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여행

가거도 독실산 산행기

opal* 2008. 10. 3. 13:00

 

 

우리 남한의 최서단은 동경 124도 53분, 북위37도 52분에 위치한 백령도, 東으로는 독도, 南으로는 마라도,

가거도는 E(東經) 125°07′ N(北緯) 34°04′으로 우리나라 최 서남단이라는 상징성이 있으며

 주소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리 이다.

'소흑산도'로 더 잘 알려진 이름은 일제시대 때 잘못 붙여진 이름이란다.

 

예전부터 내려오는 고유의 지명은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의 가가도 嘉佳島, 可佳島로 불리다가

1896년부터 "가히 살만한 섬"이란 뜻의 可居島로 불리게 되었단다.

가거도는 1, 2, 3구로 나뉘고, 선착장은 1구 대리에 있으며 제일 밀집된 큰 마을,

2구(항리)는 민박집이 몇 채, 3구(대풍리)는 산 넘어 가거도 등대 방향 옆으로 있으며 집이 몇 채 안된다.

 

거리는 목포에서 145km,  성수기가 아니라 가거도를 드나드는 배는 하루에 쾌속정 한 대 뿐,

일정을 1무 1박 3일로 잡아 어제(2일) 저녁 10시가 넘어 목포를 향해 출발했다.

경부 고속도로 달리는 중 신갈 정류장에서 마지막으로 꽃다지 차에 오르니 자정이 가깝다.

차 안에서 잔다해도 얼마나 잘 것이며 자리가 불편해 잠도 오지 않는다.

 

밤 1시, 서해안 고속도로 휴게소 행담도에서 잠시 쉬고 다시 출발하여 목포 노적봉 도착하니 새벽 4시 45분 .

희망자에 한 해 유달산 정상에 오르고 06시 집합, 여객 터미널 근처로 옮겨 아침식사.

가거도를 향해 아침 08시에 출발하는 쾌속정에 오른다.

 

일반 성인 배삯이 \55,000. 단체 할인 받아 \51,900에 구입.

제주까지 배를 이용해본 적은 없으나 제주도보다 더 비싸단다. 배는 하루에 한 번 운행,

목포에서 08시 출발하여 비금, 도초도를 지나 흑산도, 다물도, 상 중 하태도, 만재도를 거쳐

12시 반 되어 가거도 도착, 쾌속정으로 4시간 넘게 걸린다.

담배 피는 사람, 사진 찍는 사람들 섬에 들릴 때마다 뱃전에 서성인다.

목포에서 온 손님 내려주고, 먼저 왔다가 다시 목포로 갈 손님 태우는 1회 운행이 고작이다.  

 

가거도 선착장에 도착하니 예약된 숙박지 섬누리 민박집에서 차를 갖고 마중 나왔다.

흑산도나 비금도에선 SUV(Sport Utility Vehicle)택시가 다니던데 이곳에선 안 보인다.

낚시인들이 많아 그런지 민박집 작은 짐차들이 많이 보인다.

운전석 옆자리도 있지만 사방 골고루 둘러보기 위해 일부러 짐칸에 올라 탔다.

 

가거도는 1구, 2구, 3구로 나뉘는데 선착장은 1구에 있고 마을도 크다

선착장이 있는 마을 1구에서 2구 항리로 가는 길은 좌측으로 보이는 해룡산 중턱 고개를 넘어가야 한다.

고개 오른 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독실산은 신안군에서 가장 높은 해발 639m의 산이다.

고개를 넘어가는 길 양 옆으로는 녹나무과에 속하는 후박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굴거리 나무나 천리향도 보이는 걸 보면 상록수가 많아 섬이 사시사철 푸르겠다.

 

우측으로는 산을, 좌측으로는 바다를 내려다보며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20 여분 달려 2구 항리 도착.

섬등 반도 위로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을 촬영한 셋트장이 멀리 허름하게 보인다

섬누리 민박집은 좌측으론 섬등반도, 앞으로는 끝없는 수평선이 펼쳐진 바위 위에 날렵하게 올라 앉았다. 

우리나라에서 해 넘이가 제일 늦은 집이라는 광고 문구도 있다. 제일 먼저 뜨는 해는 물론 독도 일테고.

건물안으로 들어서며 내다 보는 창과 바다는 마치 화질좋은 액정 화면 같다.

 

짐 내려놓고 부페식으로 점심식사 후 희망자에 따라 산이나 바다로 나뉜다.

