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조 병화
인간의 그리움처럼
길이 고개를 넘어간다
길 따라 나선 몸
한없는 그리움
저 고개를 넘으면
이 그리움 재워 줄 마을 있을까
아, 영원은 고독한 거
넘어도 넘어도
고개 또 고개
가을
조 병화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 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 거
가을은 구름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가을
조 병화
전투는 끝났다.
이제 스스로 물러날 뿐이다
긴 그 어리석은 싸움에서
서서히, 서서히, 돌아서는
이 허허로움
아, 얼마나 세상사 인간 관계처럼
부끄러운 나날이었던가
실로 살려고 기를 쓰는 것들을 보는 것처럼
애절한 일이 또 있으랴
가을이 접어들며 훤히 열리는
외길, 이 혼자
이제 전투는 끝났다
돌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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