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223(일) 주말 산책
아침, 혈이 조금 보인다. 일주인 전 쯤에도 그랬고, 그 일주일 전 쯤엔 양이 살짝 많아 놀랬다. 몇 년에 한 번 살짝 내비치는 정도이고 일회성으로 끝나 잊고 지냈고, 몸이 아프다거나 불편함이 없어 신경 쓰지 않고 지내고 있다.
낮은 산 꼭대기 의자에 앉으니 햇살은 따뜻한데 뺨에 와 닿는 바람은 북풍 한설 처럼 차다. 모자에 달린 귀마개를 얼른 내려 다시 고쳐 썼다.
긴 오르막 바위틈 제비꽃은 바싹 말라 뵈는데 물 좀 줄까 말까? 마음같아선 주고 싶은데 날씨가 아직 차가우니 밤에 얼 것 같아 경칩 때나 줄까 하고 참았다.
음지의 습지엔 아직 녹을 생각 없는 얼음들, 대동강물 풀린다는경칩이 되면 저도 녹겠지 삼윌도 며칠 남지 않았다.
오르막 계단에 자그마한 체구의 여인이 날쎄게 스치며 추월을 한다. 그래 나도 한 때는 저럴 때가 있었지 그랬던 발걸음 속도가 느려지는 건 한 순간의 일처럼 너무 빨리 닥쳐 왔다.
헬기장을 하얗게 덮었던 눈도 다 녹고 그늘진 모퉁이 한부분만 얼음으로 덮였다. 꼭대기 봉화대 쉼터에서 잠시 숨 고르고 물 한 모금 들이킨다. 멀리 보이는 나무 아래쪽 작은 가지의 미세한 흔들림이 피어 오르는 아지랑이 처럼 느껴진다.
무념 무상 무언 수행자의 자세로 산 반대편 둘레 휘돌아 정상에 오르니 바람이 몹씨 차다. 잎이 다 떨어져 엉성한 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벌판에서 직접 불어 오는 바람이나 똑같다. 찬물 한 모금으로 목 축이고 다시 일어섰다.
오르막에 물 주면 얼까봐 걱정되어 망설이던 제비꽃, 가물기도 하고 너무 바싹 말라보여 내려 딛으며 결국은 물 좀 주었다.
한 바퀴 다 돌고 작은 산 꼭대기 오르니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한강 물 빛이 꽤 파랗다, '물빛이 짙게 파란 걸 보니 날씨가 차긴 차갑군' 가까이 가 볼까 하고 옆 오솔길 내려 딛으니 ... 어쩐지 긴 계단 아래 안 보이던 낡은 계단목 뽑아낸 나무들 묶음이 오솔길 양쪽으로 보이더라니, 이곳에서 뽑아낸 것이었군, 테이프로 진입을 막아 강물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고 되돌아 올라와 집으로 직행.
낮 길이가 노루 꼬리 만큼 길어졌다. 무탈하게 지낸 오늘 하루도 감사한 마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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