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지리산 바래봉.

opal* 2005. 5. 24. 22:53

 

 05:30. 출발. bus안에서 모두들 한숨씩 자고 일어나니 죽암휴게소.(07:50-08:10)

09:40. 88고속도로의 지리산IC를 빠져나와  4시간 45분 걸려 전북 학생 수련원 앞에 도착(10:15)

 차에서 내리자마자  콘크리트로 포장된 가파른 계단 길을 오른 후 건물 뒤로 올라서서

어두울 정도의 빽빽한 침엽수림의 밀림지대를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으며 오른다.


30분쯤 오르니 해발 960m 라며 세걸산까지의 거리가 1.5km라는 표지판이 서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데 이곳 현재 높이가 서울의 북한산 백운대보다 높단다. 

다시 10분을 오르니 또 표지판이 있는데  해발 1040m이며 1km 남았다고 알려준다. 

그렇다면 10분 동안에 500m되는 거리를 80m높이만큼 올랐는데 집에 앉아서 계산한다면

가파르기가 실감이 날까?... 머릿 속 복잡하니 그냥 오르기나 하자.


11:00. 수종만 침엽에서 활엽수로 바뀌였을 뿐, ‘깔닥’하는 경사도는 여전하다.

내 손으로 잡기엔 좀 굵은 직경 5cm정도의 흰 밧줄이 군데군데 매어있어 도움을 준다.

옷은 이미 땀에 다 젖었는데 이제서 시원한 바람이 찾아준다. 높다는 얘기겠지..

큰나무 그늘 속이니 모자가 부담스럽고 보이는 것 모두 시원하니 색안경도 필요 없다.


11:10 세동치(1120m) 도착. 이제부터는 탁 트인 조망의 능선길이 시작된다.

가야할 곳은 왼쪽인데 세걸산(1207m)은 오른쪽에 있어 갔다 되돌아 오는데 30분이 걸렸다.

이 능선 길엔 여러 가지 수종의 활엽수들 자라는데 사람 키보다 약간 큰걸 보면 바람 세기가 큰가 보다.

1135m의 봉우리를 올랐다 내려서는 내리막 길엔 발자국 마다 먼지가 일어 나는데 

물소리란 닉네임을 가진 분은 그래도 산삼고물이 묻은 먼지라서 괜찮단다.


11:40. 1149m의 봉우리 내리막길에 오른쪽으로 웅장한 산세 속에 폭 파묻힌 마을이 있어 내려다보며 걷다가 돌에 걸려 휘청,

같은 내리막길 일도 경사도에 따라 사뿐거리며 빨리 걷는 발걸음이 있고 가속이 붙어 빨라지는 걸음이 있다.

산초나무를 보며 얘기 해주다 제피나무와는 다르다는 얘기를 듣기도하고,

아래에 보이는 저 마을이 뱀사골이며 오른쪽의 Sky line을 그리고 있는 웅장한 산들이

천왕봉과 주 능선길이고 우리가 갔었던 세걸산 뒤쪽으로 뾰족한 것이 보이는 산이 노고단 이란다.

난 언제 저 하늘길 같은 곳을?  다 걸어볼 수는 있으려나?


12:10. 부운치 고개도착. 시원한 바람이 계곡 아래에서 올라온다.

수철리에서 바로 올라오는 길인데 우리는 세걸산을 가기위해 돌아 온 것이다.

헬기장을 지나고, 1228m의 봉우리를 올랐다 내려선다. 1000m가 넘는 봉우리들을 계속 오르내리는 능선길이다.


멀리 앞으로 잘 보이는 바래봉을 배경으로, 인물을 중심에 두지 말고 시선 쪽으로 여백을 두고 한 장 찍어주기를 부탁했다가

괜히 까다롭다는 소리만 들었다. 구도 좋은 사진 찍어보려다... 이럴 땐 아는 게 병 모르는 게 약.


철쭉군락지라는 발랑치쯤 가서 먹을 생각으로 이웃사촌과 걷고 있는데 그쪽에는 큰 나무가 없어 그늘이 없으니

여기서 함께 먹자며 그늘에서 부른다. 여러 사람들과 여러 가지 맛난 음식들을 먹는 즐거움이 있으니 이 또한 행복.


13:20. 발랑치(1010m) 도착. 태풍급 바람이 잠시 지나간다.

전국의 최고 철쭉군락지라는데 좀 늦게 찾아 왔더니 꽃은 거의 다 져간다.

올 봄의 꽃 만큼은 다른 산에서도 맘껏 봤던 터라 아쉬움은 없다.

푸른 창공과 그 곳에 떠 있는 몇 조각의 멋진 하얀 뭉게구름, 몇 겹으로 겹쳐진 하늘만큼 높은 곳에

하늘색에 가까운 먼 산들의 푸른색과 발아래 내려다뵈는 가까운 산들의 각기 다른 신록의 푸르름

그리고 시원한 바람. 여기에 오월의 아름다움이 다 그대로 드넓게 펼쳐져있으니 무엇이 아쉬우랴...


14:00. 바래봉(1165m)정상. 며칠 전에 이곳에서 기념사진 찍은, 사진으로 만 본 예쁜 산새님 폼이

생각나 한 장쯤은 그 폼대로 찍히고자 하는데 찍어주는 사람이야 그 내막을 모르니 ...

바람에 모자 날아 갈까봐 오른손으로 모자잡고 왼손으로 표지목 잡고.... 구름을 배경에 넣어달라고 특별히 주문만 했다.


14:30. 운봉으로향하는 넓은 임도엔 조약돌을 깔아놓은 곳도 있는데 내려서며 걷기엔 오히려 불편하다.

길 오른쪽 바래봉 아래의 계곡 쪽 숲속에 참나무 잎이 햇빛에 반사되며 기름을 발라놓은 듯 반질반질 윤기가 흐른다.

계절의 아름다움이 한껏 드러나는 계절, 5월이 그래서 더 아름다운지도 모르겠다.  


넓은 임도를 버리고 운지사 쪽으로 향하는 오솔길로 접어들으니 무척 가파르다.

내려서는 사람들의 발자국마다 먼지가 일어 뒤따르는 사람이 모두 마시게 되니 많은 이들을 추월하여

뚝 떨어져 앞에서 걸으니 먼지도 없고, 울창한 소나무 숲이라 솔향이 솔솔 난다. 새들도 한몫하고...


14:55. 운지사 입구를 돌아서니 넓은 콘크리트길과 강열한 햇볕을 다시 만난다.

길옆으로 둘러쳐져 있는 녹색 철조망과 나란히 걷는 발걸음 멀리 반대편으로 시퍼렇게 높은 산에 군 시설인 듯한

뾰족한 것이 보이니 산위에서 보았던 노고단의 모습을 보는듯한 생각에 혼자 미소를 짓는다.


15:05. 내일로 이곳 바래봉 철쭉 축제가 끝난단다.

축제기간동안 열리는 임시 시장인 알록달록한 포장마차들의 먹자골목,  각기 다른 곳에서 흘러나오는 소음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옆에서 함께 걷는 이웃사촌을 부르는 소리에 따라 들어가 보니 언제나 산행대장보다 앞서 달리는

금, 은, 동메달급 특공대들의 막걸리 파티. 이웃사촌도 전에는 그들과 함께 앞장서서 다녔었다고 한다.  

산행소요시간 5시간. 나도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을 쭈-욱 들이킬 수 있으면 좋으련만.....


2005.  5.  24.(火).  지리산의 북서쪽에 있는 바래봉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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