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여 짐 내려놓고 모두들 노고단 고개에 오른 동안, 한 조가 된 갑돌님과
미리 저녁 준비. 어짜피 내일 아침이면 갈 곳이고, 여러 번 갔던 곳이라... 일찌감치 밥이나 해 놔야지~)
대피소에 조금만 일찍 도착했어도 노고단 정상에 갈 수 있는건데...
(저는 다녀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우리 회원님들 여기까지 와서 정상엘 가지 못해 많이 안타까웠답니다.
(신 김장 김치에 꽁치 통졸임을 넣어 아침까지 먹는다고 찌게를 많이 끓였는데...
고개에서 내려오신 시장하신 회원님들, 제일 먼저 밥 준비가 된 우리 조에 오셔서
한 수저씩 드셔보니 모자를 정도.
이웃 조에 계신 광호방 방장님께서 고기까지 주셔서 푸짐하게 배를 채웠답니다.)
(야국님~ 설겆이가 꽤나 즐거운 모양입니다.)
(저녁을 먹은 뒤 운동 겸, 일몰 사진이나 찍을까 하여 임도 따라 오릅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다 보이는 곳,
낮에 들러 점심먹고 온 화엄사, 구례와 섬진강,.. 모두 둘러보고, 용방 선배님, 로잔나 님과 기념 사진)
(SBS 드라마 "모래 시계'에서 마지막 장면 최민수의 유해 가루가 뿌려지던 바위에서.
날씨가 청명하고 좋아 하늘 빛도 구름도 아름다우나, 저녁이 되고 바람이 부니 얼마나 춥던지...
일몰 사진 찍으시던 카페지기 한산 님 손이 시리시다며 호~ 호~ 부시더니다.)
(다음 날 피아골 대피소에 도착하여 바람을 피해
함태식 선생님이 거쳐 하시는 곳에서 식사 준비하고, 따뜻하게 먹고,
이웃을 잘 만나 덕을 많이 봤습니다. 도움주신 분께 감사 드립니다.)
(야국님과 꼬꼬 방장님, 주물 난로가 있는 산장의 이런 분위기가 좋다며 계속 싱글 벙글...)
지리산 종주 중 못 걸었던 노고단 전,후의 백두 대간 길(무넹기~노고단 정상 ~ 돼지령)을
이번 기회에 걸을 수 있었습니다.
기회를 만들어 주신 60방님들 께 감사 드립니다.
* * * * *
산행 다녀온 며칠 후 아래와 같은 글이 카페에 올라와 옮겨 보았다.
opal님의 ... 낙서
산돌 07.05.25 20:50
20일 카페 <아름다운 60대> 노고단 - 피아골 산행때다.
부지런히 일행을 뒤쫓아 가는데
돼지평전 지나 피아골 삼거리 못미쳐 산길 안내표지판 하나가 눈길을 끈다.
아니 이럴 수가...
우리가 가는 길이 노고단쪽으로 돼 있다. 우리는 지금 노고단에서 천왕봉쪽으로 가고 있는데...
내용은 그렇지 않지만 화살표까지 그려진 안내제목이 그렇다.
이 길을 걷는 산객들이 이걸 보고 착각할 리는 없겠지만 잘못된 거다.
카메라를 꺼내 찰~칵.
뒤 따르던 opal님 발 걸음 소리가 끊긴다.
뒤 돌아 보니 그 표지판에 싸인 펜으로 뭔가 끼적거리고 있다.
웬 낙서?
다가 가 자세히 보니 낙서라고 해야 할지 낙서가 아니라고 해야 할지.
잘못된 부분을 정정해 주고 있는거다. 노고단을 천왕봉으로, 천왕봉을 노고단으로. 그리고
opal 싸인까지 하는 거다. 지나는 산객들이 보고 있는데도 아랑곳 하지않고... 아주 당당하게.
산에 다니다보면 많은 낙서들을 보게 된다.
어떤 낙서는 산객들에게 청량제가 되기도 하고, 어떤 낙서는 낯을 찌푸리게도 한다.
어떤 낙서는 또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들도 있다. 이정표가 불비한 백두대간 산길에서는 길 잡이
낙서들이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먼저 간 산객들이 나뭇가지에 메단 리본처럼.
그래도 낙서는 낙서인데... 낙서는 이처럼 아름다운 낙서가 있는가 하면 추악한 낙서도 있고... 그리고
또 필요한 낙서도 있다는 건가. 분명 낙서는 낙서인데...
나에게도 낙서의 경험이 없는건 아니다.
몇년전 화엄사에서 노고단에 오를 때다.
< 곰을 만나면 > 이라는 주의 표지판에 낙서를 한 일이 있다. 이러 저러한 주의와 요령들이 적혀있는데
가장 상식적인 방울소리가 빠져 있었다. 그래서 " 곰은 방울 소리를 싫어해요" 뭐 이렇게
낙서를 했던 기억이 난다. 뱀을 비롯해서 온갖 동물들이 방울소리를 싫어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 얼마후 다시 갔을때 그 주의 요령에 방울을 달고 다니라고 적혀있는 표지판을 볼 수가 있었다. 그 낙서가 주효했는지 어쩐지는 알 수가 없지만. 아무튼.
지금 배경음악으로 흐르고 있는 이 <방랑자의 밤노래 - Wandrers Nachtlied>.
산 봉우리 위마다
휴식이 있느니.
어느 나무 끝에도
숨소리 한 점
감지할 수 없도다.
작은 새들 숲에서 잠잠하노니.
기다려라. 이제 곧
너 또한 쉬게 되리니.
이 노래 가사가 하나의 낙서였다고 하면 믿지 않을런지 모른다.
이 가사는, 이 시는 낙서였다.
괴테가 30대의 젊은 시절 키켈한(800m)이라는 산에 올라 그 산 정상에 있는 사냥꾼들이 묵는
롯지(산장)의 벽에 쓴 하나의 낙서였다. 이 낙서는 훌륭한 시로 평가받게 되었고,
나중에 슈벨트가 이 시에 곡을 붙여 더욱 유명하게 되었다.
이쯤되면 괴테의 이 낙서야말로 아름다운 낙서가 아닐 수 없다
2백여년이 지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이 낙서에서 산에의 자유를 찾고 또
왜 산에 조용히 다가가야 하는가를 시적 표현으로 암시하고 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 낙서인가.
카메라를 들이 대자
opal님. "왜, 뭐, 제가 잘못 하는 건 가요?"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묻는다.
'아 아니요. 잘못 하기는요. 잘 하는 겁니다."
사실은 "한다 하는 지성인이 낙서는 무슨 낙서를 다..." 그렇게 말 하려다 순간 말을 바꾼 것.
너무도 당당해서 농담이라도 자칫 잘못 말했다가 코 다칠게 뻔한 일이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대화는 진지해야 하기 때문.
그러나 곧 바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대화는 끊기고.
문득 문득 낙서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본다.
방랑자의 밤노래가 아름다운 낙서라면... 이 낙서는 필요한 낙서라고.
작은 것이지만 당당하게 끼적거린 이 낙서는 메시지가 담긴 필요한 낙서라고.
그 사이
발길은 어느덧 피아골 대피소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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