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등선대에 오른 흘림골과 주전골.

opal* 2005. 6. 11. 14:05

 

05:30에 출발한 차는 홍천과 내설악 두 곳의 휴게소에서 쉬고,

09:30. 한계령에서 대청봉으로 향해 오색으로 하산할 1진 일행 7명을 내려주고,

양양쪽으로 구불구불 5분쯤 더 내리달려 흘림골 입구에서 마지막 2진 하차 한다.


이곳은 1985년부터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하여 2004년 9월에 개방된 곳.

숲속으로 들어서마자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앞사람의 발뒤꿈치가 얼굴에 부딪힐 것 같아

바짝 뒤따라 붙지 못할 정도의 가파른 오르막이다. 울창한 수림에 어제 내린 비로 습기를 머금어 이끼낀 바위길이 더 미끄럽다.


오랜만에 나오신 분들도 많아 속도를 내지 못하고 함께 쉬엄쉬엄 오른다.

산행소요시간은 4시간 예정이지만, 7시간의 산행예정인 대청봉 팀과 함께 귀가해야하니 서두를 필요 없이

깊은 산 속에서 맑은 공기 싫컷 마시며 유유자적하게 하루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른다.


10:00. 여심폭포 도착. 여성의 은밀한 곳을 어쩜 이리 신기할 정도로 닮았을까?

이름에 걸맞아 그런가? 명색만 폭포일 뿐 쏟아져 내리는 물은 없다. 수량이 풍부한 계절에는 수량이 다르리라. 


고도가 높아지며 나무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멋진 바위들의 위용을 감상하며 등선대 입구 고개에 올라 잠시 쉬고 등선대로 향한다.

시야가 트이며 바라다 보이는 건너편의 절경에 매료되기 사작하니 발걸음이 잘 떨어지질 않는다.


바위에 매어달린 밧줄을 잡고 등선대에 오르니 입이 벌어져 닫힐줄 모른다.

이렇게 멋진 비경이 이곳에도 숨어있었다니... 오늘의 핵심이 바로 여기로구나...

발아래에 보이는 커다란 바위군 하나가 거의 우리 동네의 작은 산 크기이며  만물의 형상을 나타내는 갖가지의 모습은

 뭐라 형용하기 어렵고 그저 아름답고 멋지다는 말 밖에는... 등선대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펼쳐진 풍광이 발길을 잡고 늘어진다.


녹색의 가까이 있는 산들에는 크고 작은 바위 형제들이 나란히 서있고 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그 끝으로

 점봉산이 보인다. 

다시 우리가 지나온 한계령쪽을 보니 휴게소는 한 점으로 보이며 그 위로  귀떼기청봉의 기다란 서북능선과

 그 끝으론 12선녀탕으로 향하는 안산까지, 다시 오른쪽을 향하니 푸른 줄기의 능선들이 중청에서 대청까지 거침없이 보이며,

다시 옆으로 돌아서니 오색지구가 많은 산들의 가운데 박힌 채...  아무리 뱅 뱅 돌며 봐도 막히는 구석이 없다.


15분 정도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등선대를 한 시간이나 걸려 감상하고 입구의 고개에서 다시 12폭포 쪽으로 하산 시작하여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서는데 내리막에 무척 힘들어 하는 분이 있어 기다렸다 함께 하느라

선두 후미 없이 열 두명 모두 한 가족처럼 서로를 보살피며 걷는다.


높은 나뭇잎 사이로 일부분씩 보이는 저 위의 바위들과  금강산의 만물상을 연상케 하는 이름 모를 바위들을 고개를 젖히고

봐야하니 조심하지 않으면 바위 길에 미끄러지기 십상. 무명폭포에 이르니 이제야 물 구경을 할수 있다.


흘림골 계곡의 감상을 모두 마치고 다시 오르막 고개에 오르니 이게 웬걸? 내려설 때 조금씩만 보여주던 바위들이

모두 모여 마지막으로 총정리 하듯  연출하고 있어 땀을 흘린 모든 산객들이 절경에 취해 떠날 줄을 모른다.


12:30. 12폭포에 도착하니 점봉산에서 하산하며 만나지는 길도 있고, 많은 양의 물이 흐르니 나무들과 어우러져 제법 계곡답다.


12:40. 빨갛게 칠해진 다리 아래로 작은 폭포를 이루며 흐르는 물가에 앉아 솔향기님이 준비하신 더덕주를 반주로

맛있는 점심시간이 시작된다. 식사가 끝난후에도 일어설 줄 모르고 시원한 족탁의 시간을 갖는다.

다른 산행 때 같으면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일어서서 도망가듯 달음질을 칠텐데...

여유있는 시간들을 만끽하며 나름대로 들 즐기고 있다. 산행의 지친모습은 전혀 없고 관광 나온 즐거운 표정의 모습들이다.


13:35. 주전골 용소폭포 도착. 오랜 세월을 떨어지는 물에 의해 바위가 파여 깊은 소를 이루니 눈이 시리도록 물색이 파랗다.


양옆의 멋진 바위들과 나무들을 바라보며 넓은 암반위로 흐르는 계곡물을 따라 함께 내려서니

주마등같은 옛 일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20여 년전 젊은 시절에 아이들을 데리고 와 겁도 없이 물 가에 텐트를 치고 며칠씩 야영을 했었다. 

밤에 폭우라도 쏱아졌다면?... 나중에 생각하니 즐거움 보다는 아찔한 생각이 더 강하게 온다. 

가을엔 단풍사진 찍으러 몇 번씩 왔어도 흡족한 사진 한장을 못 건졌다. 

그래서 다시 와야 된다며 웃던 일이 어느새 10 여년 전의 일이다. ㅎㅎㅎ


14:40. 오색 제 2약수에 도착하여 약수 한 모금을 마시고 빈 병에도 가득 담아들고 내려선다.

이런 저런 생각에 얘기를 못 나눠 그런가 사진 찍느라 그런가 일행을 모두 놓치고 혼자 호젓하게 내려선다.

길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소리만 들어도 시원하다. 산행하며 이렇게 여유롭게 걸어 보기는 처음인 듯하다.


15:00 주차장 도착. 상가들을 지나 주차장까지 뙤약볕을 받으며 걸으니 다시 땀이 흐른다.

온천욕을 하실 분은 온천으로,  나머지 분들은 시원한 나무그늘에 앉아 막걸리와 포도주로 여흥의 시간을 보내고...

7시간이 넘는 긴 산행을 마친 대청봉 팀 하산하여

17:00. 귀하행 bus출발.


2005.   6.  11.(土).   남설악의 흘림골과 주전골 산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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