도착한 마사를 맞이한 것은 새들의 지저귐이었다. . 
“새소리 근사하지 않아?”라며 귀를 열었던 마사. 나중에 마사의 딸이 그녀와 같은 자리에 서서 또 새소리를 듣는다. 
엄마가 떠난 세상에서 무심히 계속되는 지저귐을 딸이 들으며,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그 소리 위로 제임스 조이스의 ‘죽은 사람들’ 문장이 줄리앤 무어의 목소리로 덮힌다. 
“눈이 내린다. 네가 지쳐 누워있던 숲으로, 네 딸과 내 위로, 산 자와 죽은 자 위로.”

영화 대사에선 원문이 약간 변형, 
“His soul swooned slowly as he heard the snow falling faintly through the universe and faintly falling, 
like the descent of their last end, upon all the living and the dead.
 (그리고 눈이 부드럽게 살포시 전 우주에, 살포시 부드럽게, 마지막 종말을 향해 하강 하듯이, 
모든 산 자들과 죽은 자들 위에 내려앉는 소리를 들으며 그의 영혼도 천천히 희미해져 갔다.)”

 


 마사가 빌린 집에 걸려 있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People in the sun’(1960)]은 실제 작품 이다. 
죽음을 결심한 마사는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노랑 정장을 입고 호퍼 그림처럼 의자에 누워 환한 빛을 받는다.  
호퍼는 따뜻한 위로보다는 차가운 고독의 화가인데, 이 영화에선 홀로 맞는 죽음을 외롭지 않게 지켜주는 동행이 되었다.  
호퍼는 여러 감독이 사랑한 화가인데, ‘룸 넥스트 도어’와 같은 날 개봉한 ‘더 킬러스’는 
호퍼 그림 중 가장 유명한 ‘나이트호크’(1942)를 주요 모티브로 삼았다. 


<룸 넥스트 도어>에는 여러 여행이 있다. 
첫째는 스페인 문화의 일부가 되어버린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첫 영어 장편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감독은 여전히 감각적인 미장센과 비밀이 가득한 시나리오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두 번째는 주인공 마사가 친구에게 본인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해 줄 것을 당부하며 떠나는, 죽음으로의 여행이다. 
마지막은 미학적 여행이다. 
매혹적 색채와 여성 캐릭터의 부동 이미지를 통해 감독은 우리를 에드워드 호퍼 작품의 내부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죽음에 관한 책을 쓴 작가 잉그리드 역의 줄리안 무어와 종군 기자였으나 
난치병을 앓고 있는 마사 역의 틸다 스윈튼의 연기는 환상적인 앙상블을 이룬다. 
심연을 알 수 없는 줄리안 무어의 깊은 눈은 사랑, 놀라움, 연민, 감탄, 슬픔 등 세상의 모든 감정을 담아낸다. 
알모도바르는 빛이 나면서도 연약한 마사 역으로, 틸다 스윈튼에게 생애 최고의 역을 선사한다. 
질병과 존엄사를 주제로 한 멜로드라마 <룸 넥스트 도어>로 거장 알모 도바르는 절절하게 아름다운 영화 한 편을 

다시 그의 필모그래피에 더한다. 

 


제작진
제작:  어거스틴 알모도바르
기획:  조슈아 블룸, 에스더 가르시아, 한 웨스트
각본:  페드로 알모도바르
원작:  시그리드 누네즈
촬영:  에두아르드 그라우
음악: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
편집:  테레사 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