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김 소월- 가는 길, 님과 벗, 님에게,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opal* 2008. 3. 3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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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

저 산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님과 벗

                       김소월

벗은 설움에서 반갑고
님은 사랑에서 좋아라.
딸기꽃 피어서 향기(香氣)로운 때를
고초(苦草)의 붉은 열매 익어가는 밤을
그대여, 부르라, 나는 마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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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에게

                      김소월

한때는 많은 날을 당신 생각에
밤까지 새운 일도 없지 않지만
아직도 때마다는 당신 생각에
추거운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낯모를 딴 세상의 네길거리에
애달피 날 저무는 갓 스물이요
캄캄한 어두운 밤 들에 헤매도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당신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비오는 모래밭에 오는 눈물의
추거운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해가 산(山)마루에 저물어도

                                    김소월

해가 산(山)마루에 저물어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저뭅니다.

해가 산(山)마루에 올라와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밝은 아침이라고 할 것입니다.

땅이 꺼저도 하늘이 무너져도
내게 두고는 끝까지 모두다 당신 때문에 있습니다.

다시는, 나의 이러한 맘뿐은, 때가 되면,
그림자같이 당신 한테로 가우리다.

오오, 나의 애인(愛人)이었던 당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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