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오 세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이별의 말
오 세영
설령 그것이
마지막의 말이 된다 하더라도
기다려 달라는 말은 헤어지자는 말보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별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하는 것이다
"안녕"
손을 내미는 그의 눈에
어리는 꽃잎
한때 격정으로 휘몰아치던 나의 사랑은
이제 꽃잎으로 지고 있다
이별은 봄에도 오는 것
우리의 슬픈 가을은 아직도 멀다
기다려 달라고 말 해다오
설령 그것이
마지막의 말이 된다 하더라도
1942 전남 영광 출생.
서울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68 <현대문학>에 시<잠 깨는 추상>이 추천되어 등단.
1983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1984 제4회 녹원문학상 수상
1986 제1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정지용문학상 수상
제4회 만해상(시문학부문) 수상
<현대시>동인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교수
주요 저서 시집 목록
시집 <반란하는 빛> 현대시학사 1970
시집 <가장 어두운 날 저녁> 문학사상사 1983
시집 <모순의 흙> 고려원 1984
시집 <무명연시(無明戀詩)> 전예원 1986
시집 <불타는 물> 문학사상사 1988
시집 <사랑의 저쪽> 미학사 1990
시집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시와시학사 1991
시집 <신의 하늘에도 어둠은 있다> 미래사 1991
시집 <어리석은 헤겔> 고려원 1994
시집 <무명연시> 현대문학 1995
시집 <아메리카 시편> 문학동네 1997
시집 <너, 없음으로> 좋은날 1997
시집 <적멸의 불빛> 문학사상사 2001
시집 <잠들지 못하는 건 사랑이다> 책만드는집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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