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이 해인 - 유월 숲에는, 六月엔 내가, 후회,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opal* 2009. 6. 8. 11:02

 

 .

유월 숲에는

 

                                               이 해인

 

초록의 희망을 이고
숲으로 들어가면

뻐꾹새
새 모습은 아니 보이고
노래 먼저 들려오네

아카시아꽃
꽃 모습은 아니 보이고
향기 먼저 날아오네

나의 사랑도 그렇게
모습은 아니 보이고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네

눈부신 초록의
노래처럼
향기처럼

나도
새로이 태어나네
유월의 숲에 서면
더 멀리 나를 보내기 위해
더 가까이 나를 부르는 당신

 

 

六月엔 내가

                                                이 해인 

  숲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六月

六月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 업는 山香氣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生命을 향해
하얗게 쏟아 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六月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山기슭에 엎디어
찬비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후회

                                            이 해인

내일은
나에게 없다고 생각하며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모든 것을 정리해야지

사람들에겐
해지기 전에
한 톨 미움도
남겨두지 말아야지

찾아오는 이들에겐
항상 처음인 듯
지극한 사랑으로 대해야지

잠은 줄이고
기도 시간을
늘려야지

늘 결심만 하다
끝나는 게
벌써 몇 년째인지


하루가 가고
한숨 쉬는 어리석음

후회하고도
거듭나지 못하는
나의 미련함이여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이 해 인

'하늘에도
연못이 있네'
소리치다
깨어난 아침

창문을 열고
다시 올려다 본 하늘
꿈에 본 하늘이
하도 반가워

나는 그만
그 하늘에 빠지고 말았네

내 몸에 내 혼에
푸른 물이 깊이 들어
이제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