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노 천명 - 5월의 노래, 푸른 오월.

opal* 2009. 5. 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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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노래

                                           노 천명


보리는 그 윤기나는 머리를 풀어 헤치고
숲 사이 철쭉이 이제 가슴을 열었다

아름다운 전설을 찾아
사슴은 화려한 고독을 씹으며
불로초 같은 오후의 생각을 오늘도 달린다

부르다 목은 쉬어
산에 메아리만 하는 이름.......

더불어 꽃길을 걸을 날은 언제뇨
하늘은 푸르러서 더 넓고
마지막 장미는 누구를 위한 것이냐

하늘에서 비가 쏟아져라
그리고 폭풍이 불어다오
이 오월의 한낮을 나 그냥 갈 수는 없어라

 

 

푸른 오월

                                          노 천명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우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우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구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기인 담을 끼고 외따른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순이 뻗어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혼잎나물 적갈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