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
이동순
오늘은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습니다
길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우수수 몰려다녔습니다
그대에게 전화를 걸어도 신호만 갑니다
이런 날 저녁에 그대는 무얼 하고 계신지요
혹시 자기 자신을 잃고 바람 찬 거리를 터벅터벅
지향 없이 걸어가고 계신 것은 아닌지요
이 며칠 사이 유난히 수척해진 그대가 걱정스럽습니다
스산한 가을 저녁이 아무리 쓸쓸해도
이런 스산함쯤이야 아랑곳조차 하지 않는
그대를 믿습니다 그대의 꿋꿋함을 나는 믿습니다.
『그대가 별이라면』(시선사, 2004)
'詩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광수 / 5월을 드립니다 (0) | 2023.05.13 |
---|---|
마음 속의 온도는 몇 도 일까요? (0) | 2023.04.30 |
나태주 /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로움 (0) | 2022.11.04 |
11월의 시 모음 (0) | 2022.11.01 |
류근 /가을이 왔다 (0) | 2022.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