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장마가 계속되며 불볕 더위를 연출하더니 어제 오늘 비가 내린다.
한 차 가득 신청했다던 회원들 비가 온다는 예보 때문인지 자리가 반은 비었다.
그러지 않아도 출발 시간이 다른날 보다 한 시간이나 늦어 여름 산행으론 늦은 시간인데
참석자 중 관광팀도 있어 충주 나들목을 나서서 탄금대부터 들린단다.
산행이 너무 늦으니 그대로 가자하여 월악산 기슭 36번 도로를 달려 옥순대교를 건너 들머리 도착,
지난번과 다른 길을 이용해 시간이 더 걸려 11시 반이나 되어 도착, 일주일 전 9시 50분에 비교하면 엄청 늦은 시간이다.
출발 때 흐렸던 날씨가 고속도로 달려 충북지역 들어서니 산 머리들을 모두 구름이 가려 놓았다.
달리는 중에 간간히 흩날리던 빗줄기가 들머리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니 굵어 졌다.
이슬비 정도는 여름산행에 시원한 맛을 보태줘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 이 비는 우의가 필요하다.
산행 때 비가 내리면 위험 요소가 더 많다. 이 핑계 저 핑계로 산행을 거부하는 인원이 많아 졌다.
둥지봉 생략하고 가은산만 타며 짧은 산행하기로 하고 희망자 두 명만 들머리 계단 올라섰다.
일주일 전 이곳에 와 불볕 더위에 무기력해져 힘든 산행으로 정상을 7분 거리 남겨놓은 상태에서 포기하고 하산 했었다.
별 볼거리도 없다는 정상을 밟고자 다시 나섰다. 지난번과 다른 산악회를 이용한다.
판쵸를 걸치기엔 덥고, 카메라 때문에 우산을 받쳐들고 오르다 아예 그마져 접었다.
내리던 비 그치고 충주호반 건너 옥순봉이 구름에 들락날락 거린다.
둥지봉 생략하고 가은산만 갈 생각으로 출발 했으나 삼각점 있는 봉우리 지나 둥지 고개로 가는 지름길 앞에 서니
마음이 달라진다. 바람 한 점 없어도 복사열이 없으니 일주일 전에 비교하면 시원한 편이다.
멋진 풍광은 둥지봉 가는 길에 있어 첫 산행 나선 동행인과 함께 즐기기 위해 다시 둥지봉 방향으로 돌렸다.
가은산 정상은 나무가 커 조망도 없고 즐길거리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비는 완전히 멎고 월악산 국립공원 계곡마다 구름이 들어차 멋진 풍광을 보태준다. 멀리 월악산 영봉이 구름 속에 숨바꼭질 한다.
지난번에 혼자 알바하던 길을 확인하고 맞는 길 찾아가니 둥지봉과 노송봉 사이 말목산이 구름에 가려져 흐릿하고
나뭇잎들 빗물에 싱그럽다. 운무에 쌓인 뽀얀 분위기가 한 폭의 수묵 담채화 그대로다.
물기먹은 낙엽 닮은 보호색 띤 붉은 두꺼비 한 마리가 산책 나왔는지 가다말고 렌즈 앞에 모델 해 준다.
새봉 능선에서니 구담봉이 가깝고 둥지봉 바위산이 장대하게 펼쳐진다. 일주일 전에 담은 모습이 있지만 분위기가 또 다르다.
같은 휴일이지만 그 많던 등산객 오늘은 한 사람도 안 보이고 호젓한 길로 변했다.
아름다운 풍광 담기에 여념 없는 동행인, 한 달에 한 번 정모 산행하는 산악회 카페지기이신 이 분마져 산행 포기 했다면
혼자만의 산행이 될뻔 했다. 오늘 하루 상부상조하며 동고동락하니 얼마나 고마운지.
충주호를 가운데 두고 옥순봉과 마주보는 새바위. 일부러 얹어 놓은 듯 엄마와 아기 닮은 크기가 다른 두 바위가
커다란 바위에 올라 앉은 모습이 볼수록 신기하다.
장회나루에서 출발하여 옥순대교 아래 물살을 가르며 부지런히 왔다갔다하는 쾌속선과 대형 유람선,
옥순봉과 구담봉을 안내하는 멘트가 산 위까지 잘 들린다. 옥순봉과 구담봉은 단양 8경 중의 두 곳이다.
수위가 아래로 많이 떨어져 바위가 들어난 봉우리가 보기에 좀 거슬린다.
바윗길과 미끄러운 진흙길을 밧줄 잡고 뚝 떨어지며 내려서서 만나는 골짜기는 충주호 수면과 별 차이없는 높이,
뱃머리와 삼층 갑판에 유람객들이 들어찬 대형 유람선 한대가 골짜기 사이로 클로즈업 된다.
골짜기를 지나 만나는 벼락맞은 바위도 신기한 바위다. 집채보다 큰 바위가 반으로 쩍 쪼개져 사이가 벌어진 상태다.
일부러 쪼개도 그렇게는 못하겠다. 겉 표면은 오랜 풍상을 겪어 이끼 낀 모습이 노령화되어 매끈한데 쪼개진 안 부분은
양쪽이 태극 모양이 서로 맞듯 들어간 부분과 나온 부분이 꼭 들어맞게 생겨 거칠고 젊어뵌다.
둥지봉을 향한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며 다시 땀 흘린다. 녹음 무성한 오르막 오르고 어렵고 힘들게 바위 틈 침니 구간 두번을
낑낑대며 밧줄에 의지하여 오르면 옥순대교가 여전히 한 눈에 들어온다. 새바위 능선과 벼락맞은 바위도 조망된다.
다시 만나는 바위 덩이는 절벽상태라 도움을 청했다. 밧줄만 있으면 거뜬히 오를 수 있던 전과 다르니 나이는 못 속이는가 보다.
양쪽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위 좁은 능선에 앉아 수박으로 요기겸 목을 축이고 둥지봉을 오른다.
기념 남기고 다시 오르다 넓은 암반에 앉아 휴식 취하며 충주호 위로 솟은 구담봉 감상,
다시 노송봉을 거쳐 가은산 정상에 도착, 나무로 둘러 쌓여 조망은 없다. 볼 것이라고는 없는 이곳을 재도전 하다니...
산행 중 정상을 포기하고 내려간 일이 아마도 처음이기 때문일께다.
짧은 역산행 한 2진한테서 연락이 와 여러가지 바위이름이 붙은 멋진 능선을 따라 서둘러 하산,
이 코스도 지나번에 생략했던 곳, 건너편 멀리 푸르른 숲 뒤로 뾰족하게 정상을 이루고 있는 금수산이 반긴다.
상천 휴게소 산행 종점에 도착하여 일행 만나 회원의 지인이 운영하는 팔영루 횟집으로 자리를 옮긴다.
음식점에서 땀과 비에 범벅된 몸을 샤워 후 옷 갈아 입으니 상쾌하여 날아갈 것 같다.
소주 한 잔 곁들인 싱싱한 송어회, 달콤 새콤한 야채 양념에 송송 썬 송어회를 넣어 만든 회덮밥의 그 감칠맛이란...
안주로 먹고, 밥과 비며 먹고, 한 그릇 먹고 또 먹고... 산행 후의 별미에 산행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든다.
몇 년전 임진강 폭포어장에서 송어 먹고 혼난 적이 있어 속에서 거부 할 줄 알알는데 오래되어 잊었나보다.
전에 다니던 산악회에서 함께 산행하다 따로 산악회를 결성하여 동참하게 되었으니 많은 발전 있으시기 빌며,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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