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나목으로 변신

opal* 2022. 11. 13. 16:48

바람에 물결치던 노오란 은행잎은 

어젯밤 내린 비로 오늘 아침 나목으로 변신
자연의 질서에 따라 계절은 어김없이 순환하고
우리네 인생도 변해가는게 만고의 진리.

내가 사랑하는 계절

                        나태주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 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깨금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시제時祭 지내러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걸음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아버지가
가져오는 봉송封送 꾸러미를 기다리던
해 저물녘 한 때의 굴품한 시간들이
숨쉬고 있다

아니다 황토 흙 속에는
끼니 대신으로 어머니가
무쇠솥에 찌는 고구마의
구수한 내음새 아스므레
아지랑이가 스며 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동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
못 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

어젯밤 비 내린 뒤 찬 공기가 남하하며 쌀쌀한 날씨로 변한 오늘(11/13,일) 아침.
재수생, 고3 학생 수능일(17일)은 다가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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