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C의 기온, 어제 만큼 덥다는 예보 들으며 오늘도 가방 들러메고 나선다. 자외선도 많이 강하다 하던데.
2주 전 홍천 매봉, 1주 전 원주 매봉, 이번엔 영월 매봉. 3주 계속 매봉산을 찾는다. 매봉산보다는 그 주변의
남들 잘 안찾는 오지를 찾아서. 가끔 뵙는 연세 많으신 분, "단풍산과 매봉산 산행에 본인 기준 9시간 걸렸다" 했다.
길 선택을 잘못해 두 번을 되돌아 찾느라 힘들었던 홍천과 원주 매봉 산행 생각하며 차 안에서 지도를 꼼꼼히 머릿속에 입력 시켰다. 오지 산행인 요즘, 날씨도 더운데 알바 안 하려면 지도라도 열심히 봐둬야 한다.
오늘은 2진으로 매봉산 산행만 생각했더니 긴 산행 위해 가끔 참석하는 이웃사촌이 단풍산부터 함께 하잔다.
1리터 짜리 물병과 음료 등 무게 나가는 것 이웃사촌 가방에 넣고 1진 들머리 솔고개 정류소에서 내렸다.(10:10)
전에 태백 방향에서 오며 일부러 둘러본 소나무, 유명 제약회사 주인공인 건장하고 멋진 노송이 있는 곳이다.
1진 11명 중 홍일점으로 뒤 따르니 등산로 안내 표지가 잘 되어있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지는 않을까?
9시간 걸렸다는 한 마디를 떠올리며 숲으로 들어서니 가파르기가 장난 아니다. 철탑 옆을 지나고 바위가 간간히 박힌 등산로
된비알을 오르니 속도가 점점 떨어지며 뒤로 밀려난다. 괜히 따라 나선 것 아닐까? 이웃사촌과 후미대장에게
"나와 함께 가면 답답 할테니 땀 흘리고 먼저 올라가 전망대에서 기다리라" 하고 본인 페이스 대로 올랐다.
내게 속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인내심 갖고 끝까지 가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차 안에서 늦게 먹은 식사 때문일까? 영월에서 태백으로 가는 구불 대는 먼 거리의 멀미 기운이 남아 그럴까?
속이 답답하고 편치 않다. 가다보면 소화도 잘 되고 편해지겠지 맘 편히 생각하며 오르니 능선 길이라 바람이 도와준다.
소나무가 많은 비율의 잡목 숲은 햇살이 가려져 뜨겁진 않으나 쏟아지는 땀은 무시할 수 없다. 낯선 길을 찾아가는 여행이
삶과 같다 했지만 이 힘든 고행을 왜 사서 하고 있는 걸까? 평지 없이 계속 오르막인 등산로는 쉴 틈을 안 준다.
앞서간 일행들은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소리조차 감췄다. 바람소리 잠잠하고 재잘대는 새 소리만 친구 하잔다.
도로에서 볼 땐 들쭉날쭉한 바위 봉우리들이 이룬 Sky line이 멋지게 보였는데 막상 숲에 들어와 보니 경사가 급해 앞 바위만
커 보이고 하늘과 맞닿은 바위들은 보이지도 않는다. 우람한 바위들은 위엄을 떨치며 위용을 부리고 있어 감히 근접도 못한다.
바위는 직접 오를 수 없어 우회로로 돌아 올라서 보니 아래로는 깎아지른 절벽을 이루며 전망대 역할을 한다.
들머리 마을이 발 아래 내려다 보인다. 산행 시작 한 시간 지나 처음 본 하늘이다.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던 일행들은 모두 떠났고 다시 오르막. 1100m 이상되는 6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연결되는 바위봉 단풍산.
첫 봉과 두 번째 봉은 오를 수 없고, 우측으로 난 우회 도로를 오르니 나무 그늘에서 후미 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다시 한 번 가파르게 오르는 골짜기 오르막은 경사도가 급해 나무에서 나무로 이어가며 밧줄이 매어져 있다.
100 여m 되는 굵고 흰 밧줄을 잡고 십 분 정도 오르니 안부에 닿는다.
Sky line에 해당되는 안부는 날아갈 듯 바람이 시원하다. 능선따라 우측으로 5분 정도 걸으니 하늘과 아래가 보이는 전망대,
숲 속으로만 걸으니 하늘 보기 힘들다. 커다랗게 모난 바위군과 노송과 고사목이 어우러져 풍광이 좋다.
속도 빠른 1진의 하산 시간에 맞추기 위해 셔터 누르기를 많이 생략하며 걸었다.
기념이라도 남길까하여 셔터 누르니 숲 밖 배경이 밝아 어둡게 나온다 . 숲이 워낙 어두우니 조명을 사용해도 별 차이 없다.
산행시작 1시간 50분 만에 단풍산 정상(1150m) 도착. 먼저 온 이웃사촌이 기다리고 있다. 지도에는 1180m봉 지나 1215m 봉위리가 정상인데 정상석을 등에 지고 오르던 분이 힘들어 네번 째 봉에 미리 세웠나 보다. 지도와 높이도 위치도 다르다. 정상석은 까만 사각 대리석 위에 화강암 삼각기둥으로 만들어 작년 10월에 세웠다. 단풍산만 산행하는 등산로는 우측으로 하산 표시가 되어 있다.
제일 높은 봉우리에 가 간식 나누자며 발을 옮기니 앞으로 가야할 뾰족한 봉우리들이 잠시 보였다 사라진다.
