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서 정주 -푸르른 날, 향수, 추일미음,가을비 소리

opal* 2008. 10. 29. 15:12

 

 

 

푸르른 날

 

                                서 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향수(鄕愁)

 

                                 서 정주

 

봄 여루 내가 키운
내 마음 속 기러기
인제는 날을 만큼 날개 힘이 생겨서
내 고향 질마재 수수밭길 우에 뜬다.
어머님이 가꾸시던 밭길 가의 들국화,
그 옆에 또 길르시던 하이연 산돌,
그 들국화 그 산돌 우를 돌고 또 돈다.

 

추일미음(秋日微吟)

 

                                              서 정주

 

울타릿가 감들은 떫은 물이 들었고
맨드라미 촉계는 붉은 물이 들었지만
나는 이 가을날 무슨 물이 들었는고


안해박은 뜰 안에 큰 주먹처럼 놓이고
타래박은 뜰 밖에 작은 주먹처럼 놓였다만
내 주먹은 어디다가 놓았으면 좋을꼬.


나는 이 가을날 무슨 물이 들었는고..

 

 

가을비 소리

 

                                 서 정주

 

단풍에 가을비 내리는 소리
늙고 병든 가슴에 울리는구나.
뼈다귀 속까지 울리는구나.
저승에 계신 아버지 생각하며
내가 듣고 있는 가을비 소리.
손톱이 나와 비슷하게 생겼던
아버지 귀신과 둘이서 듣는
단풍에 가을비 가을비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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