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寫眞

충북 영동, 경북 김천 황악산(1,111m)

opal* 2013. 12. 17. 23:28

 

 

백두대간 종주 시 두 번(2005.3.15, 2007.4.24) 다녀온 산, 두 번 다 봄에 다녀왔으나

이번엔 겨울산행으로 지난 주 공작산에 이어 눈산행이 된다.  

전엔 우두령에서 괘방령 방향으로 진행 했으나 오늘은 괘방령에서 시작하여 여시골산, 운수봉, 황악산, 형제봉까지

백두대간 마루금을 걷고, 바람재 삼거리에서 백두대간과 헤어져 좌측 신선봉과 망봉을 거쳐 직지사로 하산 하게 된다.   

 

괘방령(掛榜嶺)은 경북 김천시 대항면과 충북 영동군을 잇는 고개(906번 지방도로)로

백두대간에 위치하며 황악산과 가성산 사이에 있다.

또한 낙동강과 금강의 분수령으로 고개에 떨어진 빗물이 남동쪽 김천쪽으로 흐르면 직지천, 감천을 거쳐 

낙동강에 합류하고, 북서쪽 영동쪽으로 흐르면  어촌천이 되어 초강천으로 흐른 뒤 금강에 합류한다. 

조선시대에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는 영남지방 유생들이 문경새재를 많이 이용했듯 괘방령도 이용했다고 한다.
근처에 있는 추풍령을 넘으면 추풍낙엽처럼 낙방한다는 속설로 추풍령 대신 괘방령을 넘었다고 전해진다. 
괘방령에서 황악산 반대편으로 가성산, 장군봉, 눌의산을 지나면 추풍령이 된다. 할미꽃 필때 걸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괘방령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마루금따라 오르는데 눈이 쌓여 아이젠을 착용하고 한 줄로 늘어서서 오른다. 

눈 속에 묻힌 통나무 계단이 급경사이다보니 자꾸 뒤로 쳐져, 늘 그렇듯 금방 맨 꼴찌가  되어 오른다.  

오르막 급경사에 종아리가 찢어질듯 아프고, 속옷은 금방 땀에 젖어 재킷 내피와 털모자 마져 벗어 배낭에 넣었다. 

오를 수록 바람은 심하나 엄동설한의 바람과는 달라 아직 견딜만하다. 나무에 매달려 백두대간을 알리는 리본들이

바람에 펄럭이니 감회가 새롭다. 능선에 올라 뒤돌아보니 아랫동네가 보이는데 너무 가파라 올라온 길이 안보인다.

 

여시골산(620m)에 오르니 작은 정상석이 반긴다. 때마침 일행 한 사람이 아이젠 착용하느라 아직 떠나지 않고 있어

셔터 눌러주기를 부탁하여 기념 한 장을 남겼다. 잠시 가파르게 내려 딛으니 굴이 보인다.

전에는 아무 표시 없었는데 지금은 '여시굴(여우굴)' 이란 안내판과 아래로 깊게 파인 굴 주변에 기둥과 줄을 매었다. 

 

쉼터를 지나 다시 오르막에 앞서가던 일행이 먹으라며 주는 콜라비 한 입 베어무니 숨은 차고 입은 얼어 씹기가 힘들다.

낮은 봉우리에 오르니 멀리서 황학산이 속살을 드러내놓고 굽어보며 인사한다. 눈쌓인 겨울산은 솔직해서 좋다.

마음을 먼저 열지 못하는 이에게 마음을 먼저 열고 다가오는 정 많은 사람 같아 눈 쌓인 겨울산을 좋아한다. 

나뭇잎 무성할 땐 모두 감추고 보여주지 않던 모습을 겨울이 되면 갈비뼈 들어내듯 골짜기마다 구석 구석 보여 준다.   

'그나저나 저 높은 곳을 언제 다 오른담?'

 

작은 봉우리를 내려딛고 다시 눈쌓인 통나무 계단을 힘겹게 올라서니 운수봉(680m) 이다. 백두대간임을

알리는 정상석은 있는데 일행들이 모두 떠나 아무도 없어 할수 없이 털모자를 쒸워놓고 주인 대신 기념을 남겼다.

운수봉을 내려딛으니 직지사 가는 갈림길, 새벽 집 나설땐 혼자 직지사에서 이 길로 올라설 생각을 했다.  