드문드문 바위로 이루어진 능선에선 나무가 없어 간간히 조망이 보인다. 양쪽이 내려 설 수 없는 절벽 상태의 능선이라 등산로는 갈림길 없이 오로지 한 길로 되어 있다. 높은 곳은 비탈이나 우회로로 이어지는 어두운 등산로, 1180m봉을 올랐다 내려딛고 다시 1215m 제일 높은 봉우리에 오르니 조망이 없다. 정상석이 있는 곳에서 45분 더 걸렸다. 지도에 표시된 단풍산 정상이지만 이곳엔 아무 표시도 없고, 앞 선 일행 중 한 분 힘들다며 쉬고 있다. 타 산악회에서 다니다 참석 했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이름없는 산에 오니 새로운 맛이 있어 좋다 한다. 1진 중에도 속도전 펼치는 선두와 중간 나뉘어 달리고 거북이 후미팀 5명은 주저앉아 간식 펼친다.
각자 준비한 간식 나누며 허기 달래고 다시 능선 밟으니 좌측 멀리 산줄기 능선에 풍력 발전기 여러 대와 다른 봉 정상의 정자인 듯한 건물 보인다. 여기서 좌측이면 북쪽, 두위봉이 보여야 하는 곳이니 확실하진 않지만 전에 걸었던 백두대간 매봉산 능선 같이 생겼다, 그러고 보니 전국에 매봉산이 참 많다. 간식 먹은 1215m봉에서 능선따라 한 시간 쯤 걸으니 우측으로 매봉산 서봉이 잠깐 모습을 보여주고 숨는다. 오후 1시 반이다. 산악지대라 숲이 우거지고 나무의 키가 커 앞 뒤가 잘 안보인다.
이곳 단풍산에서 매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바위도 많고 낭떠러지 단애도 곳곳에 보인다.
커다란 바위에 낀 이끼를 보니 이곳은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별로 없다. 명을 다하고 쓰러진 고사목들이 많아 원시림을 방불케 한다. 맑은 햇살은 그늘에 가려졌어도 싱싱한 숲 향기와 태고의 신비 그대로 때묻지 않은 자연이 있다. 오지산을 찾는 진정한 맛을 느낀다. 계곡은 아니라도 이런 곳은 피톤치드와 함께 음이온도 많을 것 같다.
본격적인 매봉산 산행으로 바뀌며 종일 안 보이던 꽃과 나물이 눈에 띈다. 많지는 않지만 꽃잎이 뽀얗고 속이 빨간 목본 함박꽃,
드문 드문 보이는 진분홍 앵초, 이름모를 하얀 꽃, 취나물 잎도 아주 드물게 보인다.
나물 채취겸 짧은 산행 한다며 서봉으로 올라 매봉산 타고 하산하는 2진 일행들은 어디쯤 있을까? 나물은 많이 뜯었을까?
줄기차게 올라야 하는 된비알이 시작되며 지면은 반 너덜이라 정확한 등산로가 없다. 바위반 풀 반 위로 나무가 서있다.
오르막에선 어김없이 속도 떨어지는 느림보, 후미팀들이 저만치 앞 서 또 안 보인다. 바쁜 일정이기도 하지만
꽃이나 조망이 없어 셔터 못 누르다가 꽃 만나 눌러 보지만 숲이 어두워 생각보다 잘 안나온다.
사람 지치게 하는 된 비알, 길도 없는 오르막에 마지막 힘을 쏟는다. 능선을 만나니 앞 섰던 일행 휴식 취하고 있다.
우측은 매봉산 서봉이고 우린 좌측의 매봉산으로 가야 한다. 2진으로 먼저 지나간 가이드가 표시지를 놓고 갔다.
교신기로 부르니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서봉에 2진 후미, 매봉산에서 2진 선두 양쪽에서 소리 들린다.
매봉산 정상(1286m) 도착, 오후 2시 20분, 10시 지나며 산행 시작 했으니 네 시간 반이 조금 안 걸렸다.
정상석은 단풍산과 이름만 다를 뿐 모양이 똑같다. 전에 세웠던 정상목은 부상 당하여 옆으로 밀려나 서있다.
정상이라는 흉내 내느라 나무를 조금 베어내 조망을 만들었으니 산줄기에 비해 장쾌한 맛이 없고 볼 거리도 별로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여 정상 기념 남기는 중 매봉산 산행 그룹 2진 후미 도착한다. 1진 선두 하산한다 소리 들은지 한참 되었다.
늦게 도착한 2진 일행과 가파른 능선 내려 딛고 또 내려 딛으니 정상에서 800m 지점에 하산 표시 이정목 있다.
먼저 온 2진 일행들 나물 뜯느라 바쁘다. 내려딛는 길은 가시나무 관목류가 길을 덮어 옷을 잡아 당긴다.
모자를 뺏기도 하고 심지어는 스틱도 뺏길 뻔했다. 풀에 덮인 오솔길 바닥은 돌이 박혀 있어 헤쳐가며 내려 딛어야 한다.
산딸기가 지천으로 달려 유혹을 하니 복분자 만큼 좋다며 따먹기 바쁜 사람도, 그릇에 따 담는 사람도 있다.
수풀 속으로 하얗고 가느다란 청초한 은꿩의 비름이 보이고 이름 모를 진분홍꽃도 보인다. 개망초가 흐드러진 평원,
칡넝쿨 얽히고 설킨 하산로는 지루함을 느끼도록 길다. 내려 딛을 수록 길 옆으로 꽃이 진 금낭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통나무를 이어 만든 원수 없는 외나무 다리를 건너니 31번 도로가 가로 지른다. 좌측으로 방향을 돌려 아스팔트길을
1km 정도 걸어 차 있는 곳 도착하니 16:10. 산행 소요 시간 6시간을 살짝 넘겼지만 빨리 왔다.
선두 몇 명은 가메봉까지 타고 내려 오고 있다며 아직 도착 못했다. 함께한 일행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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