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종일 정리한다고 하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은행에 같이 가 정리 하나 더 하자 기에 갔더니
절차 하나가 빠졌다며 그것 부터 해결하고 오란다.
"곡우 때 비 내리면 풍년이 든다." 했는데 올해는 풍년이 들려나 종일 흐리고 가는비가 오락가락 한다.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인 만큼 나무들은 푸르러 푸르러, 꽃들도 사방에 피어 만발.
이렇게 상큼한 계절을 만끽할 수 없음이 유감일 뿐이다.
낮엔 딸이 잠깐 다녀가고, 오후시간은 무료하게 흘러만 간다.
이런 시간은 왜 그리 아깝게 느껴지는지...
병원에선 의욕에 넘쳐 열심히 걷더니 요즘엔 말을 안해줘 그런가 편한 대로 취하고 있다.
이제는 귄유하지 않고 본인 편한 대로 내버려 둔다. 세월이 약이므로.
저녁식사 후 간만에 나섰다.
"아~! 이게 얼마 만에 얻은 자유의 시간 인가?" 라고 소리없이 외쳐 본다.
사흘이 멀다 하고 나와 걷던 길을 몇 달만에 나와 걷는다.
오랫만에 나오니 그야말로 공원을 온통 꽃단장 시켜놓고 봄 밤을 유혹 한다.
꽃은 꽃 대로 조명은 조명 대로 제 역할 충실히 하니 굳이 먼 곳이 아니라도 감성이 충만해 진다.
"그대가 오니
내가 봄이 됩니다."
"당신의 하루가
별보다 빛나길..."
군데군데 몇 글자씩 써놓은 글귀 또한 재미있다.
오랫만에 걷는 발걸음은 전 만큼 속도가 나진 않지만 역시 사색하며 걸을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순간 이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지금이 몇 바퀴째 더라?
전에는 한 바퀴 걷는데 십분 씩 걸렸는데 사진 찍으며 시계 대신 꽃에 홀려 신경 썼더니
몇 바퀴를 돌았는지 깜빡 잊었다. 그러나 그게 무슨 대수랴, 적당히 걷고 들어가면 되지,
굳이 열 바퀴 채우지 않아도 좋으리라.
열 바퀴 걷게 되면 가고 오고 시간까지 합쳐 딱 두시간, 내게 가장 적당한 시간이다.
일교차가 심 할 때라 밤공기가 아직은 차갑지만 등에서 은밀히 솟는 땀에 속에선 옷이 촉촉히다.
걸음을 멈추게 하고 코끝을 벌링이게 만들며 봄 밤의 차가운 공기를 진동 시키는 라일락 향기는 그 나무 아래 한동안 취해 있고 싶게 만든다.
걷기다운 걸음에 운동화 바닥과 마찰 생긴 발바닥이 화끈 댈 즈음 전화벨이 울려 받으니
"어디야?"
"어디긴? 공원가서 걷고 온다고 했는데?"
"시간 늦었으니 빨리 들어오지?"
"언젠 그시간 안걸렸나? 새삼스럽게"
충만한 감성 분위기 확 깨는 소리는 오히려 더 있고 싶게 만든다.
각종 색으로 휘화찬란했던 조명등은 밤 9시 되니 꺼지고 다시 적막한 숲으로 변한 뒤
걸을 만큼 걷고 잠깐 쉴까하고 의자에 앉으니 휴대폰 불빛에 어느새 작은 날벌레가 날아들고,
움직이다 말고 멈추니 땀에 젖은 옷으로 찬공기가 스며들며 발걸음을 집으로 향하게 만든다.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0423(일) 산책 길은 즐거워 (0) | 2023.04.23 |
---|---|
'230422(토) 산책길 (0) | 2023.04.22 |
우럭 낚시('230402,일) (0) | 2023.04.02 |
바위에 물주기 (0) | 2023.02.09 |
포란 중인 수리 부엉이 (0) | 2023.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