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저녁 살짝 내린 눈, 아침 기온 -13℃ 강추위, 강풍에 체감온도까지 뚝...
오후시간 틈내 무장하고 나서니 금세 마스크 주위로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온다.
휴대폰 꺼내 고개 젖히고 나무 꼭대기 바라보며 찰칵 소리 내니 맞은편에서 오던 여인
"나무에 뭐가 있어요"? 하며 덩달아 위를 쳐다본다.
"파란 하늘과 하얀 수피가 예뻐서요."
운동삼아 걷는 길에 늘 보이는 똑같은 모습을 찍는 내가 더 신기해 보인다는 듯
잔뜩 싸맨 얼굴로 멋적은 웃음 보내며 지나간다.
오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발자국 하나 없는게 신기할 정도, 얼마나 춥기에?
산꼭대기에서 늘 멀리 바라보며 셔터 눌렀던 인천공항 전용도로인 방화대교.
늘 산으로 오르다 오랫만에 강을 찾았다.
쾌청한 날씨 일 수록 물빛도 푸르다,
강 건너에서 불어오는 매섭고 알싸한 북풍에 뺨과 손 발이 얼어도
청명한 날씨 만큼 기분 상큼해지는 쌀쌀함이 이럴 땐 참 좋다.
날씨는 차갑지만 얼음 언 강변의 한적함 즐기려니 차가운 물 위엔 철새들도 보인다.
이름은 몰라도 강변 한쪽에선 꽤 많은 한 무리의 철새들이 조는 듯 여유롭다.
코로나로 어수선한 세상 같아도 잠시 눈 돌리면 평화로움도 엿보인다.
healing의 시간
눈앞에는 한강물과 북한산이 보이지만 마음으론 동쪽 머언 겨울바다 떠올리며 대리만족 느낀다.
강 변두리 데걱데걱 얼어붙은 얼음을 파도가 와서 자꾸 부셔 놓는다.
겨울 강에서 제일 먼저 얼어 붙는 가장자리.
봄이면 제일 먼저 녹으며 계절을 알려주는 곳도 가장자리.
'모든 것의 중심이 되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을 알려주는 가장자리 이다.
갈대
신용선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리는
일이
사랑인 것을
그대를 잊기 위하여
살갗에 풀물이 밴
야영의 생애를 이끌고
바닥에 푸른 물이 고인
아득히 오래된
마을,
그대의 귀엣말보다 더 낮은 소리의 세상으로
내려가기도 했었네
제 울음 다 울고 다른 울음 바라보는
아무 그리움도 더는 없는
키 큰 갈대가 되어
귀 기울여 바람소리 아득히 들리는
먼 강변에
홀로
서 있기도 했었네.
가지끝에 앉았던 박새가 발자국 소리에 깜짝 놀라 날개 펼치는 순간...
사람이 직접 보이지 않게 가리고, 곳곳에 낸 구멍을 통해 물 위에 있는 철새들을 볼 수 있게 하였다.
▲행주산성.
초아흐레 상현달이 어느새 중천에...
물과의 데이트 끝내고 나무들 만나러...
세필 붓으로 섬세하게 터치한 듯 한 폭의 그림 같아 잼있는 느낌,
힐링 시간 끝내고 집으로 향하는 마지막 계단
집 도착하니 눈 덮힌 복수초가 전송되어 왔다.
년초엔 찬란한 황금색 왕관 모양으로 날아왔던 꽃,
"그래' 복수초는 눈이 있어야 어울려, 지난번엔 좀 무미건조해 보였어"
추위에 떨고 있을 꽃 생각 안하는 내 생각이 너무 잔인한 걸까?
내일도 한파 주의보, -10℃ 안팎의 강추위는 앞으로 사나흘 동안 지속되겠단다.
'그래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야, 그래야 내년에 풍년도 드는 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