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warming up?
부딪치기엔 힘들고, 포기 하기엔 너무 이르고.
그냥 주저 앉다 보면 다음에 더 좋은 기회가 생겨도 점점 자신없어 질 것 같아
갈팡 질팡 하는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warming up으로 나섰다.
어짜피 도우미가 있다하니 최선을 다 해 보자. '할 수 있다'고 자신에게 최면이라도 걸자.
주차장에 차 세워 놓고 계곡 탐방로 방향으로 속도전을 펼친다. 사진 찍는 일을 줄였더니 상가까지 20분 걸렸다.
보통 삼 십분, 7월 산행 땐 30분 넘게 걸렸는데, 10분 단축 되었다. 보리사 거쳐 쉬지 않고 부지런히 오르니 옷이 금방 젖는다.
그제. 어제 비 오고 기온이 많이 내려 가을 옷으로 바꿨더니 더 덥다.
폭우가 자주 내려 그런가 등산로의 바위들이 많이 내려 앉았다.
바위덩이들이 담긴 하얗고 커다란 자루들이 군데 군데 놓여 있다. 등산로 정비용 같다.
몇 십년 자란 참나무는 암반 위에 더이상 견딜 수 없었는지 뿌리를 감싸던 흙 덩어리 째 쓰러져 수명을 마감하고 있다.
한 시간 쯤 올라 사과 반 개와 물 한 모금으로 잠시 휴식.
가파른 너덜 지대에 한 참 땀 흘리며 오르는데 산행 하자는 연락이 온다.
목욜은 비가 내려 못하고, 토욜 쉬고 일요산행 하려고 이미 생각했던 터라 yes로 대답.
그리고 또 하루 쉬고나면 ... 기대 반, 걱정 반. 힘들고, 멋진, 고행의 산행이 나를 기다린다.
쉬지 않고 오르니 위문까지 한 시간 반이 걸렸다. 배는 고프지만 정상까지 참아 보자. 목마름도 참고 올랐으니.
남들은 '혼자서 무슨 재미로 산엘 가느냐'지만 이렇게 자신을 훈련 시키는 일도 즐겁기만 하다.
백운대 정상, 두 시간이 채 안걸렸다. 보통 두 시간 반, 7월에는 놀며놀며 세 시간 걸렸다.
태극기 아래서 사방을 둘러보고 있자니 학생이 self로 찍고 있다. 카메라 달래서 찍어 주고, 교대하여 나도 찍힌다.
위문까지 내려와 늦은 점심, 그리고 방향을 용암문쪽으로. 이곳부터는 사진 찍으며 여유롭게 하산.
오랫만에 와 보니 위험하던 곳에 계단이 설치되었다.
용암문 지나고, 북한산 대피소에서 생수 한 모금,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춘다. 성곽 보수공사로 기계소리가 요란하다.
한 시간만 더 걷자 생각했는데 동장대까지 왔다. 다른 때는 거의 대피소에서 하산. 멀리 아슴프레 보이는 대남문이 이채롭다.
낮은 곳에 있어야 어울릴 것 같은데, 우뚝 솟은 문수봉과 보현봉 사이에서 sky line을 그리고 있다.
역광이 와 닿는 나뭇잎이 아름답고 의상 능선 봉우리들이 정겹다.
이왕 도는 것 조금만 더 가보자. 시간 줄이려고 일부러 안찍었은데, 성곽 옆에 핀 취나물 꽃들이 색을 달리하며 자꾸 유혹한다.
하산 길이니 한 번 봐주마.
대동문, 루에 올라 사방을 살펴봐도 나무가 시야를 가린다. 역시 대남문이 조망은 훨씬 낫다.
십 여분 걸어 보국문, 대동문이나 보국문은 오랫만에 왔다. 햇수로도 족히 삼년은 더 지났을 께다.
북한산을 처음 와 보며 이 길, 저 길 등산로 찾아 다닐 때 기억이 난다.
칼바위 능선을 올라, 한 번은 대동문을 만나 백운대로 갔고, 한 번은 보국문을 만나 '똑같은 길로 왔는데 어찌 이리 되었을꼬' 하며
대남문을 지나 부왕동 암문까지, 의상 능선을 처음으로 가 보기도 했다.
마음 같아서는 대성문을 지나 대남문에서 하산하고 싶지만, 해가 많이 기울어 욕심내지 않고 하산 결정.
계곡 쪽으로 내려서자 마자 물이 흐르며 소리를 낸다. 숲 속이라 어둡다. 몇 백m 내려가니 대남문에서 오는 길과 바로 만나진다.
내려 갈 수록 물 소리가 점점 커지는 계곡 길은 여러번 다닌 곳이고 경사가 급하지 않아 다니기에 편하다.
엿새 전 왔을 땐 하산 길에 비가 내려 어둡더니만 상가까지 왔는데도 아직 밝다.
주차장 도착. 산행 소요시간 5 시간 반 소요.
내게 알맞은 시간과 운동으로 컨디션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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