"얼마전에 이곳에 왔던 O산악회 사람들 하산로를 몰라 뿔뿔히 흩어져 내려오느라 혼났답니다. 

오늘 우리는 현지 가이들를 모셨으니 흩어지지 말고 잘 따라 다니시기 바랍니다."

 

오후 두 시, 밥수저 놓자마자 돌 계단으로 된 들머리 오르니 숨은 헉헉, 시선은 자꾸 바다로 향한다.

날씨가 쾌청하니 바다 색은 말 할 나위없이 푸르다. 이렇게 좋은 날씨 만나기도 힘든 축복받은 날이다.

전망좋은 바위 위에 폐가도 몇 채 보인다. 건물이 많은 선착장 근처 1구보다 2구 하리에는 집이 몇 채 안된다.

 

돌산 된비알, 풀로 뒤덮인 돌길 등산로를 제일 뜨거운 뙤약볕 받으니 금방 숨이차고 땀이 줄줄 흐른다. 

한 동안 오르다 말고 힘들다며 되돌아 내려가는 이도 있다. 하산 길은 엉덩방아 찧기 십상이겠다.   

오르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는데 가이드 맡으신 현지인 연세가 있어 그런지 힘들다며 쉬신다.

잽싼 몸놀림의 선두들은 어딜가나 빨라 가이드보다 훨씬 앞서서 올라 숲에 가려지니 보이지도 않는다.

오후로 기우는 햇살을 등진 하얀 억새가 푸른 바다 배경으로 아름답다.

가뜩이나 굼띤 행동에 셔터 누르기 바빠 뒤로 쳐진다. 이번에도 동행한 꽃다지가 보필해 준다.

 

밤송이 갈라지며 알밤 떨어지듯 동백 열매 터지며 씨가 떨어진다. 

동백림 들어서니 바닥은 크고 작은 돌멩이들로 채워지고 빛줄기 조차 통과하기 힘들 정도로 빽빽하니 어둡다.

새로 돋은 잎들은 기름 발라놓은 듯 윤기 흐르며 싱싱하다. 그늘에서 걸으니 흐르던 땀 잠시 주춤하며 바람까지 불어와 서늘하다.

 

항리에서 올라선지 한 시간 쯤 되니 좌측방향 등대로 가는 화살표 코팅지가 달려있다.

몇 발작 앞으로 가니 우측으로 전망대 표시가 있으며 밧줄이 나무와 나무로 연결되어 안내 한다. 

2~3분 거리의 바위 전망대에 서니 선착장에서 2구로 오며 차 위에서 바라보며 오던 시원스런 모습이다.

바다에 반사되어 비치는 햇살이 눈부시다. 섬 전체가 산림지대로 보이며 해안은 절벽이다.

 

산행 시작 1시간 20분 걸려 신안군에서 제일 높다는 犢實山 정상 도착. 해발 639m.

정상엔 철탑, 레이다 기지, 작은 건물과 감색 제복의 젊은 해경들이 있다.

건물 지붕위에 오르니 조망이 좋다. 북으로는 바위섬이 보이고

동으로는 절벽 해안과 작은 핀처럼 보이는 전주들이 지그재그로 바다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

포말을 일으키며 뒤로 하얀 선을 그리는 배 두척이 해안 따라 유람하며 틀어논 노랫소리가 크게 들린다.

남으로는 우리가 넘어오던 해룡산 옆 고갯길 보이고 좌측으론 계속 이어지는 산 능선이 길다.

 

까만 대리석 정상석과 기념 남기고 다시 발 떼려하니 뒤에 쳐졌던 가이드 분 올라오신다.

처음에 올라서며 다리에 쥐가 나 한참 동안 힘들으셨단다.

"다들 어디로 갔느냐"며 묻기에 "모두 앞으로 다 가고 우리만 뒤에 남았다" 대답하니

"그쪽으로 가면 안되고 뒤로 다시 내려가 등대있는 쪽으로 가야 한다" 하니 감색 제복 젊은 해경 한 마디 보탠다.

"선두로 간 사람들은 갔어도 한참을 갔으니  부르기에 너무 늦었다."

"아저씨 그럼 우린 어쪄죠?"

"그쪽으로 가면 길도 없고,

내려가야 하는 길이 저~기 중간에 보이는 길로 내려와야 하는데 걸어 오기엔 너무 멀다."

