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나바루 트레킹

Mt, KINABALU 등반 첫 날

opal* 2008. 8. 31. 23:20

 

동남아의 최고봉인 Mt, KINABALU(해발 4,095.2m)를 향하여.

 

 아침 일찍 잠에서 깨니 날씨가 산뜻하다. 어제 오후에 내린 비로 모든 것이 청소가 된 듯 깨끗하다. 

창문 쪽 테라스로 나가니 우리가 올라야할 산이 짙푸른 색으로 머리에 구름 조각을 이고 있다.

보기만해도 오르고 싶도록 유혹을 한다. 

정상은 뒷쪽에 있어 안 보이고 앞에 보이는 바위들만 웅장하고 시원스럽다.

어제 밤에 별 빛 보이듯 높은 곳에 자리잡고 반짝이던 산장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오늘 저녁엔 저 곳에서 자고 내일 새벽부터 또 올라가 정상을 밟고 전체 높이를 다 내려와야 한단다. 

 

무엇보다 날씨가 맑고 산뜻하여 기분까지 상큼하다. 창이 북쪽 산 방향으로 나 있어 동쪽은 건물로 가려 있다.

일출 모습은 보이지 않아 산 모습만 카메라에 담고 밖으로 나가니 해가 높이 떠 있다,

동양계 사람들은 다들 웃 옷을 걸치고 데라스에서 사진을 찍는데

 노랑머리 백인 남자들 매너 없이 팬츠 차림으로 산의 전경을 담고 있다.

사진은 빛의 예술 이라더니 빛의 양이 달라짐에 따라 나무들이 가을 단풍처럼 보였다가 도로 녹색으로 변한다. 

 

테라스에 놓여진 의자에 우아하게 앉아 산 바라보며 커피부터 한 잔 하고  늦은 식사 시간 기다린다.

산장에서의 아침식사는 밥은 없고 오이 조각과 감자 튀김을 곁들인 빵조각, 산행 생각하여 입 속으로 넘기니

일행 중 한 사람 계란 후라이만 먹었단다. 현지시간 08시는 우리 시간으론 09시 이니 출출한 시간이다.

 

가방 챙겨 산장 나서서 공원 본부(해발 1563m)로 이동, 차로 십 분 정도 걸린다. 

좁은 길에 고장난 차가 있어 잠시 서 있기도 하며 본부로 가 입산 신고를 하고 

등반 허가증을 구입하여 목에 거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우리나라 같으면 뭐가 이리 오래 걸리느냐고 아우성 칠 것 같은, 아까운 한 시간 반이 그냥 흘러 지나간다. 

하산 후 나중에 알고 보니 산장까지의 거리와 시간을 고려하여 입장시간을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고산증 때문에 천천히 적응하며 올라가야 하고, 일찍 오르더라도 산장 이상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우의, 물통, 스패츠, 간식 등 오늘 필요한 짐만 작은 가방에 넣어 각자 메고, 

내일 사용할 물건은 꽃다지 것과 함께 큰 가방에 넣어 커버 씌워 짐꾼(Poter)에게 맡겼다.

저울에 달아보니 큰 가방 무게 8kg, 작은 가방 5kg, 꽃다지 작은 가방은 무게가 8kg에 가깝다. 

나누어 메자고 해도 나이 많은 언니 배려하며 혼자 힘들게 고생한다.

 

국립 공원 본부에서 셔틀 버스로 20분 정도 올라

해발 1866m에 위치한 팀폰 게이트 (Timpohon Gate)로 이동하니 철문이 굳게 잠겨 있다.

옆 계단을 이용해 옥상에 오르니 아래의 구름이 조망을 가리며 잔뜩 몰려오고 있다,

벌써부터 비가 내리면 어쩌지? 뜨거운 한 낮, 옥상 바닥에 다람쥐 한 마리 나타나 인사 나눈다,

줄무늬가 없고 쥐 색만 있어 우리나라 다람쥐보다 덜 귀엽다.

잠겼던 철문이 열려 계단을 내려와 등반 허가증을 보여주고 등반 시작, 

우리나라 설악산 대청봉보다 높은곳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현지시간 10시 40분.

