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나바루 트레킹

★ Mt, KINABALU 등반 둘째 날 ★

opal* 2008. 9. 1. 11:37

 

 

내 생애 최고의 날.

 

 해발 3314.3m의 산장, Panar Laban.

초저녁부터 세차게 쏟아지는 빗소리가 바람 소리와 더불어 무섭게 들린다.

적도 부근에 위치한 나라라 태풍이 없다고 하더니 바람 소리가 대단히 커 

폭우 쏟아지는 강우량이 시간 당 몇 십mm는 될 것 같다. 

양철 지붕을 때리는 비 바람 소리에 잠은 다 도망가고

조금만 움직여도 삐걱거리며 소리 나는 이층 침대는 다른 사람 잠 깰까봐 긴장 된다.

평소 집에서 늦게 잠드는 습관이라 얼른 잠이 오지도 않는다.

'바람아래의 땅(The Land Below the Wind)'이란 별칭처럼 코타 키나바루는

태풍궤도의 아랫쪽에 위치하고 있어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 재해가 거의 없는 축복의 땅 이란다.

 

무박산행 한다는 편한 생각으로 바람 소리 들으며 밤을 보낸다.

집에 있을 땐 늦잠 들 시간이지만 여기선 일어나야 할 시간이 가까워 온다.

방문 여닫는 소리 또한 삐거덕, 바닥은 쿵쿵 울려 귀에 거슬린다.

색다른 음식 섭취로 가스가 생성되는 일도 나로썬 신경 쓰이는 일 중의 하나, 

한 밤중, 밖으로 나가보니 무섭게 들리던 바람소리는 안에서 듣는 소리와 전혀 다르다.  

하늘을 보니 언제 비가 왔더냐, 뽀얗게 모여 있는 은하수 옆으로 굵은 별들이 초롱초롱, 

손에 잡힐 듯 떨어질 듯 투명하고 밝다. 이대로 날씨가 맑으면 좋겠다,

춥지만 않으면 밖에서 밤을 지새워도 좋을 듯 싶지만 힘든 산행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코고는 사람이 부럽다. 그럭저럭 두 시가 되었다, 모두들 잠을 못 이루고 커피를 찾는다.

머리는 띵하지만 일어나 랜턴부터 챙기고 겨울 채비로 중무장 한다.

밖엔 사람들 오르는 소리 나며 불빛이 줄을 잇는다.

가이드는 두 시 반이 되어도 소식이 없어 한 사람만 남고 그냥 오르기로 하고 나서서 사람들 뒤 쫓는다.

 

다른 사람 발자국 뒤에 불 빛 비추며  바짝 뒤 쫓아 가파른 돌과 나무계단 오르니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보이질 않는다.

사방이 캄캄하니 사진 찍을 일 조차 없어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돌 길 오른다.

오랫만에 캄캄한 밤에 오르니 무박 산행으로 힘들게 설악산 오르던 생각이 난다.

달빛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것 만을 다행으로 여기며 감사하는 마음이다.

 

가파른 오르막에 밧줄을 잡고 오르기도 하고, 오르다 잠시 쉬며 심호흡도 한다.

한 시간 반쯤 오르니 불빛에 팻말이 보인다, 7km 지점 해발 높이 3653m.

 

Check point Sayat Sayat Hut(3668m), 산장 출발 2시간 40분 걸려 체크 포인트 도착,

등반객 한 사람 한 사람 각자 목에 걸린 허가증과 대조하여 체크하며 확인하고 들여 보낸다.

앞서가던 room mate 꽃다지, 뭔가 묻더니 돌아서서 내려 온다.

물을 갈아 마셔 그런지 복통은 없는데 탈이 난 것 같단다.

체크 포인트 바로 아래 작은 공동 화장실 하나가 있다. 

어제 산행시작 후 첫 쉼터부터 있는 화장실은 모두 남녀 공용, 하나로 되어 있다.

 

체크 포인트 위로는 화강암 암반으로 본격적인 암반 타기, 등대 역할하는 굵고 흰 밧줄 따라 오른다.

