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김 용택- 섬진강 매화를 보셨는지요, 선운사 동백꽃,서울 편지, 섬진강에

opal* 2008. 3. 22. 22:42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김 용택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푸른 댓잎에 베인
당신의 사랑을 가져가는
흐르는 섬진강 물에
서럽게 울어는 보았는지요

 

 

 

 

서울 편지
  
                                김 용택

가을비 오고
지하철 5호선 보라색 기차 난방이 시작되었습니다.
따뜻함이 편안한데 오히려
쓸쓸해집니다.


그치고
해 난다
환한 해 아래 편지를 읽다가
편지 들고 한참을 서서

거참, 나도 되게 쓸쓸하네.

 

 

선운사 동백꽃

 

                     김 용택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섬진강에 부는 바람

                            김 용 택

이 산 저 산 넘어서
섬진강에 부는 봄바람은
강물을 찰랑 놀리는데
이내 마음에 부는 봄바람
흔들려야 물 오르는
버들 실가지 하나 못 흔드네
어쩔거나 어쩔거나
섬진강에 오는 요 봄
올똥말똥 저기 저 봄
바람만 살랑 산 넘어오네.
이 산 저 산 넘어간 내 님
이 산 저 산 못 넘어오고
소쩍새 소리만 넘어오며
이 골짝 저 골짝 소쩍거려
꽃 흔들어 산 밝혀놓고
꽃구경 오라 날 부르네.
어서 오소 어서 오소
나는 못 가겠네 어서 오소
보리밭 매다가 못 가겠네
앞산 뒷산에 부는 바람아
보릿잎 살짝 눕히는 것같이
이 몸 눕히며 어서 오소
태산같이 넘어져 오소
이 몸 위로 넘어져 오소.

 

 

세월이 갔습니다

 

                             김 용택

 

저기 저 꽃 피는 것 보니
당신이 오시는 줄 알겠습니다

저기 저 꽃 지는 것 보니
당신이 가시는 줄 알겠습니다

한 세월
꽃을 보며 즐거웠던 날들,
당신이 가고 오지 않아도
이제는 꽃이 피고
꽃이 지는 줄을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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