 

길 옆 숲 속으로 보이는 카슨 폭포(Carson fall)를 지나 오르막이 시작된다.  

등산로 양쪽에 분홍꽃이 반긴다, 꽃 모양은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물봉선 같은 습지식물 이다.

500m 거리에 해발 1935m가 표시되어 있다. 금방 우리나라의 지리산(1915m)보다 높은 곳에 올랐다.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록된 청정 밀림지역, 새로운 나무들이 이색적이다.

 

뚜둥이(히잡)를 쓴 아가씨들과 기념 사진도 찍고, 계단을 오르는데 계단 높이가 너무 높아

다리 한 번 올리기 힘들다. 자국민들의 키 작은 포터들을 위해서라도 계단 높이를 낮춰야 될 것 같다.

TV에서 보던 특이한 새소리가 열대림을 느끼게 해 준다. 

등산로를 내려오는 사람들의 피부색이 흑인에서 백인까지 다양하다. 언제 올라갔다 벌써 내려오는 걸까?

 

제 1 대피소 (Kandis shelter/ 1951m)

  산행 시작 20여 분 후에 만난 첫 번째 쉼터, 기둥 위에 지붕만 얹은 육각형 오두막이다.

옆으로 수도꼭지가 달린 커다란 물통이 있어 식수는 쉽게 받아 마실 수 있다.

이끼 양치류, 난초가 자생하는 다습한 열대 산림 지역이다.  쉼터(대피소)마다 이름이 다르다.

   

 그냥 오르기도 힘든 오르막을 배낭 서너 개를 멘 포터가 옆에서 함께 오른다.

포터의 짐은 멘 만큼 돈을 받는 것이기에 다른사람에게 나눠주지 않는다,

우리 팀엔 세 명이 따라 왔는데 두 사람은 배낭을, 나이 어린 한 명은 우리 팀 열 명분 도시락을 메고 간다.

 

키나발루의 비옥한 경사지 땅은 카다잔 두순족(Kadazan Dusun)의 터전이다.

사바에서 가장 많은 인구의 비중을 이루고 있는 이 부족은 전통적으로

산의 비탈진 언덕에 '캄풍 kampung' 이라고 불리는 마을을 이루고 쌀농사를 지으며 산다.

산 언덕에 사는 생활 환경의 영향일까? 작은 키에 무거운 배낭 서너개를 메고도

 거뜬히 오르내리는 Poter들이 바로 이들 부족인 카다잔 두순족이다.

 

 팀폰 게이트에서 1km거리 해발 2039m, 쉼터 만난지 15분 후에 또 쉼터 만나고, 

1.5km(2164m), 표시된 팻말을 또 만난다.

2.0km(2252m) 지점의 지붕 얹은 안내판 지도를 보니 정상이 아득하다.

또 다른 쉼터에서 물 받아 마시고 쉬엄 쉬엄 오른다.

쉼터 맞은편 등산로 옆으로 공중 화장실이 있는데 키가 큰  외국 어린이 문만 여 닫아 보며 들어가기를 꺼린다.

0.5km마다 거리와 높이가 표시되어 있고 물은 흔하다. 오를 수록 운무가 끼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각기 다른 이름을 가진 대피소들.

<제 2 대피소 (Ubah shelter/ 2134m) : 팀폰에서 1.5km 지점. 제1휴게소에서 약 30분.
    * 등산로 왼쪽으로 송신탑이 있고 나무고사리가 자생하는 오른쪽이 등산로이다.
    제 3 대피소 (Lowii shelter/ 2225m) : 팀폰에서 2km 지점. 제2휴게소에서 20~30분 소요. 
    * 식수와 우천시 대피할 간이 휴게소 설치 
    제 4 대피소 (Mempening shelter/ 2385m) : 팀폰에서 3.3km 지점. 제3휴게소에서 약 40분 정도 소요. 
    * 여기서부터 가파른 등산로가 시작됨. 식수와 우천시 대피할 간이 휴게소 설치 
    제 5 대피소 (Layang-Layang Hut shelter/ 2621m) : 팀폰에서 4km 지점. 제4휴게소에서 30~40분 소요. 
    * 이곳부터 희귀 식충식물인 네펜테스의 자생지임.
    * 식수와 식사할 수 있는 넓은 공간과 악천후시 대피할 대피소가 있음.
    제 6 대피소 (Villosa shelter/ 2896m) : 팀폰에서 5km 지점. 제5휴게소에서 35~45분
    * 비상사태 발생시 이용되는 헬기착륙장이 등산로 우측에 있음.
    제 7 대피소 (Paka Cave shelter/ 3,190m) : 팀폰에서 5.5km. 제6휴게소에서 약 30분.
    * 이곳에는 파카동굴이 있으며 일반 등산객은 들어가지 못함>

