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이 효녕- 섣달 그믐 밤.

opal* 2008. 2. 6. 01:20

 

 

 

섣달 그믐 밤

 

                              이 효녕 

또 한 세월이 지나 
다시 겨울 바람 스친 명절이 올 때
재래시장을 돌면서 마련한 음식 
떡국 두 사발 들고 찾아가리다 
조각 구름이 된 하늘 문을 열어 주십시오

바람이 가지 끝에서 빈 유리병 소리를 내지만 
촛불 켜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문을 열면
내 가슴에 지닌 영혼들은
섣달 그믐밤 어둠의 계곡에서
설렘이 가득한 명절의 기다림으로 
한 폭의 수묵화로 그림이 되어 주실까

혼자서 가꾸는 마른 잎 같은 삶
마음을 솔바람에게 말리며 마련한 음식
머리만 굴리며 살면서 
가슴에 묶어놓은 미움 모두 버리고
안개뿐인 하늘 문 향해   
손수 술 한잔 따라 주면
가만히 웃음 몇 무더기 흘려주십시오

슬프지만 아름다운 현실로 맞이하여
밤새도록 눈썹 하얗게 세지 않도록 
접어두고 싶은 달빛 없는 길 건너
새날이 밝아오는 명절이면
내 혼자서 기쁜 마음으로 찾아가리다

 

 

 

커피향기 같이 그리운 사람

 

                                            이 효녕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워지는 날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것은 
그대가 좋아하는 꽃이 핀
녹색정원 같은 마음을 돌아
눈가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노을 위로 떨어지는 어느 세월에서
꽃보다 더 진한 향기를 주고
꽃 같은 마음을 주던 사람
오늘의 기다림은 그리움이지만
속마음은 온통 커피색입니다

아무리 산다는 것이
파도처럼 흔들리며 살아야 한다지만
오늘만은 검게 탄 마음일 망정
그대의 가슴으로 스며들고 싶어
오늘도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부드러운 하얀 크림 몇 방울 떨어트려
그대 생각에 젖어듭니다 
 
입 속에서 떠도는 커피 향기는 
빈 잔을 넘는 그리움인 것을 알기에
그대를 생각하는 그리움 마시면서
내 마음으로 가꾼
추억의 꽃밭을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