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020 겨울 첫눈

opal* 2020. 12. 13. 18:08

 

첫눈

                                  목필균

 

까마안 밤에

내리는 함박눈

 

바라만 보아도

순결해지는 가슴 속에

기척없이 남겨진 

발자국 하나

 

한 겹 두 겹 세 겹

덮히고 덮혀서

아득히 지워졌던 기억

선명하게 다가오는

얼굴 하나

 

첫눈이 오네요

                                    목필균

새벽길 위로 첫눈이 오네요
창문 밖 풍경이 하얗게 덧칠되는 것처럼
기억의 저편이 가슴으로 젖어옵니다

거슬어 갈 수 없는 한 장의 흑백사진
수줍었던 첫사랑의 축축한 손끝이
숫눈을 밟는 것처럼 설레입니다

어둠을 밀어내는 새벽에 함박눈이 오네요
부정맥이 뛰는 가슴 속에 서성이는 바람
고요만이 온기를 풀어내는 시간을 지킵니다

 

눈 내린다고 아침부터 여기 저기서 눈 사진이 전송되어 오니

밖에 나가지 않고 가깝고 먼 곳의 풍경을 앉아서 볼 수 있음도 행복이라 느껴진다.

 

소설(小雪)은 지난달(11.22)에 지났고,  
눈이 많이 내린다는 대설(大雪)은 지난주(12.07)에 지났으니 첫눈 치고는 조금 늦게 내린셈 이다.

 

작년(2019년) 겨울엔 눈 한 번 안내리고 겨울이 다 지나가 그런지

오전에 잠깐 내리다 그친 눈 소식이 반가워 오후에 산책하러 나섰다.  

 

녹아 없어지는 눈이 아쉬웠는지 몇 군데 만들어 놓은 크고 작은 눈사람을 볼 수 있었다.

 

오후엔 날씨가 개어 양지엔 모두 녹고, 음지엔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햇님은 못다 내린 먹구름 속에 모습 감춘 채 강렬한 빛만 내려 보낸다.

 

눈이 많이 내리면 교통사고 등 걱정 되지만

이번 겨울 첫눈이니 가물지 않게 조금 더 내렸으면 좋았으련만

아침결에 조금 흩날리더니 오후에 모두 녹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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