 

3.5km(2634m)를 십 여분 지난 라양라양(Layang layang Hut shelter),

팀폰에서 4km 지점,  다섯번 째 대피소다.

 현지시간 오후 1시 20분, 현지에서 준비한 도시락 점심식사. 밥은 불면 날아갈 정도로 푸실 푸실, 

반찬 종류는 다양하나 다 먹어지지 않는다. 

다행이도 나박김치 같은 물김치가 있어 밥에 물을 부어 들고 마신다.

수저는 가벼운 것으로 개인이 준비하면 좋다.

 

이곳의 화장실은 좁지만 양변기를 설치해 놓았다. 군데 군데 쉼터마다 설치해 불편함이 없다.

 

 점심식사 끝내고 다시 오르니 산이 무너진 듯한 자리, 가이드에게 물으니 건물을 짓기 위해 팠으나

세계문화 유산에 등록된 곳이라 허가가 안나 그대로 방치하고 있단다. 이곳엔 우측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다.

MESILAU GATE에서 올라오는 길 같다. 

메실라우 게이트에서 오르는 길은 팀폰 게이트에서 올라오는 길 보다 150~200m정도 더 길고

내려 갔다가 다시 오르는 곳이 있어 더 힘들다 한다.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 있고, 갈림길이 없어 다른 곳으로 갈 수가 없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 산딸기 같은 모양이 있어 따 먹어보니 크기과 맛은 같은데 나무 잎 모양이 다르다.

 

잎이 꽃 색갈처럼 빨갛게 예쁜 나무들, 이름 모를 예쁜 꽃들,

높이가 달라지며 식물들도 높이에 따라 수종이 다르다.

4.5km(2898m) 오르니 등산로가 황토 계단, 돌덩이 자체가 황토빛이다.

잠시 걸어 짧은 나무계단 지나니 암반, 수종도 침엽수로 바뀌고 나무 키도 작다,

아래가 암반으로 되어 있어 조망을 볼 수 있는 곳이나 지금은 운무가 잔뜩 있어 풍광을 볼 수가 없다.

일곱번 째 마지막 쉼터에 올라 돌아보니 방금 내려온 산 봉우리가 보이며 파란 하늘에 뭉게 구름이 멋지다,

카메라에 담으려 준비하는 동안 지나온 봉우리를 또 감춘다. 흐릿하나마 겨우 한 컷 담았는데

아래에 있는 외국 사람 카메라 꺼내는 동안 운무가 도로 가려 놓으니 아쉬워서 약 올라 한다.

 

항아리 같이 생긴 빨간 식충 식물 Nepenthes도 만나고, 두껍고 넓은 상록 잎에 털이 있는 작고 흰 꽃,

우리나라 동백을 닮은 분홍 봉오리에 노랑 수술의 흰꽃, 

모양은 우리나라 구상나무를 닮아 잎은 짧고 색은 연한 연두색 잎에 매달린 꽃은 금강 초롱보다 작은 선홍빛, 

우리나라 회양목과 비슷하게 생겨 새로 나오는 잎과 줄기가 빨간 나무 등, 

희귀하고 이채로운 식물들 보는 맛도 재미가 쏠쏠,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다양한 나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여행은 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두발로 부지런히 움직이고 눈으로 보며,

가슴으로 느끼며 온 몸에 담아 오는 것이라 했던가? 무엇을 담아 가질는 아직 모르지만 현재에 만족한다.

