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golf 채 휘둘러 보기

opal* 2008. 9. 10. 18:18

 

 

일 주일 전 오전,  전화 벨이 울린다.

"오늘 모이는 날이라 문자 보냈는데 받았는가?"

"아니요, 족쇄 차기 싫어 로밍않고 말레지아에서 며칠 지내다

오늘 아침 도착해 지금 자고 있는 중인데요. 휴대폰도 꺼논 채 같이 자고 있어요.ㅎㅎ"

"그래서 목소리가 그렇군, 어디가 많이 아픈 줄 알고 깜짝 놀랐네."

"우리 모임 날은 알고 있었는데 너무 피곤하니 오늘은 쉬고 다음에 나갈께요."

"그래? 그럼 푹 쉬게나."

 

아침 일찍부터 종일 돌아 다니다 밤 늦은 시간 비행기로 출발하여 새벽에 인천공항 도착, 

집에 오면 우선 샤워하고 잠 청해 자고 일어나 피로부터 풀고 머리를 개운하게 한다.

낮 시간 자고 일어나 식구들과 어영부영 하다보면 하루가 다 지나간다. 

이렇게 푹자고 다음날 제일 먼저 연락한다며 문자 보냈다가 빈정거림을 들었던 일도 있었다, 전에. 

 

다음 날 또 전화가 온다. 이번에는 릿다씨,

"형님~, 어제 모임에서 애기 나누고 결정 했는데 이달 안에 일본 가기로 했어요."

"그래? 그럼 나더러 이달에는 두 번이나 나가라고?"

"형님 이번엔 무조건 가야해요. 두 팀 모두  회원대우 해 준대요."

"가는 곳이 어딘데?"    "후쿠시마에요."

나 안 나가는 동안, 다섯 명은 부부 회원권 구입하여 이미 다녀 온 곳이란다.

 

"그런게 어딨어? 회원 대우가 문제가 아니라 난 공도 안치고 산에만 다니는 것 잘 알면서,

연습도 없고, 공 한 번 안쳐본 나더러 무조건 가자면 어떻게 해?"

"형님 전에 제주에 갔을 때도 안 쳐보고 갔었잖아요, 그래도 공만 잘 맞았잖아요."

"이 사람아 2, 3년 전과 지금은 또 다르지~"

"형님은 운동신경이 남달라 괜찮으니, 일단 여권부터 복사해서 보내 주세요." 

 

말레지아 여행 중 Kinabalu 시내에 있는 Hotel에 투숙 할 때 

눈 앞에 펼쳐진 Green 바라보며 혼자 아쉬워하던 마음이 텔레파시로 전달 되었음인가?

갑자기 연락이 와 사람을 긴장 시킨다.

 

아무리 놀러 가자 한다지만 채 한 번 안 잡아보고 가려니 마음이 편치 않다.

내 사정을 잘 알고 이해하니 가자고는 하겠지만 늘 치고 있는 멤버들한테 민페 될 것 같아

예전에 렛슨 받던 PGA Pro, 다행히 연락이 되어 좀 멀지만 찾아 갔다. 

집 근처에도 연습장은 많지만 망가진 폼으로 혼자 멋대로 쳐봐야 소용 없을 것 같아 멀어도 일부러 찾았다.

겨울철엔 학생들 데리고 외국으로 가 훈련하느라 만나기도 쉽지 않은 분, 어제 필드에 다녀 왔단다.

 

짧은 채부터 잡고 쳐 보란다. "예전의 폼은 아직 좀 남아 있는데 근력이 많이 부족하다" 한다.

"달라져야 당연하지요, 그러니까 일부러 찾아 왔지요. 벌써 10여년 전 얘기에요."

내 멋대로 치며 사진 찍어보니 내가 봐도 몸이 중심을 못잡고 채 따라 쫓아 다닌다.


 



 


무비 카메라 옆에 갖다 놓고 내 치는 모습 녹화하여, 프로 선수들 폼과 비교하며 보여준다.

골프채에서 손 뗀지 8년이나 지났다. 완전 초보나 마찬가지 이니 잘 될리가 만무하다.

 

이것 저것 여러가지 생각하며 채 몇 번 휘두루니 똑바로 맞지도 않고 팔이 아프며 기운이 쏙 빠진다.

'이렇게 팔이 아픈 걸 전엔 공 몇 박스씩 어떻게 쳤지?' 혼자 중얼 거린다.

"아이구 이젠 아무 것도 못하겠네, 등산은 다리 아프고 골프는 팔 아프고."

 

쉬엄 쉬엄 쉬어가며 한참을 휘둘러 보니 맞다 안 맞다 들쭉 날쭉, 며칠만 더 쳐 보면 좋아 질 것도 같은데

추석 명절로 며칠 계속해서 바쁘게 지내야 할 테고, 산에도 가야겠고, 연습 스윙도 못 해보고 쫓아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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