사흘 후(20일)엔 1박 2일로 강진, 보성 여행 스케줄이 있어 짧게 걸을 생각 이었으나, 개념도를 받아들고 거리부터

살펴보니 별로 짧지 않고 산에 눈이 많다는 소리에 눈이 얼만큼 쌓였는지 알 수 없어 괘방령부터 걸은 것이다.  

'황악산 2260m' 라고 쓰여진 녹색 안내판이 반갑다, 8년 전 이 길을 처음 걸을 때 함께 사진 찍혔던 생각이 난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 사이로 좌측 멀리 상록수 주변에 자리잡은 직지사가 내려다 보인다.

돌아보니 바로 앞에 운수봉과 작은 봉우리, 다시 그 뒤 여시골산이 뾰족하다. 눈싸인 산들은 입체감이 뚜렷해 좋다. 

앞에서 내려딛던 두 청년이 괴성을 지른다. 운동화에 아이젠도 없이 내리막 눈길에 쩔쩔매며 대책없이 미끄러지고 있다. 

 

"황악산 1580m, 힘 내세요" 안내판에 쓰인 두 문장 사이에 누가 '존 말 할때' 라고 낙서를 해놓아 혼자 피식 웃었다.

오를 수록 능선에 쌓인 눈이 많아지고, 우리가 내려갈 직지사 주변이 더 잘 보인다.

고도가 높아지니 바람이 차다. 체온 유지를  위해 다시 털모자 쓰고, 내피도 입어 보온에 신경을 쓴다.

 

'황악산 1070m, 쉬었다 가세요' 팻말을 본지 얼마 안되는 오르막에서 내려오는 우리팀 두 여인을 만났다.

키작은 여인은 괘방령에서 단체 사진도 안찍고 혼자 앞서 내빼다시피 오르던 사람, 정상까지 먼저 갔다가

되돌아 내려오며 나보다 멀지 않은 앞에서 걷던 큰 여인을 만나 함께 내려오는 중이다. 직지사를 들린다며 나더러 같이 가잔다.

"지금 혼자 가봐야 정상은 아직 멀었고, 사람들은 정상찍고 내려가 밥 다먹고 떠나서 아무도 없을테니 그리로 가지말고

우리랑 그냥 내려가자"며 엄포?를 놓는다. "신선봉으로 가던, 이쪽으로 다시 오던 그래도 난 정상엔 가겠다" 했더니

 더이상 못말리고 부지런히 내려 딛는다. ' 저 속도로 내려가면 금방 직지사에 닿겠는데?' 혼자 중얼 거리며 발걸음을 위로 향한다.  

 

잠시 나타난 바위능선에 올라서서 뒤돌아보니 걸어온 백두대간 능선이 뚜렸하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한 줄로 줄지어 서 있다.

잔뜩 찌프렸던 날씨가 맑아지니 직지 저수지가 보이고 비닐하우스 단지를 이루는 벌판을 지나 운무에 잠긴 김천 시내까지 일망무제,

우리가 가야할 신선봉과 망봉 능선이 직지사 뒤로 연결되고, 겹겹이 쌓여 늘어선 짙은색 낮은 산줄기가  높은산과 대조를 이룬다.

 

황학산 정상에서 아래로 이어진 눈쌓인 높은 줄기는 종이처럼 하얗고, 골짜기들은 짙은색으로 나뭇가지나 부채살 모양 같다.

바람이 몰고와 능선에 쌓아 놓은 눈은 사람 키 보다 높고, 모양은 예술이다. 날이 선 칼날보다 더 예리한 곡선이 아름답다. 

능선길이 눈에 묻혀 옆으로 발자국이 생기며 우회로가 되었다. 이정표 기둥이 엉뚱한 곳에 서 있기라도 하듯 떨어져 있다.

앞으로 추울 일만 남았고, 눈은 녹지 않은 상태에서 위에 또 쌓일 테니 눈사태라도 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작은 케룬이 보이는 봉우리에 올라서니 정상이 보이고 그 아래 바람 막힌 아늑한 곳에 일행들이 앉아 있다.