 

거리 5km에 높이 3001m,   현지시간 오후 2시 45분, 산행 시작 4시간 정도 걸렸고, 높이는 1132m 올라섰다.

서두르지 않고 마냥 오르니 아직은 아무렇지도 않으나 3000m 이상이니 고산증에 더 주의 해야한다. 

속도를 늦추니 이 정도의 컨디션, 기분이라면 어디도 오를 것 같은 건방진 생각 든다.

안내판 지도를 보니 현위치가 등산로 반 정도에 표시되어있다.

 

색다른 꽃들을 만나기도 하고 눈에 익은 피라칸사스처럼 빨간 열매도 만나지만, 

위로 오를 수록 향나무를 닮은 듯한 나무들은 줄기가 비비꼬이며 수피는 희끗 희끗,

실 같이 기다란 기생 식물을 달고 흔들리는 모습이 공포 영화에 나오는 장면 같다.

바닥엔 키 작은 민들레, 키가 긴 민들레도 있다. 고비처럼 돌돌 말려 올라가는 식물도 보는 재미를 더해 준다.

 

고도가 높아 지니 나무들 사이로 하늘과 맞닿은 바위 봉우리가 보인다.

검은 구름 모여들어 빗방울 떨어지며 지나간다. 하루 한 차례씩 소나기(스콜) 내린다더니 본격적으로 내리려나?

현지시간 오후 네 시, 와라스 산장(Waras Hut) 도착. 함석조각을 덧대어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물이다.

붉은 나무 문을 열고 인형같이 예쁜 외국 여자 애가 나온다,

아니 어떻게 이 높은 곳까지 올라왔지? 아이도 부모도 대단한 생각 든다.

 

헬기장 인듯한 넓은 빈터에 오르니 위로 산장 건물 운무 속에 흐릿하다.

내리려던 비구름은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려 다행이다.

희고 노란 작은 꽃 담고 올라서니 등산로에 침목이 깔렸다. 

 

해발 3272.7m의 라반 라테(Laban Rata RestHouse) 산장,

팀폰 게이트엥서 약 6km 거리, 일곱번째 대피소 다음에 만난다. 산행 시작 다섯 시간 반 걸렸다.

평균 1km 걷는데 한 시간 걸리면 적당 하겠다. 고산증 예방을 위해 천천히 걸었다.

건물 문 앞으로 가니 현재 기온과 날자 등이 빨간 글씨로 전광판에 나타난다. 

현재 기온은 섭씨 9도를 오르 내리고, 체감온도는 더 춥게 느껴진다.

날자는 말레시아 독립 기념일인 8월 31일. 먼저 올라 기다리던 가이드가 안으로 안내 한다.

 

문 안으로 들어서니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젊은 트래커들로 붐비며 원탁에 둘러 앉아 식사 중이다.

반대편 쪽으로 보이는 창밖을 보니 파아란  하늘과 흰 구름 모습이 환상적이다.

접시들고 부페식 음식 가지러 가다 말고 접시를 도로 놓고 밖으로 나갔다.

날씨의 변화가 심한 곳이라 언제 어떤 상황으로 돌변할지 몰라 사진부터 담아놓기 위함이다.

다행스럽게 올라오는 동안 비 한 방울 안 맞고 운무만 만났었다.

먼 곳까지 보이는 조망이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답다, 

맑은 공기 속으로 보이는 색체가 투명하리 만치 밝다.

올라오면서 안 보여준 조망을 여기서 한 번에 다 보여주고 있다.

우측 옆 위로 보이는 바위봉은 구름이 가리다 말다 보여주기를 아까워 한다.

 저 곳은 운이 좋으면 내일 볼 수 있는 곳이다.

 

외국 사람들과 같이 원탁에 둘러 앉아 식사, 밥을 먹고나니 피로가 몰려 온다.

바람도 차가워져 금방 추위를 느낀다. 다른 팀 가이드는 이미 두꺼운 옷과 모자까지 착용했다.

