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문경 도장산.

opal* 2008. 8. 19. 23:06

 

 

전국적으로 비가 조금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우의와 우산을 준비하고 긴 팔 옷으로 갈아 입고 나섰다. 

국지성 호우가 며칠 계속 내리다 말다 하더니 오늘은 바람이 심하게 분다. 어느새 추위를 느낀다.

바다에선 풍랑이 인다는 에보가 있었다. 가을이 성큼 문앞에 다가와 기다리고 있다.

여주 휴게소 파고라 아래에서 아침 먹는 동안 햇살이 반짝, 다시 이동하니 검은 구름이 낀다.

 

문경새재 Tollgote에서 상주, 문경 3범 도로, 양쪽 가에 코스모스와 금계국이 한창 피어 바람에 흔들린다,

오는 동안 구름 걷히며 점점 맑게 개이니 완전 가을 분위기다. 길 옆 과수원 사과가 제법 붉다.

"어머나, 멋지다", "맛있겠다.", "딱 하나만 따먹어 보고 싶다."

 "사과 맛이 제일 좋을 때는?누군가가 묻기에 몰래 따먹을 때" 하고 댓꾸했더니 환호성들이다.

가은읍 통과하니 길따라 흐르는 시냇가 수량이 많다, 쌍룡계곡에서 흘러오는 물이 어느새 차가워 보인다.

 

901번 도로 쌍룡계곡 용추교 앞 도착(09:50). 차에서 내리니 볕이 따갑다.

다리에 서서 아래 위 바라보니 계곡의 커다란 바위들과 굽이치며 흐르는 넓은 물줄기가 한 폭의 계곡 그림이다.

오늘의 산행은 원점회귀, 북쪽에서 시작하여 시계 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동쪽으로 갔다가 남(정상)으로 향한다.

들머리는 용추교 건너 우측으로 계곡과 나란히 가는 바위길, 심원사 입구로 향한다.

들머리 입구에 '도장산 4.9km,  2시간 30분 정도 소요' 된다고 쓰여 있다.

소나기라도 퍼부을 땐 못 지나가겠다. 돌길 위로 물 흐른 흔적이 있다. 계곡 옆으로 철다리도 놓여있다.

심원사를 약 500m 거리 남겨둔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고도를 높인다. 잔돌이 깔린 등산로엔 물이 흘러 내린다.

 

돌길을 오르고 숲으로 들어서서 오르니 바람이 한결 시원하다.

샌행하는 날은, 덥지도 춥지도 않은 오늘 같은 날씨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든다.

등산로 주변에 떨어진 풋상수리가 많이 보인다. 바람에 가지까지 꺾였다.

여유 있는 걸음으로 30분쯤 오르니 능선, 물 한 모금 마시고 잠시 서서 휴식, 바람에 살찔 것 같다.

 

다시 가파르게 치고 오르니 터가 넓다, 705m봉 인가 보다. 산행 시작 한 시간 조금 더 걸렸다.

산행시작 점 들머리가 조망되어 살짝 보인다. 뒤로 높은 바위봉이 있는데 이름이 있을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즐거운 것인데... 모르니 답답하다.

 

도장산 서쪽으론 속리산이 있다 했는데 아직 안 보인다. 이 곳도 멋진 소나무들이 많다.

등산로 군데 군데 바위들이 박혀 있고, 바위를 딛고 올라서야 하는 곳이 많다.

구절초가 봉오리를 달고 바람에 흔들린다. 이 산엔 다른 꽃 없이 진분홍 '며느리 밥풀'만 보인다.

좀더 높은곳 오르니 앞에 보이는 높은 봉우리 우측으로 속리산 모습이 작고 흐릿하게 보인다. 반갑다.

 

산행시작 한 시간 반, 도장산 1km, 심원사 2.2km 이정표, 정상은 가까우나

멋진 소나무 가지 사이로 속리산이 한 一字로 보이고, 밧줄 잡고 바위 오른다.

앞서 오르는 일행들 그늘 없는 바위 오르막 길이 뜨거워 뵌다.

