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5월의 신록(천상병), 5월의 어느 날(목필균), 오월의 찬가(오순화), 네가 알 것만 같아(나태주)

opal* 2021. 5. 10. 03:48

춥지도 덥지도 않아 활동하기 딱 좋은 계절,
그러나 코로나19로 오래도록 움츠러들은 마음은 쉽게 펴질 줄 모른다.

오월의 신록

                                            천상병(1930-1993)


오월의 신록은 너무 신선하다.
녹색은 눈에도 좋고
상쾌하다.

젊은 날이 새롭다
육십 두 살 된 나는
그래도 신록이 좋다.
가슴에 활기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늙었지만
신록은 청춘이다.
청춘의 특권을 마음껏 발휘하라.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맞으니 피가로의 결혼(모짜르트) 3막('저녁 바람은 부드럽게') 에 나오는 음익이 생각난다.
수산나와 백작부인이 편지를 쓰며 2중창으로 부르는 노래는 영화 '쇼쌩크 탈출' OST로도 사용 되었다.

 

 

5월의 어느 날

                                       목필균

산다는 것이
어디 맘만 같으랴

바람에 흩어졌던 그리움
산딸나무 꽃처럼
하얗게 내려앉았는데


오월 익어가는 어디쯤
너와 함께 했던 날들
책갈피에 접혀져 있겠지


만나도 할 말이야 없겠지만
바라만 보아도 좋을 것 같은
네 이름 석 자
햇살처럼 눈부신 달입니다

 

 오월 찬가

                               오순화


연둣빛 물감을 타서 찍었더니
한들한들 숲이 춤춘다.

아침안개 햇살 동무하고
산허리에 내려앉으며 하는 말
오월처럼만 싱그러워라
오월처럼만 사랑스러워라
오월처럼만 숭고해져라

오월 숲은 푸르른 벨벳 치맛자락
엄마 얼굴인 냥 마구마구 부비고 싶다.

오월 숲은 움찬 몸짓으로 부르는 사랑의 찬가
너 없으면 안 된다고
너 아니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고
네가 있어 내가 산다.

오월 숲에 물빛 미소가 내린다.
소곤소곤 속삭이듯
날마다 태어나는 신록의 다정한 몸짓
살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사랑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

오월처럼만
풋풋한 사랑으로 마주하며 살고 싶다.

 

네가 알 것만 같아

                                           나태주

라일락꽃
시계풀꽃
꽃내음에 홀려

창문 열면
5월의 부신 햇살
싱그런 바람
왠지 나는 부끄러워라

내가 너를 생각하는 이 마음을
네가 알 것만 같아
혼자 서 있는 나를
네가 어디선 듯 숨어서
가만히 웃고 있을 것만 같아서······

 

닷새 전 왔을 때도 없었던 코코넛 매트.

날씨가 며칠 좋더니 황사와 돌풍소식에 이어 오늘은 또 비소식이 예보 된다.
올 봄엔 비가 자주 내리니 식물 성장엔 많은 도움이 되겠으나, 장마가 일찍오겠다는 소식도 있다.

'詩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월의 시 모음, 피천득 外 29人  (0) 2021.10.01
추분(秋分), 시와 산책  (0) 2021.09.23
신록 예찬(新綠禮讚)  (0) 2021.05.05
피천득 수필, 5월  (0) 2021.05.02
정호승 / 꽃을 보려면  (0) 2021.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