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유 안진 - 갈대 바람, 갈대꽃, 10월가

opal* 2009. 10. 8. 01:04

 

갈대바람
 
                                        유 안진
 
 
사랑도 무거워라
꿈 더욱 짐스러워라
가을날 갈대밭에 갈대가 울면

나사렛村 젊은이여
세상것 다 팽개쳐 버리고
그대 뒤따라 길 떠날 순 없을까

보리수 아래 跏趺坐가부좌튼 왕자여
먹물 장삼 떨쳐입고
그대 곁에 가 앉을까

피묻은 말뚝으로
굳게 박힌 자리에서도
새치 아닌 흰 머리를
한 소쿠리 이고서도

바람에 갈대처럼
뿌리째 밑뿌리째
마구 들먹이누나

 

 

 

갈대꽃

 

                               유 안진

 

지난여름 동안
내 청춘이 마련한
한줄기의 강물

이별의 강 언덕에는
하 그리도
흔들어 쌓는


그대의 흰손
갈대꽃은 피었어라 

 

 

 

10 月歌 · 홀로
 
                                        유 안진 
  
  시린 가슴이 듣는
목소리를 따라서
가슴으로 가슴으로
찾아가는 길은

시드는 풀포기 기인 목줄기
차오르는 울음대궁 끄트머리 끝에
이슬방울 맺히듯
열린 웃음 하나

내 사랑의 농사는
풀열매 홀씨
까맣게 꿈이 탄
깜부기 한 알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