체크 포인트 들어서서 35분 정도 올라 7.5km(3800m) 표시 지나니 숨 쉬기가 가빠진다.

고산증이라기 보다는 잠을 못 자 머리가 어지럽다는 생각으로 치부하니 아무렇지 않은 듯,

아직 고산증은 아닌 것 같다.

 

탈이 난 꽃다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두리번 거린다, 

한 번도 와 본 곳이 아닌데다 사람들이 줄을 이어 오르니 마땅한 장소 찾기가 어렵다. 

사방이 캄캄하니 오히려 도움이 된다. 주변의 산세로 보아 적당한 곳 찾아 해소하나 그래도 걱정 스럽다. 

늘 앞서 다니던 꽃다지 힘든지 뒤에서 추월을 못하고 있다. 

잠시 잠시 서서 쉬어가며 오르다 만난, 지도와 함께 표시된 이정표,

거리 8km에 높이 3929m, 500m거리 오르는데 30분이 넘게 걸렸다.  제일 힘든 구간 같다.

아직 어둡지만 정상이 가깝다. 20여분 걸어 8.5km 거리에 높이 4008m, 드디어 해발 4000m를 넘겼다.

여명으로 정상이 보이니 반갑고 또 반갑다. 꼭대기에 많은 사람들이 랜턴 비추며 바글대고 있다.

 

먼저 올라가 기다리는 사람들은 몹씨 춥겠다는 생각하며 

드디어 'LOW'S PEAK'(4095.2m), 정상 오른다. 커다란 너덜 바위봉을 네 발로 기어 오르니

백두대간 종주 중 황철봉 구간 너덜 지대를 어둠 속에서 오르던 생각이 난다.

동쪽 하늘이 밝아 온다. 동쪽 바위 봉우리 위로 먹구름이 끼어 있고 그 위로 붉고 노란 빛이 새어나온다.

랜턴 불을 끄고 사진 찍으며 오르니 희고 굵은 밧줄은 정상까지 이어져 있다. 

 

잠을 잤던 Panar Laban(3314.3m)산장에서 정상까지 2.5km 거리, 781m 높이를 3시간 더 걸려 도착 했다.

빨리 걸으면 안된다고 했지만 숨이차서 빨리 걸을 수도 없다.

고산증 없이 올라온 자신과 꽃다지에게 감사하고 건강한 체력 주신 부모님께 감사 드린다.

 

높다 싶은 정상은 어디나 많은 사람들로 붐비며 복잡하다. 먼저 기념 남기고자 아우성, 국내나 국외나 똑같다.

모두들 같은 시간 대에 오르게되니 더 하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말은 안 통해도 행동은 같다. 

해가 올라야 할 동쪽 봉우리와 정상 봉우리 사이 계곡을 까만 먹구름이 채우며 위협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무서운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 분위기다. '여지껏 잘 참아 주셨으니 조금만 더 참아 주사이다.'

그러나 제각각의 다른 봉우리들은 꼭대기에 햇살을 받거나 음지로 순간 순간 색을 달리하고 있다. 

 

구름이 잠시 훼방을 놓아 멋진 일출은 못 담았지만 그래도 비가 내리지 않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두 달전 비슷한 시기에 이곳에 각자 왔었던 지인 두 명, "비가 내려 조망도 못보고 하산 했다"고 한걸 들었다.

어제 새벽에 오르던 사람들도 폭우로 초입에서 제지당해 올라 서지도 못하고 내려 섰다니

이 얼마나 행운인가. 형용할 수 없는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며 골고루 둘러본다.

내 인생에 또 하나의 감동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이 웅장하고 고요한 순간들을.

 

최고봉 Low's peak 을 중심으로 많은 바위봉들이 멀지 않은 둘레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북한산 백운대(정상)를 중심으로 인수봉 만경봉 등이 솟아 있듯,

이곳은 9개의 바위봉이 특색을 지닌 채 멋진 모습으로 솟아있다.

 

오래도록 서서 감상하고 싶지만 춥고 배고파 허기가 느껴져 오래 서 있을 수가 없다,

새벽 두 시부터 한꺼번에 올라온 많은 사람들 삼삼오오 짝을 지어가며 다시 한꺼번에 다 내려간다. 