가르키는 곳은 우리가 차로 넘어오던 해룡산 옆 고개마루다. 차 타고 올 때 20분이나 걸렸던 길이다.

앳된 해경한테 찬물 좀 얻어 마시고 가방에 있던 행동 간식 모두 꺼내 주었다.

 

앞으로 간 사람들은 할 수 없고 그러면 우리라도 제대로 가보자며 꽃다지와 가이드 앞세우고 뒤돌아 섰다.

올라올 때보았던 화살표 표시 지점까지 내려가 등대 화살표 방향으로 향하니

후박나무, 동백나무 등 상록 교목들 빽빽하고 떨어진 낙엽들은 바닥에 두껍게 깔렸다. 

햇살 한 점 침투하기 어려울 정도로 들어찬 숲은 대낮인데도 어둡다.

해무가 자주 일으니 숲 속 커다란 바위들은 어디나 초록 이끼가 잔뜩 끼어 있다.

변변한 등산로 하나 없는 곳을 가이드는 조망 좋은 곳을 향해 잘도 찾아 간다.

 

앞장선 가이드 따라 이리 저리 발을 옮기니 나뭇가지에 모자가 자꾸 걸리며 벗겨진다.

한참을 내려와 바다가 잘 내려다 보이는 바위 위에 서니 금방 올랐던 정상이 한참 높이 뵌다.

상록 교목이 우거진 숲엔 차마 범치 못한 억새가 전망좋은 바위 주변에 한창 보기좋게 피어 뽀얗다.

기우는 햇살에 물고기 비늘 같은 잔잔한 파도사이로 파문을 일으키며 커다란 배 한척이 지나간다.

 

빽빽하여 울창한 어두운 숲 속을 다시 뒤지며 분간할 수 없는 방향을 이리저리 튼다.

나무와 나무로 이어지는 녹슨 철조망이 있어 물으니 전에 소를 방목했던 곳인데 소는 아직도 찾을 수가 없단다.

어두운 숲을 빠져나와 햇살 좋은 바위 위에 또 올라섰다.

정상에서 이어지는 능선따라 내려온 것이건만 숲 속에선 방향을 알 수 없게 다니고 있다.

애기를 나누다 보니 가이드로 나선 분은 60대 후반, 이곳 산 주인 이란다. 그러니 지리를 잘 알 수 밖에.

숲이 하도 우거지고 그럴듯한 등산로가 없으니 잘못 들어섰다간 하산 길을 잃기 십상이다.

얼마 전에 단체로 온 손님이 있어 모시고 왔더니 왜 이런 곳으로 데리고 다니냐며 푸념을 늘어 놓았단다.

아마도 등산객이 아닌 관광으로 왔었던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수피가 매끈한 어두운 수림 속으로 들어섰다 나와 다시 또 다른 바위위로 올라섰다.

산 정상이 보이며 바위로 이어지는 능선 조망이 그럴듯 하고, 수면 위로 번지며 기우는 햇살이 아름답다. 

카메라 밝기를 한 단계 줄이니 어느새 산아래 모습이 실루엣으로 떨어진다.

좌측으로 섬등 반도가 길고 우측으로 섬섬섬??? 바위들이 보인다.

 

반복하듯 다시 숲 속, 어둡다. 굵은 줄기와 가는 줄기의 매끈한 수피 사이를 요리조리 헤치며 내려 딛는다.

이쪽은 후박나무가 유난히 많은 곳이라며 동백보다 길죽하게 생긴 윤기나는 잎을 가르쳐 준다. 

껍질은 한약재로 쓰이며 수입원이 된다며 출가시킨 9 남매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산다는 애기까지 해 주신다.

 

가거도 등대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

어미닭 쫓는 병아리처럼 등대를 바라보며 크고 작은 바위들이 바다 수면위로 올망졸망 모여 있다.

지금 서 있는 바위가 가거도에서 제일 전망이 좋은 곳이라니 

좋은 조망 못 보고 나무 숲에 가려진 그늘 속을 걷고 있을 앞서 간 일행 생각하니 안되었단 생각든다. 

산행 전에 미리 얘기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이드보다 앞서 도망 치듯 가버렸으니 어쩔 수 없다

 

붉은 지붕을 한 건물들과 함께 서 있는 흰 등대 '가거도 등대'는 

1907년 12월 1일 무인등대로 축조되어 처음 불을 밝힌 후 1935년 9월부터 유인등대로 증축,

'목포구 등대(379호)'와 함께 올 7월 14일에 등록 문화재 380호로 등록된 등대다.