정상에 다녀온 것인지 바람을 피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앞으로 다가가니

"꽃띠 언니 어서 오세요", "대단해요 누님, 역시 의지의 한국인이야" 맨 꼴찌로 오르는 내게 한 마디씩 한다. 

우선 급한 마음에 먼저 물었다, "정상에 다녀와 식사들 하는건가요?"

"아니요 아직 정상에 안갔어요"

"그래요? 휴우 안심이다. 다람쥐와 전ㅅㅁ씨를 저 아래서 만났는데 일행들 밥 다먹고 정상에서 내려가

아무도 없다고 같이 내려가자는 걸 그냥 올라 왔어요"

"하여튼 대단 하세요."

"누님 이거 드실래요? 아직 따뜻해요." 하얀 눈밭 위에서 끓인 라면 국물을 종이컵에 담아 주기에 배낭도 못 내리고 받아 마셨다.

차라리 혼자라면 도시락 꺼내 먹겠는데 남들 다 먹은 마당에 펼치자니 시간이 걸리겠고, 혼자 올라올 때는 일행들과

워낙 많이 떨어졌다는 생각에 밥도 안먹고 내려갈 심산이었으니, 준비해온 도시락은 배낭에서 꺼내지도 않은 채

코펠 바닥에 조금 남은 라면까지 한 입에 후루룩 마시고 그대로 정상으로 향했다. 일행들과 함께 정상에 서니 맘이 편하다. 

 

전에 있었던 작은 정상석은 돌무더기와 함께 눈에 덮혔는지 안보이고, 대신 올 여름에 세운 커다란 정상석이 새롭다.

가끔 백두대간을 다시 걷다 보면 정상석이 자꾸 커지고 있다. 작고 아담한 사이즈가 자연을 거스르지 않아 보기 좋은데, 

더군다나 지역 경계에 있는 정상석은 서로 자기구역 과시인지 내기를 하는지 하나만 있어도 될 것을 두 개씩 세워 눈에 거슬린다.

 

 

상큼한 찬 바람 속에 시원스런 조망 감상 후 셔터 눌러 달래서 기념 남기고 일행들 사이에 끼어 신선봉을 향해 내려 딛는다. 

잔뜩 쌓인 눈 속엔 푹 파묻히기도 한 이름모를 동물 발자국, 낮게 쌓인 눈 위엔 어지럽게 찍혀 있다.

이 추운 겨울, 눈 잔뜩쌓인 산꼭대기에서 무얼 먹고 살아갈까? 열어도 못본 도시락을 꺼내 밥이라도 주고 싶지만 

자연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아니기에 생각을 접는다. 머리 위에선 까마귀 두 마리가 인사하는 듯 까악대며 주변을 맴돈다. 

 

형제봉 능선에 쌓인 갖은 모양  눈 예술작품 감상하며 가끔 뒤돌아 지나온 정상을 바라본다. 내 이곳을 또 올 수 있을까하니 아쉽다.

좌측 골짜기로 직지사가 발아래 보이고, 앞에는 바람재와 여정봉, 우두령을 지나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시원스레 조망되는데

우두령은 산줄기에 묻혀 보이지 않고 걸어 본지가 오래 되어 멀리 보이는 봉우리들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는다.

충북과 경북 경계에서 북쪽을 보는 형국이니 멀리 있는 봉우리가 삼도봉, 그옆 뾰족한 산이 석기봉 그 뒤가 민주지산이 이리라. 

앞에는 짙은갈색, 멀리 보이는 산줄기들은 색이 엷어지며 끝없이 이어져 장쾌하기 그지없고, 가슴까지 시원하다.

 

마음은 대간길 따라 그대로 걷고 싶지만 바람재 이정표 앞에서 아쉬운 마음으로 작별하고 좌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낮은 곳까지 내려섰다 다시 오르는 오르막은 시간이 갈수록 지치고 힘들어 낑낑대며 오른다. 아이젠을 착용한 발이라 더 피곤하다.  

바람재 갈림길부터는 초행길.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신선봉일까하고 올라보면 아니길 몇 번, 작은 봉우리 몇 개 지나 신선봉 도착. 

우리나라엔 '백운'이나' 신선' 자가 들어간 봉우리 이름이 얼마나 많은지,  새로운 신선봉과 첫인사 나누고 기념을 남긴다. 