오늘의 산행은 여기서 마치고 산장에서 쉰다. 난방과 온수가 나오는 이층 방을 차지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 식당 바닥에서 신세를 져야 한단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산장에서 따로 잘 수 있는데 더 올라가야 한다.

일행 10명 중 4명은 라반라테 아래에  있는 산장으로, 6명은 위에 있는 파나라반 산장으로 안내 된다.

얼마든지 걸을 수 있을 것 같던 걸음이 밥을 먹고나니 꼼짝하기 싫어지며 200m 쯤 더 오르는데 죽을 맛이다.

포터가 들어다 준 짐까지 지고 가야 하는데 힘들어 가이드한테 부탁했다.

 

라반라타에만 레스토랑이 있고  이외에 군팅라가단, 와라스 헛, 파나라반 등 4개의 산장이 있다. 

거리 6km, 해발 높이 3290m, 지점을 지나 Gunting Lagadan Hut(3323.2m) 에서 좌측으로 길이 난

Panar Laban(3314.3m) 산장으로 안내 되어 여장을 풀고 하룻밤 지내며 고산에 대한 적응을 한다. 

함석(양철) 집 같은 허름한 좁은 건물 두 동이 붙어 있다. 한쪽 건물에 주방 하나에 방 하나, 시설이 열악하다.

좁은 방엔 이층 침대가 세개 들어차니 방이 꽉 찼다,

나무침대 두 개에 철제 침대 하나, 움직이기만 하면 삐거덕 소리가 난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밖에 멀리 떨어져 있고 공동 사용,

 

자다말고 새벽 두 시부터 움직여야 하므로 체온 뺏길까봐 샤워도 하지 말라는 가이드의 경고도 있었지만

저녁으로 접어들며 낮아진 기온과 심한 바람 때문에 씻을 수 있는 여건도 못된다.

Gas통은 아예 방에 들여 놓았다.

작은 Gas burner 와 주전자가 방에 있어 물 데워 싱크대에서 간신히 세수만 하고

바로 일찌감치 담요 속으로 파고 들었다. 

밖에서 부는 바람에 따라 얇은 커튼이 춤을 춘다. 비 바람만 간신히 모면할 수 있는 허름한 건물이다.

바람소리가 하도 세차니 건물이 날아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바람이 체감온도를 많이 떨어트린다.

겨울내복과 준비한 방한복 모두 입고 모자, 장갑까지 착용하고 잠을 청한다. 

 

 파란 불꽃을 동그랗게 그리며 타오르는 작은 개스 버너, 

 방 한 가운데에서 밤새도록 난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카다잔 두순족 사람들은 스스로 키나발루산을 지키는 사명을 가졌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키나발루산은 선조의 넋의 안식처'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 전에는 '이 산에 오르면 선조들이 편히 쉬지 못하며,

또한 노여움에 재앙을 내린다'는 생각에 산을 오르는 일이 금지되기도 했다.

바로 이 때문에 키나발루산은 그 '세계적인 규모'와 '풍부한 자연유산'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세계인에게 소개된 것이다.

'키나발루 Kinabalu'는 사실 카다잔 두순족의 '아키 나발루 Aki nabalu'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아키 Aki'는 '조상'이란 뜻이고 '나발루 Nabalu'는 '산'이니 합쳐서 '조상의 산'이 된다.

 

1851년이 되어서야 Sir Hugh Low가 최초로 탐험대를 이끌고 이 산을 올랐다.

이들 탐험대는 카다잔 두순족에게서

 '선조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 산 중턱에서 제물을 바치는 의식을 치른다'는 조건으로 등반 허가를 받았다.

그 당시 제물을 바쳤던 지점은 파나라반 Panar Laban, 그 의미는 '제단' 이다.

함께 산을 올랐던 현지 안내인이 흰 수평아리와 7 개의 달걀을 조상에게 바쳤는데,

아직도 부족민들은 매 년 이 날이 되면 파나라반에 올라 조상의 영혼들을 달래기 위한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오늘 저녁에 우리가 누워 잠을 청하고 있는 산장 이름이 바로 파나라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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