날이 밝으니 어제 포터로 쫓아온 두 명 현지 가이드가 얼굴을 알아보고 나중까지 남아 있는 우리를

말없이 지켜보며 옆에서 따라 다닌다. 밀물이 밀려왔다 썰물 빠져 나가듯

많은 사람들 거의 다 내려가니 산 봉우리가 휑하니 조용하다. 태고적 신비를 그대로 안고 있듯.

 

날이 밝고서야 제대로 된 모습을 보니 순 바위 봉우리, 틈이 갈라진 바닥엔 작은 풀들만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바위 봉우리 마다 생김새가 특색이 있다. Low's Peak은 식민지 시절 영국인의 초등자 이름을 딴 것이란다.

LOW'S PEAK(4,095.2m 정상),    VICTORIA PEAK(4,094m),      ST. JOHNS PEAK(4,091m), 

KING EDWARD PEAK(4,086m),       UGLY SISTER PEAK(4,032m),   DONKEY EARS PEAK(4,055m),   

 ALEXANDRA PEAK(4,003m),          SOUTH PEAK(3,933m),             TUNKU ABDUL RAHMAN(3,948m).

이 중 South Peak(3933m)은 제일 예쁜 봉우리라 말레지아 지폐에도 그려져 있다며

가이드가 1링겟 짜리 한 장을 건네 준다.  

내려 올 때 보니 암벽 타는 전문 크라이머들 장비를 갖춘 채 남쪽 봉우리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적도 부근이니 늘 같은 시간 대에 일출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체크 포인트 주변에 차나무 일종인 사얏 사얏이라는 관목이 많고 잘잘한 예쁜 꽃들이 피어있다. 

사얏사얏 체크 포인트에서는 내려 올 때도 한 명씩 확인한다. 

이곳은 세계적으로 등반 증명서를 주는 일곱 군데 중의 한 곳이다.

산행 마치고 공원 본부 도착하면 정상 오른 사람은 collar , 산장까지만 오른 사람은 흑백 증명서를 받는다.

캄캄한 밤에 못 보았던 모습을 두루 두루 구경하며 부지런히 내려 딛어 산장에 오니

일행 10명 중 정상에 못 오른 사람이 남자 두 사람, 고산증은 나이와 체력과 관계가 없나보다.

 

잠을 잤던 산장으로 도로 들어가 짐꾸려 라반 라테산장으로 내려와 늦은 아침 식사 마치고 서둘러 하산, 

어제 오르던 길 그대로 내려와 팀폰 게이트 도착하니 오후 1시 15분, 

새벽부터 오르고 내린, 식사 시간 포함 11시간 산행, 오늘 왕복 거리 11km, 내려온 전체 높이는 2000m가 넘는다.

공원 본부로 이동하여 점심식사, 늦은 아침 먹은 바람에 점심은 과일 정도로 때웠다.

 

키나바루山은 히말라야 山郡을 제외한 아시아(동남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적도 지방이라 눈(雪)은 없고 高山이라 일반적으로 고소증을 느끼나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다.

약간의 두통과 구토를 유발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산 높이로 비교해 보면 한라산(1,950m) 두 개 높이가 넘는 곳이 로우 픽(4,095m) 이다.
들머리 팀폰 게이트 (Timpohon Gate)가 1866m면 지리산(1915 m)보다  조금 낮은 곳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4,000m가 넘는 산이지만 전문적인 등반 기술을 요하지는 않는다. 

하루에 정상까지 가지 않고  산장(3300m)에서 하루 밤 지내며 고산증에 대한 적응을 한다.

그렇다고 관광코스로 생각하면 큰 오산,

산장에서 기권하고 정상에 못 오르신 젊은 남자 분, 산행 경력이 적었던 탓이다.

 

체력은 어느정도 따라 줘야 한다. 평상시 산행 경험이 있으면 무난하다.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빽빽한 밀림은 옆으로 들어 갈 수가 없고 갈림길이 없다.

갈림길은 라양 라양 근처에서 한 번 보았다. 가이드와 포터가 근처에서 같이 다녀 준다. 

