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문화,여행)

엄마의 기억

opal* 2008. 10. 28. 00:10

 

먹을 것 한참을 맛나게 드시고, 한 숨 주무시고 일어나신 엄마,

 

"저 사람은 네가 데리고 온 식모여?"(엄마 시대의 호칭.)

어쩌시나 보려고 일부러 그렇다고 대답 했더니

"돈은 얼마씩 줘?"

"이 백만원요."

"아유 비싸."

"왜요 엄마가 데리고 계실래요?"

"난 돈이 없어서 못써."

"그럼 내가 도로 데리고 가면 엄마는 누가 밥해드리지?"

"나도 쫓아가면 안돼? 내가 가서 청소하고 일도 할께."

혼자 계실 생각하니 걱정 되시나보다.

 

"그러면 여기서 청소 좀 해보고 가세요, 얼마나 잘 하시는지,

먹을 것 드리고 돌봐 드리니 이젠 식모로 보여요?

엄마 이제 밥 해드리지 말까보다,ㅎㅎㅎ"

 

잠시 주방으로 간 동생을 당신 딸인 줄도 모르고

내게 식모냐 물으신 거다.

잠에서 깨어 십 여분이 지나야 정신이 맑아 지신다.

 

당신이 늦게 난 막내 딸은 아직 어린 모습만 기억하시는지

가끔씩 몰라보고 누구냐 물으신다.

동생과 둘이 엄마 놀려대며 웃지만 가슴 짠- 하고 마음 서글프다.

엄마의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의 미래는 과연...? 

 

엄마 뵈러 가면 가끔 술을 한 잔씩 마실 때가 있다.

밥이나 떡 같이 주식이 아닌 먹거리는 술을 곁들이지 않으면 

한 두점 먹고나면 잘 안 먹히기 때문이다. 

즐겨 마시던 매실주는 다 마셨다며  이번엔 다른 술을 내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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