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문화,여행)

[스크랩] "익으면 따먹으라 와라"

opal* 2006. 2. 9. 08:01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얘기입니다 .우리 동네에 산도 많고.논밭도 많고 집도 크고 머슴을 대여섯 명씩 두고 농사를 짖는 면장집에 아주머니가 계셨습니다   당시 불행하게도  저의 집은 아주 간난해서  먹을 게 없어 허기에 지쳐있을 때 입니다.

 

친구들과 만나면 무슨 서리 해먹을 게 없나 궁리를 하게 되였고  들판을 쏘다니며 수박.참외.오이.고구마 등 닥치는 애로 서리를 하였지요  당연히 면장집에 피해를 많이 주었고 .초근목피 입에 들어가 요기만 된다면 무엇이든 먹으면서 생명을 유지했지요

 

초가을이면 밤나무 동산에가서 풋밤을 따먹었고 감은 익기도 전에 그 떫은 풋감을 따먹기도 했지요. 어느때 개복숭아 서리를 하러 네 명이 그댁 받두렁으로 가서 내가 나무에 올라서서 쬐그마하고 시퍼러둥둥한 개복숭아를 따는데 딱 걸린거예요

 

아래 친구들은 다 도망을 쳤고 나는 나무 위에서 벌벌떨면서 어떻게 도망 하면 안잡히나 궁리를 하는데 이 아주머니가 하시는 말씀 "얘야 천천히 조심해서 내려와 다칠라" 나는내려와서 잘못했읍니다 절을 꾸벅하고 도망치는데 한 말씀 더하시는데 "익으면 따먹으라와라"하시는거예요

 

 나는 잡아서 혼내줄주만 알았는데 그렇게 너그럽게 대해주실 줄은 꿈에도 몰랐지요 ......그런데 그저께 그아주머니가 신촌 세브란스병원 영안실에 계시다고 전화를 받고 다녀왔읍니다  영정 사진이 아주 젊었을 때 사진이였는데 옛날 생각을 하니 눈시울이 붉어지드군요 ....

 

그분이 누구 이신하가면요 우리 60대방 산행 자료실에 산행기를 사진과 함께 실감나게 써서 올려주시는 opal 님의 시어머님 이시지요. 시어머님에 가르침을 받아서인지 아주 너그럽고도 차분하면서 열심히 취미 생할을 하고 있지요

 

지난번 12월 산행 망년회 때 익명으로 거금 30만원 산행방에 기탁하신 분이 opal님이라는걸 이제야 밝히겠읍니다. .가득이나 몸이 여위셨는데 시어머님 장례 치루시느라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일하시느라고 수고가 너무 많으셨지요. opal님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opal님 건강도 챙기세요.....끝

 

말이 되었는지 글이 되었는지 모르겠내요 ..이글을 많이 망설이다 올렸읍니다. 우리가 인터넷상으로 만난 인연이지만 애경사가 있었다면 서로 꼬리글로서라도 인사를 하는게 좋을 것 같아 올렸읍니다 .

 

 

 

 

출처 : "익으면 따먹으라와라"
글쓴이 : 설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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