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728(일) 긴 통화
아주 바쁜 일도 없건만 무더운 날씨와 시도 때도 안가리고 쏟아지는 동남아의 스콜을 닮은 소나기 탓으로 거의 스무날만에 산책길을 나섰다.
오랫만의 걸음걸이라 오르막엔 힘이 들어 쉴 수 있는 곳이라면 죄다 쉬어가며 걸었다.
열심히 물 주며 신경 써준 바위 틈 제비꽃은 포기가 불어나 그나마 조금 풍성하게 보이니 보람을 느낀다.
습지 주변엔 큰 잠자리, 실 잠자리도 보이고, 물 속엔 소금쟁이 외에도 물 속 바닥에 하트 모양을 그리며 움직인 두 마리의 우렁도 보여 여러 생물체가 공존함을 느끼게 한다.
헬기장에서 물과 간식 먹으며 잠시 휴식, 고개들어 바라본 높고 파란 하늘에 무늬를 그린 뭉게구름은 멋지나 멀리 하늘가 낮게 내려앉은 시커먼 구름은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다.
동쪽에서 출발하여 북쪽을거쳐 서쪽의 위치인데 전화가 온다.
"언니 내가 처음 병원가서 진료 받은게 언제쯤이죠?"
"자네가 병원 간 일을 왜 내게 묻지? 5년 전인 '19년 ×월 ×일 이잖아"
"그런데 언닌 어떻게 날짜까지 다 기억하세요? 난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아 더 오래된 7~8년전 쯤이라고 생각 되는데"
"그거야 내가 병원엘 같이 갔고, 자네에게 아주 중요한 날이라 잊혀지지 않아 그렇지"
이렇게 시작된 통화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졌다. 때마침 걷던 곳이 위치가 높고 솔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곳이라 적당하게 쉬기도 알맞은 위치였기에 통화 시간이 길어져 지루하면 다시 일어나 걷다 또 다시 큰 나무 그늘과 걸터앉기 좋은 바위와 바람이 시원하게 통하는 언덕에 다시 자리잡고 앉아 계속 이야기 나눈 후 동생과의 통화를 끝나고 나니 "엄마집 앞에 와 기다리고 있는데 몇 번의 시도 끝에 통화가 이루어젔다"며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갈 길은 아직 멀어 정상은 멀리 보이는 상태인데 통화시간이 무려 한 시간 반, 계속 걸으며 얘기를 나눴으면 집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 바람이 잘 불어와 시원한 장소이다 보니 마냥 앉아 있게 되었다. '통화 중 대기' 설정을 하지 않았더니 아들은 아들대로 딸은 딸 대로 전화 걸기 시도를 오래도록 했던 모양이다. 산 둘레길 반쯤 걷다 말고 오래 앉아 있었더니 꾀가 나서 나머지 반 걸을 일이 까마득 했던 참이라 딸에게 태우러 오라고 하여 산둘레 아래 차도를 완전히 한 바퀴 돌아 집으로 왔으니 평생에 한 번 있는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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