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내린 폭설이 아직 녹지 못하는 쌀쌀한 날씨.
방배동에서 만나 처음으로 칼국수 점심. 하여튼 오랜만에 먹은 칼국수다.
음식점 맞은편에 개업한 친구 업소로 가 넓고 편한 자리에서 긴 시간 얘기 나누었다.
지난 달에 설명절로 한 달 건너 그런가 이번엔 전원 참석 이다.
귀가 중 도중에 하차하여 카메라 AS 맡겼으니 한 동안은 사진을 못찍게 되었다.
그러지 않아도 올 초 자신에게 한 맹세가 셔터 덜 누르기 였는데 이래 저래 잘 되었다.
다시 귀가행 전철 타려고 계단 내려 딛는데 친구한테서 전화가 온다.
"3분만 늦었어도 집으로 그냥 가는 건데..."
내려딛던 계단 되돌아 올라서서
반대편에서 오는 차 타고 약속 장소로, 거리가 먼 관계로 중간 지점에서 만났다.
반주 곁들인 저녁 식사 나누며 이런 저런 얘기 나누고 각자 집으로 향했다.
중환자실에서 퇴원하신 모친으로 요즘은 늘 마음이 편칠않다.
복잡한 심사 밖으로 배출하니 조금은 후련한 듯 하나 말 나눌 때 뿐.
한 부모에서 태어난 형제건만 생각하는바가 다르니... 어느 것이 엄마를 더 위하는 길일까?
잠에서 깨어난 아침 큰여동생한테서 일찍 문자가 왔다.
"가시는 날도 손목 묶고 콧줄 끼셔야 할까요?
거친 숨소리, 촛점 잃은 눈,
편케 해드리재도 요지부동,
뵙고 의논해요"
"손 묶인 채 가시면 왜 안되는데?
(콧줄에 손이 닿지 않을 정도로 길게 묶어놓은 상태)
콧줄 낀 채 가시면 왜 안되는데?
포기는 어느 순간이던 가능한 건데, 엄마를 어떻게 굶길 수가 있지?
식물인간으로 누워 몇 년을 계신 것도 아니고 아직 의식이 있는데,
욕창으로 거풍 위해 몸 뒤척이면 아프다고 하시는데.
나(막내) 하고는 간간히 얘기도 나누는데."
생로병사는 누구나 다 겪어야하는 순리,
숨이 거칠어지면 어짜피 떠나실 때가 가까이 와있다는 뜻이고,
요지부동이면 한결같은 마음으로 수발드는 막내 마음에 고마워해야 하는 건데.
코딱지만 있어도 자연히 코에 손이 가기 마련, 하물며 콧줄이야,
날 따뜻해지면 휠체어에 태워 밖에 나가 바깥 세상 구경 한 번 해드린 후 보내드리고 싶다는데.
제 품 안에서 웃으며 가시게 해드리고 싶다는데.
엄마의 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 막내도 다 알고 있는데.
최선을 다해 간호해 온 막내의 가슴에 왜 한을 심어 주려 하지?
그러잖아도 요즘은 편치 않은 마음인데 문자 받고 나니 가슴이 뛰고 방망이질을 해댄다.
한 뱃속에서 나온 다 같은 자식들이건만 왜 이리 생각이 다른 걸까?
어떻게 대답해 줘야 서로가 마음 편하게 절충할 수 있을까?
인터넷에 써서 올려볼까? 물론 찬반 엇갈린 의견 나오겠지.
일부러 선배한테 전화하여 의견 듣고,
낮에 동창들 모임에서 종합 의견 듣고,
저녁에 잠깐 친구 만나 얘기 나눴다.
내일은 가서 서로에게 기분 상하지 않도록 분명하게 얘기 해줘야지.
"깨끗하게 돌아가시는 일도 중요하지만, 엄마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더 돌봐 드려야 한다"고.
"돌아가시는 엄마도 엄마지만, 몇 년동안 수발들며 돌보던 막내 가슴에 응어리 남지 않게 해줘야 한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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