바윗길 오르다 뒤 돌아보니 방금 올라섰던 봉우리 내려다 보이고 그 뒤로 용추교 뒤 바위산 보인다.

첩첩이 겹쳐진 산줄기들, 우리가 하차한 지점이 깊은 산 속임을 알려준다.

 

소나무 사이에 틈틈이 박힌 활엽수, 잎이 모두 뒤집히며 흔들리니 바람의 세기를 알겠다.

작은 덩이로 떠돌던 솜사탕 곳곳에 그림자 만들더니 거대한 구름으로 변해 어느새 속리산 위로 모였다.

처음 오를 땐 보이지 않던 숲, 이제 앞이 트이며 조망이 좋아 셔터 누른다. 산 이름도 파악 못하며.

바위틈 비집고 오르고 활엽수 그늘 돌길 따라 오르니 일행들 쉬고 있다.

정상인 줄 알았더니 앞에 더 높은 봉우리 또 보인다. 785m봉 인가 보다.

우측 나무 가지 사이 낮은 산줄기 뒤로 여전히 속리산 줄기 보인다.

 

잠시 내려서는듯 하다 다시 바위 타고 오른다, 커다란 바위에 이끼 보이며 바위 표면에 물이 흘러 내린다.

골짜기도 아닌 이렇게 높은 곳에 웬 물이? 올라서서 둘러 봐도 물이 나올 곳이라곤 없다. 오묘하다.

산행 작 2시간 20분 걸려 도장산(827.9m) 정상. 상주 시청 산악회에서 세운 자그마한 정상석이 있다.

경북 문경시 농암면 내서리와 상주시 하북면 용유리의 경계를 이루는 산,

이웃한 속리산의 유명세에 눌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정상을 둘러싼 나무 사이 위로 속리산 천황봉에서 문장대 지나 관음봉까지 전체가 조망된다.

백두대간 속리산 구간 능선을 밟으며 비경에 취했던 곳, 좀 멀어 렌즈로 당기며 구경한다.

천황봉, 비로봉, 입석대, 신선대, 청법대, 문수봉, 문장대, 관음봉. 모두 보이니 반갑기 그지없다.

바로 충북 알프스 2구간 이지만, 내겐 백두대간 종주 길로의 추억이 크다.

 

먼저온 일행들 빙 둘러앉아 오찬 나누느라 떠들썩 하건만, 속리산 조망 보느라 잠시 시간 보낸다.

둘러앉은 틈 사이 비집고 들어 앉아 식사 함께 나누니 별 반찬 다 먹어 본다.

돼지껍질 요리는 콜라겐이 많아 우리 같은 등산객에게는 무릎에 좋다나 어쩠다나...

 

오찬을 즐기고 다시 한 번 속리산 바라본다, 밤티재도 보이니 추억 떠오른다.

3년 전 여름, 대간 종주시 8시간을 넘게 걷고도 눌재까지 못가고 밤티재에서 포기하고

다음에 다시 눌재에서 밤티재까지 역으로 보충 산행 했던 곳, 

대간 종주 마치고 다른이의 대간 종주기 책을 읽으니 밤티재에서 문장대로 오르며 동료 한 사람이

눈보라에 이기지 못하고 얼어 죽은  주검을 보았다는 구간, 원래는 출입할 수 없는 입산금지시킨 구간 이다.

 

도장산 정상에서의 하산 길은 오를 때 반대로 남쪽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가 북쪽 내려가는 능선 코스다.

능선으로 이루어진 봉우리들은 속리산 줄기와 나란히 하며 오르내리니 아기자기 재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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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원사는 재로 소실된후 시골집형태로 남아있다.

심원사 일주문을 나와 조금 내려서니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물소리가 요란하다.

멀리 숨어 바라보듯 멀리서 폭포수를 감상한 후 내려와 계곡물 속으로 첨벙덩~.

많이 흘린 땀 계곡물에 씻어낸 후 용추교 건너 애마 곁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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