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김 종해 -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꽃은 언제 피는가, 봄바람

opal* 2011. 3. 19. 03:41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 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꽃은 언제 피는가 

 

                                                 김 종해

 

 

사랑하는 이의 무늬와 꿈이
물방울 속에 갇혀 있다가
이승의 유리문을 밀고 나오는,
그 천기의 순간,
이순의 나이에 비로소
꽃피는 순간을 목도하였다
판독하지 못한 담론과 사람들
틈새에 끼어 있는,
하늘이 조금 열린
새벽 3시와 4시 사이
무심코 하늘이 하는 일을 지켜보았다

 

 

 

봄바람

 

                                      김 종해

 

 

개같이 헐떡이며 달려오는 봄
새들은 깜짝 놀라 날아오르고
꽃들은 순전히 호기심 때문에
속치마 바람으로
반쯤 문을 열고 내다본다
그 가운데 숨은 여자
정숙한 여자
하얀 속살을 내보이는 목련꽃 한 송이
탓할 수 없는 것은 봄뿐이 아니다
봄밤의 뜨거운 피가
천지에 가득하다
손에 잡히는 대로 뜨뜻해지는
개 같은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