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조 병화 -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벗.

opal* 2007. 4. 30. 08:38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조 병화

 

너의 집은 하늘에 있고

나의 집은 풀 밑에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너는 먼 별 창 안에 밤을 재우고

나는 풀벌레 곁에 밤을 빌린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잔다

 

너의 날은 내일에 있고

나의 날은 어제에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세월이다

 

문 닫은 먼 자리, 가린 자리

너의 생각 밖에 내가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있다

 

너의 집은 하늘에 있고

나의 집은 풀 밑에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조 병화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내일이 어려서 기쁘리

 

살아 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오늘이 지루하지 않아서 기쁘리

 

살아 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늙어가는 것을 늦춰서 기쁘리

 

이러다가 언젠가는 내가 먼저 떠나

이 세상에서는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것으로 얼마나 행복하리

 

아,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날이 가고 날이 오는 먼 세월이

그리움으로 곱게 나를 이끌어 가면서

다하지 못한 외로움이 훈훈한 바람이 되려니

 

얼마나 허전한 고마운 사람이런가

 

 

 

 

                                   조 병화

 

벗은 존재의 숙소이다

그 등불이다

그 휴식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먼 내일에의 여행

그 저린 뜨거운 눈물이다

그 손짓이다

오늘 이 아타미 해변

태양의 화석처럼

우리들 모여

어제를 이야기 하며 오늘을 나눈다

그리고, 또

내일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