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011년 11월 마지막 날.

opal* 2011. 11. 3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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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오락가락하며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로 날씨가 꽤 을씨년스럽다.  

어제 다녀온 산행사진을 보다 1년 전 같은 산을 다녀온 친구가 생각나 문자를 보냈더니 만나자는 답신이 온다.
낮 시간에 바쁜일이 있어 일과 끝내고 늦게 짬을 내는데 갑자기 마땅한 장소가 떠오르지 않아 

서로 만나기 쉬운 백화점과 역이 함께 있는 곳으로 정했다.  

 

 

잊어버릴만 하면 어쩌다 한 번씩 서로 시간 맞으면 예약 없이 만나는 친구, 자동차를 갖고 나갈 때도 있지만, 오늘은 전철을 택했다. 

각자 바쁜 사람들이라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언제나 그렇듯 예고 없이 만나 얼굴 마주하고 이야기 나누는 일뿐이니 때로는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한다. 

 

어짜피 역에서  만났으니 전철타고 아무 곳이라도 떠나자는 즉흥적인 제안에 이심전심인양 자연스레 발길이 옮겨진다.

비 내리는 날씨라 어두운데다 시간까지 늦어 갈곳도 마땅치 않아 급행을 이용했다

 

 

목적지는 정하지도 않고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며 발길 닿는대로 와버린 인천 연안부두,

 

 

배를 타고 출항할 일도 없는 밤바다 앞에 섰다.

 

 

하루 일과를 끝낸 배들이 휴식에 들어간 고요한 포구, "관계자 외에는 출입을 금합니다."  금지선 안에 발 들여놓아도 제지하는 이가 없었다.

 

 

인천을 대표하는 가요 김 트리오의 '연안부두'와 배 호의 '비 내리는 인천항' 노래비가  잘 가꾸어진 연안부두 해상공원에 있다.

 

 

넓은 바다는 볼 수가 없어 부둣가에서 잠시 바닷물 냄새만 맡고 돌아서서 여객 터미널 안에 들어서니 공기가 훈훈하다.

18:30에 제주도로 떠나는 오하마나 마지막 단체 손님들이 떠들썩거리며 개찰구를 빠져나가니 건물 안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오하마나' == (oh, 감탄사), 하마나-'아니벌써'(경상도 방언, 멀리갔던 사람이 예상외로 빨리 돌아았다는 뜻, 하마왔나~~)

'저 승객들 틈에 끼어 이대로 제주도나 다녀올까?' 혼자 쌩뚱맞은 생각도 해본다.

 

직원만 몇 있고, 객들은 모두 떠나 아무도 없는 썰렁한 의자에 앉아 모니터에 보이는 영상과 각종 섬 사진 감상하며 이 섬 저 섬 얘기나누니

오래 전에 다녀온 서해의 백령도나 덕적도에 와 있는듯한 착각과 추억 어린 영상이 잠시 머리 속에 스친다. 

 

 

 

건물 밖으로 나와 전에 두어 번 갔었던 횟집을 찾아가니 30여년째 운영하는 여주인이 기억하며 반색을 한다.  

소주잔 기울이며  이런 저런 얘기 나누고 밖으로 나와 버스를 기다리니 비는 그쳤는데 바람이 불어 꽤 쌀쌀하다. 

 

전철을 타기 위해 역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갑자기 생각이 났다.

"아하 그러고 보니 오늘이 11월  마지막 날이네? 그런데 우리가 언제 만나고 지금 만난 거지?

우리 이젠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올해 안에는 아마도 힘들겠지?ㅎㅎㅎ"

 

 

환승을 위한 친구의 버스카드가 입력이 잘 안되는지 잠시 머뭇거리니 운전기사가 빨리 내리라며 언성을 높힌다.

더욱 가관인 것은 "어제도 내차에 타서 그러더니 오늘도 또 그런다"며 상습범 취급하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우숩던지...

이쪽에서 화 낼 일을 기사가 화를 내니 어이없는 웃음만 나온다. 차에서 내려 한참을 화통하게 깔깔깔.

버스 탈때 분명히 카드대고 확인음 들으며 올라탔는데 내릴땐 어쩌다 상습범이 되었지? ㅎㅎㅎ하하

 

하루 일과 끝내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잠시 먼 곳까지 다녀온 일이 꿈 속인양 빠르게 지나간다.

함깨하는 친구가 있어 즐겁고 행복했던, 하루 중 끄트머리 짧은 시간에도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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