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시간을 밝혀 주기 위함인지, 음력 열 엿새 달은 이제 겨우 中天을 벗어난다.(시간은 열 이레.)
거리나 시간으로는 당일 산행도 가능하나, 군 부대 인솔자와 함께 해야 되는 관계로 무박 산행.
서울 북한산에서 낙뢰 사고 있던 날(7월), 폭우와 뇌성과 함께 산행했던 매봉산이 왼쪽 아래에 있다.
아침 여섯시 반, 대대 앞에서 인솔 하사관 조우. 향로봉 산행을 신청 한지는 꽤 여러 달이 지났다.
지난 달에 산행 할 수 있다 하여 기대를 가졌었는데, 군부대 사정으로 한 달 넘게 지연 되었다.
이번에도 어렵게 허락을 받은 모양 이다.
07:00. 진부령 도착. 감회가 새롭다. 도로 옆에 커다란 백두대간 표지석이 서 있다. 전에 왔을 때 못 보던 바위덩이.
잠시 틈을 내어 미술관 옆의 표지석과 새로 생긴 커다란 돌덩이 옆에 서서 기념 촬영.
위 사진의 입석 바위 앞면에는 세로로 '백두대간'이라 쓰여져 있다.
을지부대에서 간단한 제반 신고 후 산행 시작.
"여기서부터 5.8km는 ** ** 대대가 관리하는 도로 입니다. ..." 칠섭로 표지석 옆 안내판에 쓰여진 거리표시, 살짝 컨닝하여 입력 시킨다.
07:20. 안개 깔린 산등성이 넘어 아침 햇살은 새 날의 날씨를 말해주고.
가파른 오르막을 땀 한 줄기 쭉 흘리며 올라서니 몇 개의 봉우리 뒤, 맨 뒷봉우리 위로 하얀 뭔가가 흐릿하게보인다.
(사진에는 잘 안 나타남) 큰 나무들이 없어 빤히 보인다. 저 먼 곳이 보이다니. 나무들도 마음놓고 살 수 없는 곳. 이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돌아보니 골짜기 동네의 안개는 그대로. 알프스 리조트가 흐릿하게 보이고 뒤로 마산봉이 보인다. 더운 계절에 8시간이 넘는 긴 산행하며
저 산을 넘을 때 무척 지루 했었고, 마산봉에서 해머로 종 대신 쇠 파이프 치며 향로봉 넘어 백두산까지 울려 주기를 바랬었다.
임도따라 세워진 전주가 산 중턱 위로 핀 박힌듯 촘촘하게 서 있다. map이나 guide 없이 갈 수도 있는 구간,
전주 따라 올라섰다 내려오면 되는 곳이다.
현재 시간 09:00. 15분 전에 만난 초록색 안내판에 "여기부터 11.2km는 ** - * 대대에서 관리하는 도로 입니다.
불편한 사항이 있으면 ** - * 대대로 연락하시가 바랍니다." 칠섭로 입구에서 본 안내판 숫자 5.8km를 걸어 왔고, 이곳에서 11.2km면,
편도 17km가 된다.GPS로 잰 거리가 왕복 33.9m라고 했으니 두 가지가 같다는 얘긴데... 그나 저나 언제 다 걷지?
앞으로 걷는 거리는 '향로로' . 이곳부터 향로봉까지11.2km. 뒷면에는 '칠섭로'라고 쓰여 있다. 입구에서 이곳까지가 5.8km.
살신성인의 귀감 故 김 칠섭 중령의 숭고한 넋을 기리며...
"2004년 11월, 작전 장교로서 안개 짙은 새벽에 대대전술 철수를 위해 무전기를 해체하다 고압선에 감전된 부하를 끌어 안아
생명을 구하시고 장열히 산화..." 여지껏 걸어온 도로 이름이 왜 '칠섭로'였는지를 이제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09:50. 추모비 길 건너 맞은 편 위로 쉴 수 있는 간이 의자가 있다. 6시에 아침을 먹었으니 배도 고프다.
그러나 정상에서의 즐거운 오찬 시간이 기다린다.
추모비를 보며 잠시 조용히 묵념은 못할 지언정, 추모비 앞에서 떠들석거리며 술과 안주를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은 보기에도 좀..
팔부 능선 높이에 난 임도. 길 따라 전주가 나란히 간다.
모퉁이를 한 번 돌고, 또 돌고, 또 돌고.
그러면서 계속 오른다. 해발 1000고지 까지는.
1000고지 정도 오르면 경사도가 완만하다. 멀리 향로봉 정상이 보인다. 흰 건물 우측.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둥굴봉으로 정상엔 갈 수가 없다. 마루금대로 걷질 못하고 군사 작전도로로 오르려니
칠절봉(1172m)도 모른채 그냥 지나쳤다. 백두대간 마루금으로 걷고 싶다. 그런데 이곳에선 안 된다.
10:30. 흰 건물, 을지부대 초소 정문 통과, (인솔자는 이곳에서 잠시 쉬고.) 향로봉 정상을 향한다.
