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측으론 충주호반, 좌측으론 겹겹 쌓인 산줄기, 호반 따라 들쭉날쭉 구불구불 산을 돌며
금수산까지 홀로 산행 하겠다는 한 사람 도중에 내려주고
옥순대교 앞에서 하차(09:50)하여 대교 좌측 전망대로 나무계단을 오른다.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니 강 맞은편에 단양 8경 중 한 곳인 옥순봉이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며 서 있다.
장마를 대비하여 물을 방류한 충주호는 바닥이 들어날 정도로 수위가 떨어져 수량이 적다.
멋진 조망 감상하는 사이 산객들 모두 숲 속으로 사라졌다.
기온 높은 장마기간 날씨, 바람한 점없는 잡목 숲은 가쁜 숨을 몰아 쉬게 한다. 위 옷이 금방 땀 범벅 되니
아래로 아래로 흘러 몽땅 적신다. 한 동안 옆에 걷던 일행 나무사이로 보이는 '새바위'를 가르키며 일러준다.
능선에서 간간히 충주호와 옥순봉이 보인다. 뚝 떨어진 수위로 물 색도 탁하고 들어난 바위산이 흉하다.
둥지고개로 가는 지름길과 헤어져 우측으로 올라선다. 가파른 오르막에 발이 안떨어져 속도를 늦추니 일행이 멀찌감치 도망친다.
낮은 봉우리를 오르고 또 오르다 갈림길을 만났다. 직진은 오르막 우측은 비탈길, 가다보면 만나겠지.
새바위와 벼락맞은 바위를 보려면 우측으로 가라던 말을 생각하며 작은 능선 안부에서 우측 봉우리로 올라서니
사람은 안 보이고 건너편 봉우리에서 떠드는 소리 들린다. 잘못 왔구나, 안부까지 다시 내려서서 앞 봉우리로 향해 오른다.
가뜩이나 늦은 속도에 알바까지 했으니 사이가 더 벌어진다.
숲 속에선 빤히 보이던 새바위가 가까이 오니 오히려 나무에 가려 안보인다.
어디로 가야 하는 지를 몰라 반대편에서 오는 이에게 물어 능선따라 내려서니 오늘 일행 중 후미대장과 한 사람이
뒤에 오고 있다. 반가운 마음으로 새바위 있는 바위를 오르려니 다리가 짧아 도움을 받는다.
뒷사람 올려주는 동안 바위에 올라서서 앞서 걷다 다시 내려섰다.
뭐가 이리 높지? 간신히 내려서서 걷고 다시 오르다 보니 내가 지나온 길이다.
??? 어뗳게 된거지? 앞으로 가야할 것을 뒤로 가고 있잖아? 귀신 곡할 노릇이네. 어려운 곳도 아닌데 오늘 왜 이리 혼자 헤메지?
돌아서서 후미대장 부르니 많이 내려섰는지 대답이 없다. 반가웠던 마음도 잠시, 마음이 급해져 그런가
왕모래 비탈에 미끄러지며 바위에 부딪쳐 팔꿈치가 까졌다. 찰과상을 입으며 피가 흘러 옷이 빨갛게 물든다.
새바위에 다시오르니 어미새 새끼새 두 마리다. 그런데 아까는 왜 하나만 보였었지?
이젠 벼락맞은 바위찾아 내려서는데 급경사의 연속이다. 밧줄 잡고 내려서기도 하면서.
수면 가까운 높이까지 내려 서서 작은 골짜기 건너너 벼락맞은 바위.
집채 만한 바위가 반이 쩍 갈라져 있다. 정말 벼락맞은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 반으로 갈라 졌을까?
물가에서 올라오는 시원한 바람 쏘이며 물로 목 축인다.
암봉으로 이루어진 둥지봉을 향해 계속 올라서는 가파른 오르막은 힘이들어 죽을 맛이다.
처음 들어보는 '폭염경보' 내린 날의 고행, 이러다 이젠 영영 산행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컨디션이 영 말이 아니다.
가다 못가면 무슨 수가 있겠지.. 내 페이스대로 무리하지 말자. 오르막이 계속되니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
밧줄 잡고 간신히 침니 구간 오르니 앞서 가던 일행이 쉬고 있다. 여지껏 혼자 다니다 한참 만에 일행을 만났다.
수박으로 목을 축이고 다시 고행의 시간, 옆에서 오르는 이는 신음 소리가 다 난다.
밧줄을 몇 번씩 잡고 겨우 절벽상태 암봉 둥지봉에 오르고,
무명봉 노송봉 오르는데 새바위 근처에서 맴도는 헬기 소리가 난다. 누가 또 떨어졌군...
마당처럼 넓은 바위에 앉아 단양 8경 중의 하나인 구담봉을 감상한다.
왼쪽으로는 말목산이 반갑다며 인사한다. 그대로 앉아 쉬고만 싶다.
노송봉 정상, 나무의 키가 커 조망이 없다, 먼저 앞섰던 일행은 가은봉 정상 다녀와 쉬고 있다.
7분 거리의 가은산 정상을 남겨 놓고 포기하고 일행들과 상천 휴게소로 하산.
날씨가 더워 얼마나 힘이 드는지, 산행 몇 년 동안 정상을 포기한 날은 이 날이 처음이다.
하산하여 들으니 다른이들도 모두 마찬가지, 다른 봉우리를 혼자 산행한 이도 이런 날은 처음이란다.
토박이 주민들은 가은산을 '가는산'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마고 할미가 이 산에 놀러 왔다가 반지를 잃고 그 반지를 찾으려고 온 산을 뒤지게 되었는데
모든 능선과 골짜기를 샅샅이 찾아 다니다가 아흔 아홉 번째 골짜기에서 반지를 찾게 되었다.
반지를 찾은 마고 할미는 "이 산에 골짜기 하나만 더 있다면 한양이 들어설 골짜기인데
내가 이 곳에 눌러 앉아 살려고 해도 한양이 못될터이니 떠나야겠다"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하여
'가는 산'이라는 이름이 생겼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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