등반 중에 사용할 물건은 따로 본인이 챙긴다. 짐을 포터에게 다 맡기면 곤란할 때가 있다.

에를 들어 우의를 Poter에게 맡겼다가 비라도 갑자기 쏟아지면 낭패를 본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고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어

생태계가 잘 보존되고 이를 위한 각종 시설과 트레킹 루트가 정비 되어 있다.

흔히, 산 이름을 칭하면서 코타 키나바루라 하는데 코타는 우리말로 市(도시)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코타 키나바루라 하면 키나바루시가 된다. 山은 말레시아말로 군눙(Gunung)이라하고,

군눙 키나바루라 해야 키나바루산이 된다. 통상 영어로는 Mt. Kinabalu라 쓴다.

등산로는 팀폰게이트(Timpohon Gate)와 메실라우 게이트(Mesilau Gate)가 있다.

어디서 오르던 라양라양(Layang-Layang : 제비 서식지란 뜻. 2,740m) 쉼터에서 만나게 된다.  

팀폰 게이트 코스는 들머리부터 정상까지 꾸준한 오름길인데 반해,

메실라우 코스는 도중에 계곡으로 한번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는 고도차 200m 정도의 굴곡이 있고,   

길이도 메실라우 코스가 1.5km 정도 더 길단다.  

두 코스가 라양라양에서 합쳐저 정상까지 오르게 되니 등산로 모양이 우리글 '시옷(ㅅ)' 字 같다.

 

내 생애 최고의 날, 이런 날이 1년에 몇 번이나 있을까?

출발 전 '과연 내가 해 낼 수 있을까? 그 높은 곳을 어떻게 오른단 말인가... '

앉아서 걱정만 하던 일을 해 냈다는 뿌듯함에 자신감 넘치며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밥 안 먹어도 거뜬하게 잘 지낼 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다.

 

등반 마치고 공원 입구로 내려와 칼라로 된 등반 증명서를 받았다.

일행 중 제일 젊은 남자 분, 산장에서 포기하고 못 오르는 바람에 흑백 증명서,

또 한 사람은 8km 지점 3929m 까지 올라갔다가 숨이 차서 못오르고 기권,

바위 틈에서 바람 피해 있다가 하산.

다행히 체크 포인트 안에 들어 갔다 나왔기에 증명서는 칼라 증명서로 받았다.

 

Poter에게 맡긴 짐은 1kg당 왕복 4$- 32$과 도시락 1개당 1$ 지불, 두 사람 짐 한 가방에 넣었더니 편하다. 

 

점심 식사 후 차로 한시간 반 넘게 달려 해안가 키네바루 市로 이동.

The Pacific sutera Hotel 도착.

8층으로 방 배정 받아 문 열고 들어서니 맞은 편 창 밖 아래로 야자수 심겨진 골프장 보인다. 아~ 공 치고 싶다.

 

저녁식사 전까지 시간이 있어 그 동안 못한 샤워, 따뜻한 물로 시원스레 씻고, 

해변의 길이는 짧지만 sunset beach인 호텔 야외 수영장 옆에 딸린 해변으로 나가 일몰 감상.

안으로 들어와 일행들 함께 모여 한인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가 맛있는 저녁식사 나눴다.

 

호텔로 돌아와 한 방에 모여 맥주 마시는 자리,

"어제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네? 무슨 말씀...?"

"존경 스럽습니다.  아주 멋지게 사시는 모습이 정말 부럽습니다."

친구 사이인 젊은 부부 두 팀 날 보며 비행기 태운다. 그 중 한 사람, "사실은 어제 산에 올라가며

'저렇게 나이든 여자도 오르는데, 남자인 내가 못 올라갈까? 하며 혼자 중얼거렸거든요."

그런데 결과는 전혀 예상치 못하게, 일행 중 제일 젊은 본인이  정상엘 못 올라 부끄럽다며

"앞으로도 오래 오래 건강한 모습 보여 주세요." 한다.

"혼자 할 수 있나요, 다 여러분들 덕택이지요, 함께 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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