몇 발작 앞에 정상이 우뚝 솟아 있다. 이곳에 오기를 얼마나 갈망 하였던가.
어떤이는 뭐 볼것이 있어 여기를 오느냐지만, 눈에 보이는 것만이 볼 것이 있는 것인가.
북으로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이곳. 살을 에이는 모진 바람 불어오는곳, 총부리를 서로 겨누고 있어 쓸수 없는 땅.
한국 전쟁 때(단기 4284/ 5/ 7~6/ 9.) 맹호부대 용사들이 양양, 간성 탈환,
설악산, 향로봉, 이 땅을 얻기위해 얼마나 많은 젊은 목숨이 사라졌는가.
향로 안에 향불이라도 피워 꽂고 죽은이들의 명복과 통일의 염원을 빌 수 있으면 좋으련만,
향로봉을 의미하는 향로는 뚜껑이 꽉 닫힌 채 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향로봉은 '1293m의 높은 고지로서 '구름 덮인 날이면 향로에 향불 피워놓은 형상으로 보인다' 하여'향로봉'이라 불린단다.
<향로봉은 금강산 일만 이천 봉우리 중 하나로 인제, 고성, 간성, 3개 군의 경계지역에 위치. 맑은 날엔 금강산 비로봉과
고성 절벽강의 흐르는 모습이 보이고 해금강의 흰 물결이 넘실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했는데 오늘은 날씨가 도와주질 않는다.
향로봉에서 이어지는 대간 마루금 따라 백두산까지 가고 싶다.~~ 날씨가 맑은 날에 금강산 능선이 보인다 했는데...
이런 날씨 만으로도 감사 드린다.
눈앞에 두고도, 더 이상은 갈 수 없는 곳, gas로 차 있는 북녘 땅을 먼 발치에서 바라 볼 수 밖에 없다.
향로봉 남쪽, 지나온 백두대간 줄기가 아스라히... 마산봉, 신선봉, 대청봉, 점봉산까지 다 보인다.
향로봉 탐방?을 끝내고 을지부대 초소를 인솔자와 함께 나선다. 하산시에도 함께 간다.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르는 이곳, 감사함을 표하고 돌아서서 길 양쪽으로 늘어선 많은 전주들과도 작별하며 하산 한다.
종주라 함은 갔던길 을 되돌아 오지 않지만, 다른길로 하산하고 싶어도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 되돌아 출발했던 곳으로 향한다.
오를 때 4시간 넘게 걸렸던 돌 많은 길은, 하산 때도 큰 차이 없는 시간이 걸린다.
내려딛는 도중, 부대에 위문차 들렸다 돌아가는 차량이 있어 부탁하여 짐칸에 올라타고
진부령까지 돌길을 50여분을 덜컹 덜컹. 엉덩이가 얼얼...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파이사진 중 맨 끝 사진은 오늘 하루 아침부터 오후까지 인솔해주고 귀대하는 곽** 하사관님. 감사 합니다.
을지부대 인솔자, 백두대간 종주 시 Bus mate 이웃사촌과 이름이 같다.
입구부터 이곳까진 칠섭로, 이곳부터 향로봉까지는 '향로로'. 뒷면엔 '칠섭로'라 쓰여있다.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그대로 받아 마시는데 어찌나 시원하고 달던지...
다 올라섰나하고 모퉁이를 돌면 저 만치 앞에 또 모퉁이가 보이고... 모퉁이를 돌고, 또 돌고. 빤히 보이면서도 시간이 걸리니 지루하다.
보초 서는 군인이 건물 창 안으로 보인다.
북으로 뻗은 백두대간 마루금으로 군인들이 다닌 길 흔적이 있다.
이곳에서 시작하여 백두산까지 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내 건강이 받쳐줄 수 있는 동안에.
건물 위에서 바라보니 북으로 뻗은 마루금이 뚜렷이 보인다.
향로봉에 다녀와 미련이 남아 다시 한 번 진부령 주위를 둘러 봤다.
전에 왔었던 곳에 다시 와 보니 감회가 새롭다.
'향로봉을 언제 다녀 올 수 있으려나...' 마지막 구간이 될 수도 있겠다며 임시로 종지부를 찍었던 곳이다.
가자~, 백두산으로~ 전에 촬영 했던 자리에서 다시 한번 ~~~
대간 길임을 나타내는 이런 리본을 찾아 가며, 언제 또 마루금을 걸을 수 있을런지...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백두대간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32-2구간 다시 걷기(싸리재~매봉산~비단봉-검룡소) (0) | 2007.11.11 |
---|---|
백두대간 구간별 지도 (0) | 2007.10.28 |
33-1구간 다시 걷기(건의령~푯대봉~구부시령~덕항산~환선봉~자암재) (0) | 2007.08.23 |
8-2구간, 세 번째 산행(월성치~삿갓봉~삿갓골재 대피소~무룡산~동엽령) (0) | 2007.06.19 |
8-1구간, 두 번째 산행(육십령~할미봉~장수뎍유산~남덕유산~월성치) (0) | 2007.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