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죽마고우, 수원

opal* 2018. 2. 23. 21:00

 

 

시간적 여유가 있어 완행 전철 이용하니 다리로 되어있는 구간에선 속도를 늦춰 천천히 달린다.

 

정기모임이나 정해진 날짜 없이 보고 싶을 때 통화해서 만나는 허물없는 친구들.

아직은 쌀쌀한 날씨, 설명절을 핑계로 오랜만에 집에서 만나자며 친구들 불러모아   

추억 떠오르는 애들 때 먹던 음식들로 준비해 푸짐하게 한 상 차려 내놓으니   

빙 둘러앉은 친구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두서 없는 얘기들로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가 산업화 되기 이전 우리네 어릴적 시절 겨울은 농번기가 아니라

설날부터 쥐불놓고 부럼까는 정월 대보름날까지 보름동안은 놀고먹는 명절 분위기로 행사가 이어졌다.  

 

 

예전, 명절 지나고 입이 심심해지면 화롯불 위에 석쇠 놓고 녹두 부침개 덥혀 먹던 추억 떠올리며

일부러 김치를 통째로 넣어 부친 뜨끈한 녹두전 쭉쭉 찢어가며 배를 채우고나니

큼지막하게 만든 만두 넣어 끓인 떡국은 들어갈 자리가 없다.

 

수다 떠느라 배 한 구텡이 비워질 공간 생기면 틈틈히 식혜 들이마시니 

친구집 문 나설 때까지 포만감의 괴로움을 느껴야만 했다.  

 

가을이면 차 갖고와 고구마나 늙은 호박 등 이것 저것 농사 지은 것좀 가져가라는  ㅎ 여사,

체구는 작아도 손은 커서 애들 때부터 친구들 초대해 베풀던 습관이 아직도 몸에 배어  

가뜩이나 많이 준비한데다 사정으로 불참한 친구들 몫까지 바리바리 싸서 챙겨 주질않나 

 

같이 살던 큰아들네 식구 외국생활 하느라 밑반찬이 안없어진다며 고추, 깻잎, 취나물 짱아치 등

직접만든 밑반찬들과 봄에 직접 뜯은 쑥으로 쌀가루와 곱게 빻아 반죽하여 보관했던 재료 등 

도시에선 일일이 사먹어야 하니 맛있게 먹어보라며 직접 만든 먹거리들을 골고루 갖고와 건네주는 ㅇ 여사.

 

자주 볼 수는 없지만 아무 때고 만나기만 하면 뭐라도 더 주지못해 안달하는 살가운 친구들,  

순수했던 어린시절의 변함없는 마음씨를 평생 유지하니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실감난다.

 

이것 저것 여러가지로 채워진 백팩과 손가방까지 쥐어진 무게로 

집으로 돌아오는 발길은 산행 때 메었던 배낭보다 훨씬 더 무거우나 마음은 가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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