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집을 나서니 어둠 속에서 하얀 입김이 보인다.
05:30. 출발. 차 안에서 한숨을 푹 자고 나니 햇살이 퍼진다.
08:30. 추풍령 휴게소. 들판에 서리가 하얗다. 하얀 입김과 하얀 서리에서 세월 가는 소리를 듣는다.
12:00. 석남터널 도착. 서 울산 IC로 나가야 할 것을 언양 JC에서 진입하는 바람에 도착시간이 늦어졌다.
배내고개에서 오를 예정이었는데 산행과 하산 시간을 고려하여 들머리를 바꾼다. 등산 코스도 천황산과 재약산을 타고
하산하는 1진과 천황산만 타고 하산하는 2진으로 나눈다. 하산 지점은 표충사.
석남고개로 올라 진달래 군락지인 능선을 따라 계속 오르니 오른쪽으로 민둥산인 가지산의 줄기가 시원스레 나란히 뻗어있다.
쉬지 않고 부지런히 한 시간을 걸으니 배내고개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진다.
13:05. 능동산(981m) 도착. 앞의 봉우리부터 재약산까지의 능선이 한 눈에 보인다. 이토록 먼 곳까지 왔으니
이 기회에 재약산까지는 가고 싶다는 생각에 쉬지 않고 5분쯤 내려서니 쇠점골 약수가 있어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내려 서서 임도와 만나 5분쯤 걷다 산 속 오솔길로 오르니 헬기장이 있다.
13:25. 빽빽한 진달래 숲 속을 빠져 나와 늦가을의 황갈색 억새가 펼쳐진 산마루에서 '나 잡아 봐 라'하며
모두들 억새와 함께 모습 담기에 바쁘다. 우측 아래엔 차도가 여전히 나란히 가고, 임도를 만났다 다시 헤어져 오르는 오르막엔
억새와 뒤섞인 말채나무 싸리가지 등 관목가지가 얼굴을 할퀸다. 통신용 안테나를지나 오르는 오르막엔 낙엽송과 오엽송이 많다.
14:00. 얼음골로 내려서는 이정표를 지나 봉우리에 오르니 앞서가던 이들이 식사 중. 늦게 도착하는 차 안에서의 간식 영향인지
시장기가 없어 그대로 내려서서 허름하고 넓게 지어진 샘물산장 건물을 지나 다시 오른다. 여전히 진달래 숲 속.
좁은 길에 볕이 닿은 부분만 녹아 까만 진흙이 가뜩이나 무거운 신발에 무게를 더 한다. 나뭇가지 위로 사자봉 정상이 보인다.
14:35. 해를 안고 오르니 사자봉의 비탈면에 억새의 은빛 파도가 바람에 일렁인다. 계절은 늦었지만 아직은 볼품 있다고
가까이서 외치기도 한다. 우측으론 가지산에 이어진 운문산의 산줄기가 여전히 시원스레 아름답다.
15:00. 천황산 사자봉(1189m). 까마귀 두 마리가 정상에서 반긴다. 어느 한 곳 막힘없이 사방으로 내뻗은
몇 겹의 산줄기들이 장쾌하고, 광활한 분지 곳곳에 펼쳐진 억새 평원이 제철에 오면 장관이며 멋있겠다.
일주일 후에 다시 밟을 신불산과 취서산(영축산) 사이의 신불평원도 바로 눈앞에 있다.
15:30. 늦은 점심을 먹고 간이 매점이 있는 천황재에 내려서서 옥신각신. 선두 몇 명은 이미 재약산을 넘었고,
후미는 이곳에서 하산하기로 한다. 중간팀 10명은 재약산을 넘기로 하고 다시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른다.
15:55. 재약산(1108m) 정상. 산세는 부드러우나 정상일대는 커다란 바위 군으로 이루어져 돌 틈에 발이 끼었는데
혼자 힘으로는 안 되어 도움을 받아 빼낸다. 사자 평원을 내려다보는 정상에서의 희열감을 오래도록 만끽하고 싶지만
일몰 시간이 가까워오니 그럴 수 도 없어 가파른 돌길을 내려선다.
16:15. 진불암과 고사리 분교로 가는 갈림길. 숲 속 나무에 표충사로 가는 지름길 안내 글이 걸려있어 숲 속을 내려딛고
넓은 빈터를 지나 임도 따라 내려선다.
16:35. 임도와 헤어져 돌계단을 내려서니 길이 30m나 되는 직벽의 거대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층층폭포.
출렁다리를 건너 가파른 비탈길로 1.2km를 내려서니 또 다시 흔들다리와 길이가 더 긴 흑룡폭포가 흐르고 있다.
선두에 섰던 오늘의 선두대장이 이곳에서 한 시간이나 기다려 주고 있다.
17:00. 깊은 산 속에서의 해의 길이는 훨씬 짧아 계곡 건너편의 높은 산이 어느새실루엣으로 변한다.
산 중턱의 가파른 돌 비탈길이라 다리가 아파온다.
17:15. 다 내려와 계곡을 건너 걷는 숲엔 단풍나무가 많아 운치를 더해주나 어둠이 내린 산 속에 갈 길이 바쁘다.
17:30. 표충사 앞 주차장 도착. 하산 주 보다는 표충사 관람이 머릿속에 가득한데 이미 땅거미가 내린 어둠속이라 볼 수 없어 많이 아쉽다.
오늘의 산행 소요시간 5시간 반.
2005. 11. 22.(火). 왕복 13 시간이 걸린, 영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억새의 사자평 고원, 천황산과 재약산을 오르다.
(석남고개~능동산~1058봉~천황산~재약산~층층폭포~표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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