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묘지
이 생진
살아서 무더웠던 사람
죽어서 시원하라고
산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두었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중에서)
.
.
고향친구
이 생진
그 친구
늙어서도 어릴 때 그 마음
커서도 소꿉장난 그때 그 마음
산언덕에 소 몇 마리 기르며
꾀꼬리 소리 들어면 내 생각 난다고
나 커서 시 쓰겠다고 한 적 없고
서울 가 더 많은 시 쓰겠다고 한 적 없지만
우이동 비탈길에서 새소리 들으면
그 친구 생각난다
흙에 심은 흰 밑동 같은 사람
그을은 얼굴에 둙은 마음 살(肉)
도로구획정리에 밀려난 조상의 묘지를 떠올릴 때마다
지금도 깨끗한 흙 속에 손을 디미는
그 친구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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