동지나해 및 해외에서 우리나라 서남해안으로 들어오는 선박들의 육지초인표지 역할을 담당한다.

하얀 등탑은 7.6m, 15초마다 반짝거리는 불빛은 야간에 38km 밖에서도 볼 수 있단다. 또한

최첨단 항법 시스템인 위성항법보정 시스템(DGPS)이 2002년 11월에 설치되어 반경 100마일 이내에서

GPS의 위치 오차를 1m이내로 줄여주는 위치보정 서비스을 실시간을 제공하고 있단다.

 

풍광이 좋아 떠날 줄 모르고 한 동안 비경 감상하니 가이드 님, 

해 넘어가기 전 봐야할 곳이 또 한 군데 있다며 빨리가자 재촉 하신다.

후박나무 우거진 숲을 지나 커다란 바위 옆 지나니 탐스런 천남성 열매가 반긴다.

"언니 그게 뭐야?"

"응 이거 천남성이야" 대답하니

"한약재로 쓰이는 것"이라며 가이드 아저씨 한 마디 보태신다. 

 

능선따라 형성된 커다란 바위군을 또 만나 올라서니 정상에 염소 배설물이 보인다.

우측으론 방금 전에 본 바위들, 좌측으론 길게 뻗은 섬등반도와 끝으로 이어지다 떨어진 바위들 해무에 뽀얗다. 

서쪽 하늘에 걸린 햇살, 수면으로 길게 비치며 아래의 바위를 실루엣으로 만든다.

역광에 빛나는 억새 보며 셔터 누르려니  "조망을 볼 수 있는 곳은 이제 모두 끝났다"며

"빨리 내려가야 좋은 일몰 볼 수있다"며 가이드 아저씨 또 시간 없다 하신다.

 

환한 곳에 있다 숲으로 들어서니 앞이 안보일 정도로 어둡다.

녹슨 철망 옆으로 방금 지나간 듯한 소의 배설물이 보인다.

"이런 증거들 토대로 소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물으니

방목한지가 오래 되어 잡을 수가 없단다.

 

조망좋은 곳을 따라 아래로 내려서니 등산로를 만나게 되는데 우거진 풀이 역광에 아름답고

키보다 큰 조릿대는 앞이 안 보이도록 우거져 두 손으로 헤치며 내려선다.

아래로 내려서며 가까이 보이는 해안은 절벽으로 이루어져 주상절리 해안을 보는 듯한데

내려설수록 야생염소 오물의 냄새가 날아온다. 

 

커다란 바위덩이들이 앞을 가로막으며 하늘과 바다가 노을빛으로 물드는데

메모리칩 공간이 부족하단다. 일출이나 일몰의 순간은 언제나 짧은 순간으로 느껴져

급한 마음에 먼저 찍었던 것 몇 장 삭제 시키고 사이즈를 줄여 일몰 풍경 담으니 안타깝다.

 

등산로 하나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햇빛 한 줄기 넘보지 못하는 어둡고 넓디 넓은 독실산 숲,

 이리 저리 조망좋은 곳만 골라 지름길로 안내하며 독실산과 어우러진 바다풍경에

흠뻑 빠지게 해 주신 분께 감사 드리며 오늘 산행을 마친다.

산 중턱에 높은 돌담과 파란 지붕에 흰띠 두른 집 주인 토박이 아저씨 감사 합니다.

 

안내 해주신 분과 헤어져 민박집 도착하니 앞 서서 다른 방향으로 갔던 일행들은 차를 불러 타고 왔단다.

여기서도 하산은 맨나중 도착. 도착한 차례로 샤워하니 더운물은 다 사용되고 찬물만 나온다.

저녁 식사 메뉴는 흑염소 고기볶음,  낮에 도착하며 집 옆에 매어놓았던 까만 녀석을 보았는데 아마 그녀석 같다.

몇 년 전에 한 번 먹고 혼난 적이 있어 즐기지 않는다.

 

하산하여 나중에 들으니 오늘 참석자 중 한 여인, 하산 중에 다리 골절상을 입었단다.

평소 산행엔 참석않고 섬 여행 때만 참석 했었단다.

119에 전화하여 구조를 요청하니 "생명에는 지장 없고, 거리가 멀어 갈 수 없으니

내일 목포에 오면 기다리고 있겠노라" 했단다.내일까지 그냥 견디려면 힘들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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