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나는 오늘도 산으로 간다

opal* 2021. 6. 8. 12:52

넓고 크고 높은 산만 산이 아니다

나무가 있고 숲이 있으면 산이요 자연의 품 이다

낮은 산도 하루 하루 사계절 갈 때마다 느낌이 다 다르다.

 

상큼한 공기, 숲 속의 고요함

새들의 지저귐, 반기는 꽃들

졸졸 흐르는 물소리, 크고 작은 바위들

땀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 멀리 보이는 시원스런 조망

 

혼자 걸어도 외롭지 않고, 오래 있어도 지루하지 않은  

위로하고 품어주며 또 오라는 산이 있어

나는 오늘도 산으로 간다 초록의 함성을 들으러.

 

바깥 세상이 궁금한 장미

15년 동안 정기적으로 계속 다니고 있던 산행일정이 처음 듣는 바이러스로 무산된지 어언 2년,
이렇게 오래 집콕하다 보면 체력저하로 고산 산행은 이제 힘들게 생겼다.

 

낮은 산 이지만 지난 달 초엔 잘 다니다 이 핑계 저 핑계로 며칠 못갔다.
산마루 오르니 며칠 안다닌 표시가 나타난다.
늘 다니던 길인데 막아 놓고 통행을 금지 시킨다.
그러잖아도 긴 계단이 있는 구간이라 피하고 싶은 곳인데

짧은 계단도 새로 만들고 공사를 하나보다.

 

아카시아 꽃이 다 지고 없어져 그런가 시간이 늦어 그런가
아카시아 필 때 울던 뻐꾸기 소리는 안들리고
멀리서 날아가는 장끼인지 까두리인지 "꿔엉~ 꿩" 소리가

잘 들리는 걸 보면 산 이름에 꿩치(雉)字가 들어간 산 답다.

 

여기 저기 군데 군데 피어있는 밤꽃과 잡꽃 냄새가 숲 속을 진동 시킨다.   
요즘은 비가 자주 내려 벌들의 활동을 방해하니 꿀값이 비싸지는건 아닌지.

 

들숨으로 폐 속 깊이 맑은 공기 넣어주고, 날숨 따라 배어 나오는

노폐물인 땀에 옷이 흠뻑 젖어도 몸과 마음은 한층 더 상큼해진다.

 

뱀딸기

그만해도 벌써 나뭇잎이 연두색에서 초록색으로 변한 만큼 녹음이 우거지니
듣기에도 정겹게 짝을 찾던 꾀꼬리의 재잘거림도 이미 새끼를 부화했는지
날카로운 소리가 숲 속 적막을 찢는다.
꽤액인지 쌔액인지 째애액~도 아닌, 한글 자음 모음 모두 합쳐봐도 형용못할 소리로
동료들과 응답하며 계절의 변화를 알려 준다.
전에 한 번 숲길을 혼자 걷다 꾀꼬리에게 공격을 받은 적이 있어 금방 알겠다.

 

한 달여전(4/28) 찍었던 꽃자리엔 열매가 달려 익어가고 있다.


다른날 보다 조금 늦게 출발하여 이제 겨우 반의 반 정도 걸었는데 저녁 예불 종소리가 들린다.
하지가 들어있는 유월, 낮길이가 길어 어둡지는 않은데 시간상 늦으니 인적 없이 고요하다.
흐르는 땀과 거친숨으로 마스크를 벗었다. 백신 접종 2차 맞은지도 2주가 지났으니 맘은 편하다.

 

좁은 오솔길에 들리는 쪼롱쪼롱 쪼로로롱 찍 쪼로롱,
화답하는 소리는 더욱 작은 소리로 쪼록쪼록 쪼로롱
이름은 몰라도 소리만 들어도 새의 크기를 알 수 있겠다.


음습한 숲 깊은 곳에선 먹이 찾아 나갔던 새들이 집 찾아왔는지 소란하기 짝이 없다.
짹 짹 거리며 단음으로 끊는 참새 소리보다는 조금 긴 음으로
찌르찌르 찌리링, 표현하기도 힘들게 어쩌구 저쩌구 자기들만의 소통방법으로 떠들썩 하다.


다른 때라곤 조용하던 까마귀마저 친구를 찾는지 까아악 깍 거리며
하늘 높이 멀리서 배회한다.
오늘 따라 유난히 많은 새들이 소리를 골고루 들려준다.

 

바깥 세상이 궁금한 또 다른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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