 신선봉 이정표에 직지사 표시가 좌측으로 되어있고 갈림길 나뭇가지엔 유난히 많은 리본들이 팔랑거리고 있다

 

가파르게 올라섰듯 내리막도 장난아니다, 급경사에 눈과 낙엽과 바위, 미끄러지는 요소는 모두 갖추고 있다.

잔뜩 긴장하며 내려딛으니 또 다시 땀이 솟아 모자와 내피를 다시 벗었다. 내려딛고 또 내려딛기를 50 여분,

가파르게 올라설 때 종아리가 아프듯 가파르게 내려 딛을 땐 무릎 위 근육이 몹씨 아프다.

안부 쉼터에 간이 의자가 있어 잠시 휴식, 음료수와 과일로 목 축이고 다시 망봉을 향해 오른다.

하산하며 내려딛다 다시 오르기는 정말 싫다. 오르막에 힘이들어 잠시 멈추고 뒤돌아보니 신선봉이 뾰족하게 올려다 보인다.  

'저렇게 뾰족하게 생겼으니 가파를 수 밖에 없구나', 수긍이 간다. 망봉은 생각보다 높지 않아 수월하게 올랐다.

 

오전에 걸었던 운수봉 아래 높이 위치한 운수암이 나뭇가지 사이로 작게 보인다. 한참을 걷다보니 직지사도 보여 마음 홀가분하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통나무 계단으로 이루어진 망봉 하산길, 올라오려면 얼마나 힘이 들까? 

눈 쌓인 지표를 덮고 늘어선 키작은 녹색 산죽 잎이 돋보인다. 직지사 도착하니 날씨가 다시 어둡다.

두 번째 산행 때 늦게와 골고루 둘러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대강 훑어 본 후 주차장으로 향한다.

 

산 꼭대기 능선에 바람이 몰아다 쌓은 눈 작품 감상하며 아이젠 착용하고도 미끄러워 잔뜩 긴장하고,

엉거주춤으로 6시간을 걸었으니 앞으로 일주일은 또 편하게 지낼 수 있겠다.

 

 

 

 

 

 

(아래 댓글은 친구들 카페에서 퍼옴)

바 람(문재) 13.12.19. 05:40
대단한 오팔에 힘찬 박수를 주네.
  
윈터가이(유재명) 13.12.19. 06:28
그나이에 ~~대단하이. 직지사와 황학산은 내가 결혼식 끝내고 바로 배낭메고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곳이라

 감회가 남다르다네 지금생각하면 참 무모한짓이다 여겨지지만~~^^

  
대로(이대로) 13.12.19. 08:21
겨울 산행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오팔에게 감사하고 대단한 체력에 감탄이 ....
  
란쯔(김경자) 13.12.19. 10:43
참 대단한 친구 !!
겨울산은 솔직해서 줗다고...
부러워라 글올려줘서 고마워~~♥♥
 
자유신(유신자) 13.12.19. 12:35
대단한 오팔~~ 난 감히 흉내도 못내겠네,,,, 눈길만 봐도 무서운데,,, 겨울산~ 그높은곳까지,,,,
  
수지(장혜순) 13.12.20. 05:42
ㅎ 몸이 가벼워서... 난 몸이 무거워서 진즉에 무릎이 스트라이크를
예전에 산엘 가면서 메모를 하기에 그런 사람 첨 본다 했었지 이렇게 자기가 다녀온곳을 세밀히 기록해 주니 좋다 ^^
  
그린(정제인) 13.12.20. 13:05
오팔 대단해~ 그나마도 다니던 산행도 못하는 나는 부럽기만 하네~
  
개나리(권청자) 13.12.20. 20:56
대단해...어디서 저럼 힘이 나올까? 부러버유...
 
로망( 이상해) 13.12.23. 18:21
Old People with Action Life=OPAL=오팔은 40 years old = 의지의 여인 축하해요,

 산행일기를 보니 고생한 만큼 보람이 큰 추억의 산행이었구려 40대의 체력이로소이다 ㅎㅎㅎ

  
명화(김형자) 13.12.24. 14:43
눈 산행은 힘들던데...
대단한체력입니다~~
며칠 지나면 ...
누가 믿을까요~~박수를 보내네^^!
 
늘사랑(조희숙) 13.12.27. 22:12
박수 박~수 대단한 오팔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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