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약 타러 가는 날
어제 산행하고 와 늦게 잤더니 아침 일찍 일어나기 힘들다.
졸린눈 비비며 일어나 아침 먹고 오랫만에 차 갖고 나섰다.
차가 밀릴 땐 한 시간도 더 걸리지만 정체 없는 한적한 시간엔 2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
나설 땐 쨍하던 날씨가 병원 근처 도착하니 굵은 빗줄기 지나간 흔적과 먹구름 보인다.
면적이 좁은 나라 같다가도 이럴 땐 참 세상 넓어 보인다, 불과 20분 사이다.
진료 예약시간은 오전 11시.
진료실 앞 의자가 자리가 빌 사이 없이 일어나고 앉는다.
"나는 왜 안 부르는거야~" 짜증 섞인 목소리의 옆에 앉은 대기자.
"엄마, 시간이 되면 부를 거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엄마는 11시 반 이잖아요."
30분 간격으로 예약증에 표시가 되며 같은 시간대의 진료자는 5명 씩 이다.
11시 예약인 옆 사람도 아직 잠자코 기다리고 있는데...
마른 몸으로 휠체어에 앉아 목을 젖히고 하늘만 응시하는 남자 환자,
목을 뒤로 젖히고 있으니 입은 자연히 벌어져 있는 상태다.
삼십 대 중반 쯤 보이는 아들인 듯한 사람, 휠체어 옆 의자에 묵묵히 앉아 있다.
환자는 가끔씩 가슴이 울리는 소리를 내며 손을 움직이지만 젊은이는 무신경이다.
휠체어 이용하시는 엄마 생각에 그 환자가 더 안스러워 보인다.
우리 막내 동생 같으면 옆에 붙어 서서 왜 그러시냐며 물어 볼텐데...
비슷한 또래의 여자 환자, 보기엔 그다지 크게 아파 뵈지도 않는데
딸을 대동하고 병원에 왔다. 딸도 자녀들이 있음직한 나이로 보이니
바쁜 오전시간 일텐데 하는 생각이 듦은 왜 일까?
옆 자리의 타인들을 내 기준으로 보고 앉아 있는 자신을 본다.
* * *
막내 동생과 통화.
작년 여름 세쩨 숙모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모친 충격 받으실까봐 바로 말씀 못 드렸듯이
이주일 전 세째 숙부님께서 돌아가신 일을 아직 모친께 얘기 못해 드렸다.
매일 같이 지내는 막내 딸 보고도 가끔 "어쩜 우리 딸과 똑같이 닮았다. 우리 막내는 더 젊은데.."
딸더러 "누구신데 여기 와 계세요? 완전 치매까지는 아니지만 오락가락하는 정신으로 지내고 계신 요즘이다.
숙부님 돌아가신 다음날, 어머니께서 꿈을 꾸셨는지 주무시다 말고
"영ㅎ아~, 영ㅎ아~" 부르시며 잠에서 깨어 나셨단다.
동생과, 돌아가신 숙부님 영혼이 엄마한테 들리셨나보다 얘기 했었다.
늘 한결같이 찾는 사람들은 아들들, 숙부님은 잊고 지내시는 가 했더니 이렇게 갑자기 찾으셨단다.
영ㅎ이는 세째 숙부님의 아들, 사촌동생 이다.
어제는 어머님께서 시동생 보고 싶다며 가자고 하시더란다.
이미 돌아가셨으니 모시고 갈 수는 없고, 휠체어에 태워 밖으로 모시고 나가니
가는 곳마다 "여기도 아니다," "여기도 아니다." 하시며 어딘가 "언덕이 있는 곳으로 가자."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짜증을 내시며 뭔가 불안해 하셨단다.
편치않은 심사를 보이시더니 또 영ㅎ이를 찾으시며 가자고 하셨단다.
"엄마, 영ㅎ이가 누군데?" 라고 물으니
"몰러~, 근데 보구싶어~"
마음으로 느끼는, 이 영적인 일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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