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문화,여행)

어머님의 기억력

opal* 2007. 11. 16. 20:12

  

열흘 만에 찾아 뵈니 주무시고 계시다.
 
 잠에서 깨어 일어나 쳐다 보시더니
"누구여~, 아니 어떻게 연락을 받고 왔어?"
막내가 "엄마~ 누군데?" 
 "사촌 시누이, 익종 엄마"   "그런데 여길 어떻게 알고 왔수?"
내가 능청을 떨며 "다 알고 왔지요" 하니
"미국에선 언제 온건데? 아니 늙지도 않고 그대로 있네?"
막내가 옆에서 "엄마 자세히 보세요, 누군가~~" 
 "익종이 엄마 잖아, 그런데 손자들은 다 어디 살우?"
 
잠깐 낮잠을 주무시다 깨어나  잠시 정신이 없으신가 보다.
얼마남지 않은 이 해가 다 가고 나면 九旬이 되신다.
큰 딸을 몰라보고 예전에 가까이 지내던 사촌 시누이로 착각하고 계시다.
할 수없이 두 분이 가까이 지내시던 당시의 익종 엄마 대역을 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미국에 살던 얘기, 자녀들 얘기까지.
막내는 옆에서 웃어 죽겠단다. 얘기하다 말고 깔깔대고, 한동안을 웃었다. 세 모녀는.
웃을 일이 아니고 슬퍼해야 할 일이건만, 왜 자꾸 웃음이 나오는거지?
그래 웃자. 그냥 웃자. 웃는시간 만큼은 우리들에게 행복한 시간이니.
 
30 여분이 지났다.
막내가 "엄마, 아직도 이 아줌마가 익종 엄마야?" 
 "후후, 아~니."
"그럼 누군데?"
"큰 딸, 우리 큰 딸" 어리광 섞인 목소리로 금방 바뀐다.
"그런데 왜 익종 엄마라 했어?"
 "몰라"  천진스럽게 웃으신다.
 
평균 수명은 점점 길어 진다는데,
이 다음 나의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Story(문화,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뮤지컬) La Boheme  (0) 2007.12.07
용문산의 귀염둥이  (0) 2007.12.01
한강 발원지 儉龍沼  (0) 2007.11.11
답사) 두 번째 찾은 청평사  (0) 2007.09.16
전시회) 모네 전  (0) 2007.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